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
인간 포함 모든 동물 신경은 두 종류
<35> 손, 표정, 언어-인간종의 특징
멍게의 경우 알에서 갓 나와서 이동하면서 먹이를 구하는 유생(幼生)일 때에는 두 눈과 뇌를 모두 갖지만, 성체가 되어 고착생활을 시작하면 눈은 물론이고 뇌도 사라진다. 뇌는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불가결한 공통기관이 아니다. 물론 고등동물이 될수록 뇌가 발달되어 있긴 하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신경은 전류의 방향에 따라서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각종 감관에서 발생한 전류가 뇌를 향해 들어가는 통로인 구심성(求心性)신경이고 다른 하나는 뇌에서 나온 전류를 각종 근육으로 보내는 통로인 원심성(遠心性)신경이다.
척추(脊椎)를 절단해 보면 신경의 출입구가 앞뒤, 좌우 방향으로 총 네 곳이 있는데, 뒤쪽에 위치한 좌우 한 쌍의 신경으로는 각종 감관에서 출발한 전류가 들어와 척수(脊髓)를 타고 뇌로 올라가며, 앞쪽에 위치한 좌우 한 쌍의 신경을 통해서는 뇌에서 내려온 전류가 각종 근육으로 전달된다.
원심성신경 통해 선악 업 짓고
구심성신경으로 苦樂 과보 받아
불교용어로 표현하면 원심성신경을 통해 ‘선, 악의 업’을 짓고 구심성신경을 통해 ‘고, 락의 과보’를 받는 셈이다.
대뇌에서 중심이 되는 부분은 겉 부분인 피질이다. 세포핵을 갖는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얼키설키 모여 있기에 색이 진하다. 이와 달리 대뇌의 안쪽에는 피질의 이곳저곳을 연결하는 전기줄인 축색들이 가득하기에 색이 희다.
대뇌피질은 뇌를 앞뒤로 가르는 중심고랑(Central sulcus)을 경계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뒤통수 쪽에는 감각과 인식의 정보를 담고 있는 다양한 신경회로들이 형성되어 있고, 앞이마 쪽에는 운동, 의지, 사고와 관련한 갖가지 신경회로들이 형성되어 있다. 척수를 흐르는 구심성신경과 원심성신경의 위치가 뇌에서도 변치 않고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요컨대 척수가 부풀어서 그대로 뇌가 된 꼴이다.
운동피질과 체성감각피질.
그림 가운데 위의 것은, 뇌에서 ‘근육운동이 출발하는 영역’과 ‘신체감각이 종착하는 영역’을 나타낸 것이다. 중심고랑의 앞부분의 이랑(Gyrus)을 ‘1차 운동피질’, 뒷부분의 이랑을 ‘1차 체성감각피질’이라고 부른다.
불전에서 분류하는 ‘안이비설신의’의 육근(六根)과 ‘색성향미촉법’의 육경(六境) 가운데 신근(身根)을 통해 느끼는 촉경(觸境)의 종착점이 그림에서 표시한 ‘1차 체성감각피질’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앞쪽에 근육운동의 출발점인 ‘1차 운동피질’이 있다.
그림에서 아래의 것은 캐나다의 신경외과의사인 윌더 펜필드(Wilder Penfield, 1891~1976)가 실험을 통해 제작한 것으로 호먼큘러스(Homonculus, 小人)라고 부른다. 사람의 ‘1차 운동피질’과 ‘1차 체성 감각피질’ 각각이 관장하는 신체의 부위를 크기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얼굴과, 혀 그리고 손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특히 발달해 있다. ‘표정’을 지어서 타인과 소통하고, ‘언어’를 통해서 문명을 전수하며, ‘손’을 이용하여 온갖 문명의 이기를 만듦으로써 최강의 포식자로 등극한 인간종(種, Species)의 특성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김성철 교수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불교신문 2861호/ 2012년 11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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