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프리카 시장규모에 대한 착시를 교정하라 - 2편 아프리카GDP의 변신은 무죄? - GS건설 플랜트해외영업팀 Sub-Saharan Africa 담당 김용빈 부장 ○ 자료가 있는 경우에도 발생하는 오류 앞선 글에서는 주마간산(走馬看山)식 관찰로는 산의 높이와 골짜기의 깊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것과, 총체적으로 손안에 들어오는 자료가 없으니 아무거나 손에 쥐어지는 것으로만 시장규모를 판단하는 오류에 대해 언급했다. 오늘은 각종 자료가 있는 경우에도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프리카라고 해서 각종 경제관련 데이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GDP라는 어떻게 보면 만국공통의 전형적인 지표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심각한 오류가 만발한다. GDP는 어떤 나라 안에서 1년간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의 최종 시장가치를 합산한 것으로 대략 그 나라의 경제규모를 나타낸다. 또, 전년도보다 얼마나 GDP가 늘어났느냐를 경제성장률로 표시한다. 이 GDP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DP는 산업발전 단계와 소비시장의 구매력을 추정해보는 간단한 지표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니, GDP는 기본 중에 기본인 경제지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GDP가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하는 점, 생산된 가치만 따지지 생산에 들어가는 자산의 가치는 계산하지 않는 점, 천연자원 고갈과 환경파괴처럼 ‘마이너스’ 영향이 있는데도 무시하는 점, 그리고 그런 것들이 어울려 만들어 내는 경제적 지속가능성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은데, 이는 필자가 여기서 다룰 주제는 아니다.(1) 여기서는 그보다 더 원초적인 문제, 즉 GDP가 국가 경제규모를 추정하는데 왜,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믿고 이용하기 어려운가 하는 문제만을 다루려고 한다. (GDP의 질적 성격에 대해서는 다음에 구매력을 고려한 시장 규모를 다루면서 언급하고자 한다) ○ 아프리카의 GDP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농사일을 하는 아프리카 여인들. 출처: ODA Watch 문제는 GDP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산과 유통의 각 단계에서 생기는 부가가치를 다 합한 것이라는 것은 ‘정의’일 뿐이고 그걸 실제로 집계하는 것은 통계실무 차원에서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우선, 생산되는 재화나 용역이란 것이 ‘합법적 화폐경제’ 테두리 안에서 거래가 이루어져 ‘셈’에 포함되거나 추정되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즉, 화폐를 주고받지 않고 거래를 하거나 암시장에서 거래를 한다면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대가가 없는 노동'의 불포함 돈이 오가지 않는 않는 거래라고 하면, 원래부터 대가가 없는 노동인 경우와 물물거래 또는 (지하경제라 일컬어지는) 무자료 거래가 있을 수 있다. 대가가 없는 노동? 그러니까, 월급을 받는 식당 아주머니의 설거지는 GDP에 산입이 되지만, 전업주부의 설거지는 똑같은 노동이라 해도 GDP 증가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게 얼마만한 규모인지 생각해 보시라.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간병인에게 맡기지 않고 가족을 직접 간병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돈으로 계산해보니 연방정부의 보건의료 전체예산과 맞먹는다는 추정치가 나왔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를 일본에 비교할 때,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서 GDP 격차에 기여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의 상황은 어떤가? 도시 지역의 일부 여성을 제외하고는 임금노동을 하는 여성은 별로 없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하는 그들의 모든 노동이 GDP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의 경우에도 공무원이나 제법 규모가 있는 기업에 고용된 경우가 아니면 GDP에 집계되는 일은 별로 없다고 보면 된다. 필자는 집계가 되느냐 마느냐를 사회보장보험에 가입되어 있느냐를 기준으로 본다. 고용보험 등의 사회보장보험은 기본적으로 임금을 모수로 하여 계산되고, 징수된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아프리카 출장을 가서 Europecar나 Avis 같은 렌터카를 이용했다면 그 기사의 임금은 GDP에 집계되었을 것이고, 현지 에이전트가 소개해 준 개인이 모는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렌터카 비용을 지불했다면 필시 GDP에는 집계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럴듯한 영수증을 챙겨받아 왔겠지만 말이다. 여러분 경험에는 어떤 경우가 많았는가? '물물교환'의 불포함 물물교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커피, 면화, 사탕수수 등 수확물을 내다 파는 환금성 작물(cash crops)이 아니면, 보통 1헥타에서 3헥타 정도 (축구장 1개에서 3개 정도) 농지를 경작하는 소규모 자영농들은 자기 가족이 먹을 것을 재배해서 먹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라면 그 정도 농지 (3천평에서 1만평 정도)면 쌀농사를 짓던 채소를 기르던 자기 가족들이 먹을 것 말고도 시장에 내다 팔아서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 농사는 대부분 집약도가 뚝 떨어지기 때문에 정말 자급자족할 수준에 그치는 수가 많다. 자기가 만디옥(주식인 뿌리식물. 얌, 카사바, 타피오카 등의 사촌)이나 옥수수 농사를 지었는데, 콩을 먹어야 한다면 콩 농사를 지은 옆집이나 옆동네 이웃들과 바꿔먹으면 된다. 대규모 농장에서 임금 노동을 하는 고용된 농민도 임금의 전부나 일부를 수확물로 받아가는 수가 많고, 농지를 빌려서 농사를 지어도 임차료 대신 수확물의 일부를 땅주인에게 내는 전근대적 소작농도 아직 많다. 전체 인구에서 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1% 남짓밖에 되지 않고, GDP에 대한 기여율이 2% 안팎인 선진국과 비교해 보자. 농민이 최대 80% 이상이기도 하고, 그 대부분이 소규모 자영농이거나 소작농이 대부분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농업생산이 GDP에 얼마나 제대로 반영될까? 이런 면에서 아프리카 GDP의 내막은 인도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곧잘 비교되고는 한다. 그러니까, 생활 패턴의 자립도 (내지는 고립도)가 높은, 즉 웬만한 것들은 스스로 키워내 먹고, 직접 만들어 쓰고, 교환하며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과 돈으로 계산할 일이 별로 없는 곳에서는 GDP가 크게 왜곡되어(줄어들어) 있다는 얘기다. ○ 아프리카 정부들은 숫자를 '마사지'한다 2010년 즈음 폭등하는 가나의 경제성장률. 출처:이투데이 그러다 보니 GDP라는 것이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떻게 집계하고 추정하느냐에 따라 숫자를 뻥튀기하거나 증발시키고는 한다. 아프리카 정부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과감하게 숫자를 ‘마사지’한다. 원조 자금이 필요하면 좀 숨기고, 외국인 투자가 더 필요하면 없던 숫자도 그려낸다. 국가가 아닌 원조자 중에서 가장 크다는, 아니, 사실은 웬만한 국가보다도 지원규모가 더 큰, 개발원조계의 큰손인 빌 게이츠도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2) GDP 계산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기 때문에 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매우 다른 결과를 내고는 한다… 조정방법에 따라 세계은행의 세계개발지수(World Development Indicators),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의 Penn World Table,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Maddison Project는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일례로 라이베리아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각각 2위, 7위, 22위로 빈곤한 국가이다. 가나 경제성장률 12배 증가의 비밀 실질GDP = 당해년도 산출량 X 기준년도 가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