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의 뉴질랜드 꽁트 (236편) 뉴질랜드타임즈. 24/4/2020
Lock Down
한들거렸다
-여보. 뭐 하고 있어? 창밖을 그렇게 우두커니 바라보면 밥이라도 나온감?
-싱겁기는. 코로나 정국에 이렇게 쉬는 날을 평일에 계속 가지니 좀 얼떨떨해.
-속이 허하시구먼. 뜨끈한 율무차 한잔 드시고 기운 차리셔. 이럴 때 며칠씩 쉬는 것도 필요하지. Lock Down 시간이잖아. 하늘이 쉬어가라고 인간 세상에 특별 휴가를 준걸.
-그려. 오늘까지 3일 쉬고, 다시 내일부터 주 4일 근무하는 듀티. 풀타임 일치고는 심플해서 좋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신선한 느낌이야.
앤디가 율무차 컵을 두 손으로 감싸 들었다. 창밖에는 뉴질랜드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바람에 앞뜰 하얀색 빨간색 코스모스가 한들거렸다.
-나야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이렇게 3주째 쉬니까 새로워. 산속에서 생활하는 기분인데. 푸성귀도 가꾸고, 책도 보고, 강아지랑 산책도 하고, 나랑 이야기도 하고.
-코로나 19가 세상에 대유행으로 퍼지며 인류 문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렸어. Untact. 비대면의 생활. 사회 거리 두기. 단체 모임 불가. 봉쇄 격리 생활. Lock Down.
욕심도 노렸다
부슬비가 이어 내리는 바깥세상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앤디가 부엌 쪽으로갔다. 냉장고 문을 열고 감자 칩 봉투를 꺼냈다. 찬 기운이 훅 뻗쳐 나왔다. 에어프라이어에 들이붓고 돌렸다. 째깍째깍 타이머 소리와 구수한 튀김 냄새가 부엌에서 거실로 번져 나왔다. 앤디와 써니가 코로나 이야기로 화제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번 코로나 19는 신체만을 공격하지 않네. 바이러스는 사람의 욕심도 노렸어.
-그러게. 국가 지도자의 오만과 방심도 숙주 삼을 정도였으니까.
-숙주? 그거참 기발한 연관 단어네. 맞아. 서구 국가 지도자와 국민들 마음속에 있던 교만이 바이러스 공격에 맥도 못 추고 무너졌어.
-무섭네. 무계획적이고 안일한 대처를 한 일부 지도자는 코로나 사태를 양성화시킨 셈이지. 특히 일본이 그랬지.
-결국 아베 자신이 제1 숙주 역할을 한 게지.
앤디와 써니가 한참 이야기하는 중에 타이머가 울렸다. “띵~” 에어프라이어가 감자튀김을 뒤집어달라고 보채는 소리였다. 나무젓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여 다시 돌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띵띵~” 바싹 구운 감자튀김이 고소하게 서걱거렸다. 써니가 뉴질랜드 전통 맥주 Tui를 두 병 꺼내왔다. 창밖에는 바람이 거세게 부는지 팜 트리가 긴 가지를 휘청댔다. 팜스 카페에서 감자튀김과 Tui 맥주의 궁합은 별미였다.
추락 중이다
-세상은 냉엄하네. 선진국이라고 자처하고 자만하다간 국격이 급락하는 시대야. 특히 키를 쥔 지도자의 국정 판단은 거대한 나라를 좌지우지하지.
-맞아. 일본의 최근 근황이 유별스럽더니 결과로 보여주네. 일본이 한국에 계속 연전연패를 하고 있어. 일본 국격이 추락 중이야.
-누가 아니래. 뜬금없이 수입 규제한다고 한국에 싸움을 걸어왔잖아. 한국이 예전의 한국이 아니잖아. 되받아친 한국의 역공에 일본이 찔끔했지. 한국민의 저력은 무섭잖아. 일본이 수출규제한다는 제품을 보란 듯이 수입 다변화하고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일본 여행 거부까지 고강도로 이어지니 일본 국민도 탄식했으니까. 이어 지소미아 카드로 한 번 더 강펀치를 날렸지. 그럴 줄 몰랐던 게지. 한국민의 일본에 대한 당당한 자긍심과 독립의식이 뿌리 깊이 내렸어.
