진은영의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그린비출판사. 2007년.
저자 진은영은 이대 철학과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한 니체 전공 박사이다. 그의 글에 “나는 건망증이 심하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사물을 응시할 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고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것들을 금방 잊는다. 마르께스는 늘 새벽에 일어나 ‘손이 식기 전에’ 글을 쓴다고 했다. 나도 나를 건드린 사물들, 사람들, 그리고 책에 대한 기억이 내 손에서 식기 전에 뭔가 써보고 싶다”고 고백한다.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은 진은영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해서 정리한 책으로, 지도교수는 이상화, 그리고 박태호(필명 이진경), 고미숙 선생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1부 니힐리즘의 극복과 영원회귀
2부 용수의 공(空)과 니체의 영원회귀:근대적 니힐리즘의 극복
3부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탈근대적 니힐리즘의 극복
4부 차이의 철학의 실천적 함의:능동적 니힐리즘의 왕성
에필로그:철학의 종언에서 철학의 영원회귀로
이렇게 구성을 하고 있는데, 각각 2-5개 정도의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내용이야 니체에 관한 책은 분명한데, 니체에 대해서 말을 해도 누구의 입을 빌려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니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냐 긍정적 시각이냐에 따라서 구성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프롤로그에서 현대철학에 대한 개념 설명을 하면서 현대철학의 성과들을 다양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는 “차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을 꼽는다. 이 성과는 하이데거, 바타이유, 푸코, 데리다, 들뢰즈와 같은 탈근대 철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니체의 ‘후계자들’이라고 하버마스는 말한다.
차이의 철학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알아야 한다. 니체는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문인 동시에 오해와 착각으로 얼룩진 문이기도 하다. 니체는 영원회귀를 니힐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사유 중의 사유”로 표현한다. 니힐리즘의 극복은 생성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니체의 철학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된다.
니체의 글은 44세 이전에 쓰여졌다. 44세 이후 노년에 대해서는 잊혀져 있다. 그후 56세로 죽을 때까지 한 편의 글도 발표하지 못했다. 그는 정신병동을 떠돌면서 뇌연화증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니체는 5살 때 목사님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년 후에 두 살 배기 동생 요셉이 죽었다. 그는 죽음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죽음의 경험에 몰입했으며, 아버지의 묘비명을 바라보며 철학적 사유에 눈 뜨기 시작했다. 니체는 대학시절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심취했다. 고전문헌학도인 니체는 고서들로 가득한 낡은 책방을 둘러보기를 좋아했다. 22살 때인 1865년 가을 열정적인 탐구심으로 라이프치히 대학 근처의 고서점을 두루 살펴 보다가 쇼펜하우어의 책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것은 두 권으로 된 <의지의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년)>이다. 그 책에는 십자가, 죽음, 그리고 무덤의 분위가 나타나기에 니체는 그 책에 푹 빠지게 된다.
죽음은 모두에게도 그렇듯이 씁쓸하고 허무한 느낌을 받는다. 니체는 죽음에서 슬픔이 아닌 기쁨의 요소를 발견한다. 그는 죽음에서 소멸이 아닌 슬픔과는 거리가 먼 신비를 발견한다. 기쁘고 명랑한 죽음이 있으며, 이 죽음을 다른 말로는 ‘생성’이라고 부른다. 후일 그는 이런 생성의 기쁨을 찾아가는 사유를 ‘능동적 니힐리즘’이라 했다.
“몽테뉴는 일생동안 자신이 나쁜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너무 잘 잊기 때문에 다시 보는 장소와 책들이 늘 신선하고 새로운 맛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을 기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거에 받은 모욕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좋아했다. 이 슬픔 많고 모욕 많은 세상에 우리가 쉽게 잊을 수 없다면!”
몽테뉴의 애독자로서 니체는 망각을 위대한 능력으로 찬양한다. 니체는 망각 능력을 갖지 못한 자들을 ‘원한의 인간’이라고 불렀다. 원한의 인간은 고집스럽게 과거의 기억만을 고수하며 새로운 가치의 생성을 거부하고 방해하는 자이다.
고통을 잊기 위해 망각을 해야 하는데, 그 고통의 원인으로서 하나의 대상을 창조해 내고, 그 대상에 분노를 폭발시킴으로써 고통을 잊으려는 방식이 등장하는데, 니체는 이것을 ‘원한’(ressentiment)이라고 했다. 원한은 가상의 대상을 만드는 창조행위이다.
니체와 탈근대, 차이개념 등에 대해서는 들뢰즈를 빼 놓을 수 없다. 니체를 이해하는 데 가장 멋지게 이해하고 니체의 철학을 펼쳐 놓은 사람이 들뢰즈이다. 차이의 대립, 차이의 욕망, 차이의 실험, 차이의 개체, 차이와 정치 등 4부에서는 차이에 대한 들뢰즈의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여기서 나는 진은영의 책 내용을 정리하려는 마음은 없다. 다만 니체에 대한 해석을 들뢰즈의 입장에서 해석을 하면서 니체를 더 잘 드러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쉽게 읽혀지는 책도 아니지만, 읽다가 보면 어느 정도 남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긴 우리도 또한 망각의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린비에서 클리나멘 총서로
0 <철학의 외부> 이진경
1 <화폐, 마법의 사중주> 고병권
2. <전복적 스피노자> 안토니오 네그리 저. 이기웅 역
3. <미-래의 맑스주의> 이진경
4.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진은영
의 책들을 내 놓고 있는데, 고전을 읽는 새로움을 주고 있다. 철학에 관심있는 분들의 reading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미로샬
첫댓글 여행중에 차안에서 독서를--- 정말 대단하십니다.
행복한 추석 계속 보내시고,
가까운 시일 안에 니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요.
저는 부모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