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 제54회 공인회계사 합격자입니다. 공인회계사 합격이 긴 여정에서 하나의 중간 목적지에 불과하지만 막상 합격수기를 쓰려하니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고, 자칫 어정쩡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힘겼고 괴로웠던 긴 수험과정을 스스로 미화시키는 잘못을 할까 두렵습니다. 그러나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시험동기
저는 처음 대학교를 입학하였을 때, 다른 고등학교 친구들에 비해서 실패했다는 생각에 학교 생활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패배감에 찌들어 있었습니다.(이런 생각조차 오만하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나중에 다른 학우들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뭔가를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회계 관련 성적이 잘 나오니 회계사 자격증은 비교적 쉽게 딸 수 있겠지 하는 아주 오만한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말 그대로 오만한 생각이었고 거의 5년 반이라는 시간을 수험기간에 쏟아내었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시험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아무 준비 없이 뛰어드는 분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수험생활
(1) 2014.03~2015.02 : 첫 번째 1차시험
저는 14년 1학기부터 학교와 병행하여 고시반 정연재에 입반하여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시험공부를 시작해서, 마지막 1,2개월에 몰아치듯이 공부하면 된다는 주변 형들 얘기만 맹신하며 듣다보니 제가 가지고 있던 기본 공부 성향과 방법을 다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과목 특성 상 회계사 시험은 휘발성이 매우 강한데 그냥 나중에 다 되겠지 하고 넘어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막상 시험 1,2개월 전에 오니 해야 할껀 많은데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았었고, 그럴수록 마지막에 집중하기 보다는 정말 긴장되고 떨려서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1달 동안은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하루에 흰죽 하나를 점심, 저녁 나눠먹고 병원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서 먹는 등 제정신이 아니었으며 몸무게는 10kg이상이 빠졌고 1차시험은 당연히 낙방하게 되었습니다.
(2) 2015.03~2016.02 : 두 번째 1차시험
초시에서 그 고생을 하고 난 뒤 저는 작년의 공부방법이 저한테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저한테 맞는 방법으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잠을 줄이면서 시간을 쪼개 가면서 너무 아등바등 공부만 한다고 하여 성과가 오르는게 아니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는 무조건 쉬어주었고 중간 중간 리프레쉬를 할 겸 지방의 본가에 가서 쉬다 오곤 했습니다. 그리고 경제나 상법은 주로 2학기 중후반이나 돼서야 한다고 흔히 말하는데 저는 1학기때부터 틈틈이 공부를 했었고, 2학기가 되어서도 객관식을 남들보다 좀 미리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한달은 소위 공회전을 돌고 있고 오히려 페이스가 좀 처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미리 준비가 되어 있다보니 작년과 달리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았고 40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아 1차를 합격했습니다.
(3) 2016.03~2016.06 : 첫 번째 2차시험
여기서 제가 또 실수를 범하게 되는데 저는 1차 공부만 계획을 짰었지 2차는 생각을 해보지 못하여서 그냥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위너스 동차종합반을 가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색했고 종합반을 듣다보니 기존 듣던 강사와 다른 강사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한달은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헛되이 보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2차 시험에서 세법과 원가회계를 붙고 3유가 되었습니다. (동차생들은 가급적 동차기간동안 기존의 공부장소, 기존의 강사, 책 등을 바꾸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4) 2016.09~2017.06 : 유예기간
이 기간은 학교로 다시 돌아와서 정연재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재무관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먼저 공부를 시작하였고 재무회계와 회계감사도 강의와 스터디를 같이하면서 실력을 쌓아 나갔습니다. 스스로 감사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도 하긴 하였었는데 하필이면 시험도 어렵게 나와서 두 과목을 붙었으나 감사는 아깝게 떨어져 쓰디쓴 유탈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5) 2017.09~2019.06 : 3차 생활
충격이 너무 커서 그만둘까 생각하다가 경영학과 이재은 교수님에게 상담을 신청했었고 그 후 빨리 마음을 다잡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1차과목과 작년에 붙었던 2차 과목은 너무 오랫동안 안 봐서 많이 까먹어 힘들었지만 버티고 버텨서 18년 1차 시험을 통과하고 그해 2차 시험에서 재무회계, 세법 2유예가 되었습니다. 동차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두 과목 다 합격했었던 과목이기도 했어서 부담없이 공부했고 올해 드디어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3. 추천공부tip
(1) 자신만의 서브노트 만들기
저는 주요 과목에 대해서는 서브노트를 만들어서 공부하였습니다. 큰 공책을 사서 챕터별로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와 관련된 내용과, 필요할 땐 그 문제 자체를 공책에 옮겨 가며 저만의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방법이 특히 2차 공부를 할 때 공책만 봐도 결국 연습서를 한 번 더 회독하는 효과가 있어서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서브노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틈틈이 만들다보면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것입니다.
(2) 일정한 패턴가지기
각 개인마다 체력이나 정신력에 차이가 있겠지만 마라톤에서 처음에 오버런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반드시 뒤처지게 됩니다. 저처럼 오래 공부하는 일은 잘 없겠지만 회계사 시험도 적어도 2년이상 걸리는 장기전입니다. 그런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일정한 패턴이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은 반드시 쉬어 주었고 주중에는 9시반에서 10시사이에 와서 11시쯤가는 패턴을 꾸준히 유지하였습니다. 남들보다 좀 늦게오고 일찍가는 것에 가끔 불안할 때가 있었지만 꾸준히 이 패턴을 유지하였고, 잠을 자는 시간을 확보한 대신 깨어 있는 기간 동안은 낮잠도 거의 안자고 집중하였습니다. 남들이 봤을 때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패턴이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면, 불규칙한 패턴을 가지고, 일찍 오더라도 책상에 누워 자는 사람들보다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3) 소소한 성과(목표) 달성하기
아까도 말했듯이 이 시험은 장기전입니다. 특히 장수생들한테 권하고 싶은데 시험기간이 길어질수록 장수생들의 자존감과 성취감은 낮아집니다. 그럴수록 너무 먼 목표에 매달리기보다 일상의 작은 목표를 달성하여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공부계획을 짤 때 자신의 최대치에서 7~80%정도의 목표를 잡고 공부하면 일주일 끝에 공부를 마무리 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초과 달성시 자신에게 좀 더 휴식을 부여해줄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분명 쉼 없이 공부할때보다 더 효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할 수 있고 성과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
(4) 체력관리 하기
오래 공부를 해야 되고 실제로 엉덩이가 무거워야 시험을 붙을 수 있다고 말하는 시험의 특성상 체력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틈틈이 또는 집에 가서 간단한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 그런 운동 없이 몸을 혹사하며 카페인을 과다하게 복용하였었는데 결국 18년 2차 당시 시험 일주일전 귀에 이상이 생겨 어지럼 때문에 응급실에가서 이틀 정도 공부를 못했고 아직도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은 체력관리에 신경 써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4. 마무리
아직 합격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아직도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아 매일 아침 합격확인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또 잔잔한 바다 같았던 삶속에 갑자기 파도가 몰아치듯이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말 시험 합격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수험생 때 간절했던 그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하면서 신한불란이라는 글귀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지냈습니다. 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공부를 하면서 문득문득 또는 시험일이 다가와서 불안감이 몰려올 때에 항상 제가 흘린 땀(쌓여 있는 연습지, 모아 놓은 다 쓴 리필펜, 닳도록 본 책, 공책 등)을 생각하며 멘탈을 부여 잡았습니다.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미래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자기 자신을 믿고 하루하루를 버텨내시다보면 합격이 눈 앞에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댓글 고생많았습니다.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