앤디가 스마트폰에 뜬 세계 각국의 코로나 대응 능력 실패 국가를 꼴치부터 들여다봤다. 일본이 맨 꼴치였다. 끝에서 두 번째가 브라질이었다.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미국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이 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할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해주고 보호해줘야지. 일본 병원에서는 의심 환자 검사도 못 해주고 확진자는 거부하고, 미국병원에서도 확진자에게 대응 약 몇 개를 주며 강제 귀가조치하고. 대응 능력과 시스템이 준비 안 된 거지.
-한국에서는 검사가 됐든 치료가 됐든 다 제대로 적극적으로 이미 하는 것인데.
-코로나 대응 시험장에서 각국 정상들의 문제 풀이 답안 작성 모습이 생생하게 중계되는 현 시국을 보면 대단해. 현대는 투명사회잖아. 한국은 초반에 고전했지. 곧바로 적극 선제 검사 및 추적 동선 관리와 격리치료가 이어졌어. 코로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했지. 한국은 문제를 거의 풀고 답안지를 내기 직전이야. 일본이나 서구국가들은 아직도 문제 맥을 못 찾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야.
써니가 스마트폰으로 코로나 전 세계 상황판을 들여다봤다. 2020년 4월 20일 기준이다. 전 세계 확진자가 235만여 명이고 사망자는 16만여 명이다. 215 국가에 확진 감염자가 퍼졌다. 세상에 이런 전쟁도 없다. 제3차대전은 핵전쟁일 거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어쩌면 이런 바이러스 공격인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상대 국가가 적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핵이다.
큰 바위 얼굴
-이제야 안 거야. 우리만 몰랐던 우리 자신을. 우리는 개발 도상국으로 알고 있었잖아. 세계가 인정해주는 선진국대열에 이미 들어와 있었어.
-코로나 정국을 겪으며 세계에서 한국이 돋보여졌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어.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빌 게이츠가 세상에 공포했네. 빌 게이츠가 한국도 함께 개발 도상국을 위해 돕자고 한국 대통령에게 의견을 제시하면서 알려졌어. 우리가 동경하는 큰 바위 얼굴은 미국이나 서구사회에 있는 줄 알았지. 우리도 모르게 세계가 인정하는 큰 바위 얼굴이 한반도에 미리 자리 잡고 있었어.
앤디와 써니가 맥주병을 들어 마지막 잔을 채웠다. 친정집이 잘 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시집온 딸의 마음도 덩달아 흐뭇하다. 부자도 이런 부자가 없다.
-세상의 강물은 바다로 모이잖아.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에. 이제는 모두 낮아져야 할 때야. 코로나가 이번에 가르쳐줬어.
-맞아. 자칫 오만과 경솔함은 삼가야 하지. 일을 하는 데 있어 화냄과 성급함은 혼란을 가져올 뿐이야.
-신뢰감과 균형감, 개인이나 국가나 꼭 필요한 거지. 마음에 평화와 감사가 가장 큰 면역력인듯해.
-코로나가 우리에게 시사한 메시지이지.
코로나 19, 바이러스. 세상 여기저기 헤집고 들쑤셨다. 참 많은 민낯을 드러냈다. 세상 사람들의 문명 의식을 바꿔놓았다. 앞으로도 뭘 끄집어낼지 모른다. 겸허한 마음으로 생각해본다. 지금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코로나 19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
첫댓글 난국에 안녕들 하세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네요.
자연과 사람과 문명에 던진.
뉴질랜드에도 제계절이
찾아옵니다. 4월 가을날로.
Lock Down4주가 끝나고
4월 27일부터 정상 일상.
고국의 의연한 코로나
대처에 흐뭇합니다.
평화와 감사의 면역력을
듬뿍 받는 시간되셔요.
교과서 없이 풀어낸 한국의 답안지가 자랑스러워요.
세계인들의 한목소리,
한국이 정답입니다.
고맙습니다.
시간은 우리편입니다.
고국도 화사한 봄볕이
내리바칩니다.
기아오라+
@백동흠 복숭아꽃 피는 고향의 봄. ㅎㅎ
@강순덕
복숭아꽃
살구꽃이
그립습니다~
@백동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한국의 위상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역사상 없었지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됐네요. ^^
문학의 봄에서 잘못된 한국언론의 정화수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려요. 기아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