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기만큼이나 흔한 ‘말 인플루엔자’는 발열, 마른기침·근육통·식욕부진 등이 특징인 말의 급성·열성 호흡기 전염병이며, 임상증상의 발현형태에 따라 Epizootic Cellulitis of Horses·Pinkeye·Shipping Fever·Stable Pneumonia 등으로 달리 부르기도 한다. 말 인플루엔자의 병인체는 오소믹소바이러스(Ortho- myxovirus)科의 한 종류이며 면역학적으로 A/Equi-1/Praha/56(H7N7) 및 A/Equi-2/Miami /63(H3N8) 등의 두가지형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발생분포는 호주·뉴질랜드 및 아이슬랜드 지역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병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북미지역과 유럽에서는 상재질병(常在疾病)으로 여길 만큼 만연되고 있는 질병이다. 홍콩에서는 1991년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여 1개월간 경마가 중단되기도 하였으며, 일본에서도 1971년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6,782두가 감염되어 12월 18일 「유마기념경주」 출주 예정마 20두가 출주취소되었고 12월 25일과 26일 중산경마와 이듬해 제 1·2회 동경경마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1994년에는 중국에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 하였으며 최근에는 2003년 3월 영국의 14개 목장에서 약 100여두의 경주마가 발병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73년 5월 7일부터 5월 13일 사이에 뚝섬경마장 인근 승마장의 승용마 94두가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서 경마장내 경주마로 전염되어 310여두가 감염되고 그중 1두는 합병증으로 폐사되기까지 함으로써 5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2주간 경마시행이 중단된 적도 있다. 본 질병은 전염성이 아주 강해 실제로 한 마사 내 발생이 일어나면 모든 망아지와 나이든 말들이 대부분 감염되는데 기침이나 콧물을 통해 공기 중에 배출된 비말(飛沫 ;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잘게 튀어나와 퍼지는 병원균)이 마사 내 경주마들에게 빠르게 전파될 수 있으며, 물통, 굴레, 장구, 솔 및 기타 마필관리 용구 등에 바이러스가 붙어서 수 시간 동안 생존하면서 간접적인 접촉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마필관리자가 감염된 마필을 만지거나 접촉한 후 깨끗이 씻지 않고 다른 마필을 다루면서 사람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말 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마필은 즉시 격리수용 시켜야 하며, 가능하면 장구나 기구들은 마필별로 따로 사용하는 것이 보건관리상 좋다. 잠복기는 1~3일로 경우에 따라서 0.5일이나 7일까지 다양하다. 병증의 경과는 합병증이 병발하지 않으면 동물은 1주일 이내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이병률(罹病率 ; morbidity)이 아주 높은 반면 치사율(致死率 ; mortality)은 통상 낮으나, 발병되면 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조교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경주에 출주할 수가 없게 되며 심한 경우 제2차 감염으로 세균성 폐렴이 복합적으로 발생될 수 있어 경제적인 타격을 직접적으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는 말의 전염성 질병이다. 말 인플루엔자는 마과(馬科)동물, 즉 말을 비롯하여 당나귀·노새 및 얼룩말이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병의 발현은 갑작스럽고 약 3일간 지속되는 39~42℃의 고열이 뚜렷하게 측정된다. 동시에 식욕부진과 심한 정신적 침울증을 비롯하여 동물은 머리를 아래로 숙이고 귀를 늘어뜨리며 주위 환경에 흥미를 잃게 된다. 아울러 기침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중의 하나이다. 대개 수명(羞明 ; 눈이 부시어 밝은 빛을 바로 보지 못하는 상태)과 콧물이 흐르며 흔히 감겨진 안검(眼瞼 ; 눈꺼풀) 사이로 충혈된 결막이 비어져 나온다. 눈에 점액농성 분비물이 생기고 각막은 대개 뿌옇게 흐려지게 되며 때때로 한쪽이나 양쪽의 시력이 상실된다. 일반적으로 비(鼻)점막의 카타르가 있으며 가끔 이차적인 세균감염으로 인해서 폐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일부 말에서는 체간부 배쪽에 부종성 종창을 볼 수 있으며 특히 건초가 있는 다리에 염증이 자주 생긴다. 그래서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말의 인플루엔자를 특별히 Epizootic Cel-lulitis라고 부르는 것이다. 드물지 않게 황달이 생길 수도 있으며 일부 동물에서는 카타르성 및 심지어 출혈성 장염이 생기기도 하고 신장(腎臟)의 손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말 인플루엔자에 대한 이전의 자료를 보면 암말에서 유산을 일으킨다고 하였으나 유산이 그렇게 흔히 발생하는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유산과 관련된 호흡기 질환은 말 바이러스성 비강폐렴일 가능성이 높다. 말 인플루엔자로 폐사한 동물의 주요한 병변으로 세기관지염을 들 수 있는데 초기에는 장액성의 배출물이 점액성으로 바뀌어 세기관지에 축적되며[그림 1], 폐의 광범위한 수종이나 흉막염을 가진 기관지폐렴을 볼 수 있다. 흉곽은 대개 액체로 가득 차 있으며 후두 주위와 다리에서 젤라틴양의 침윤(浸潤, infiltration : 세포·체액 또는 다른 종류의 물질이 조직의 틈 및 세포내에 침입하는 것)이 있다. 말의 인플루엔자는 일반적으로 임상증상이 뚜렷하게 관찰되나 신속하고 적절한 진단은 최선의 치료방법을 찾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혈청[血淸, serum : 혈액이 엉겨 굳을 때 혈정(血餠)에서 분리되는 담황색의 투명 액체] 진단법으로 유효한 것은 혈구응집 억제반응 시험법(HI, Hem- oagglutination inhibition assay)이다. 감염전의 혈청과 비교해서 혈청 속의 항체(抗體, antibody : 면역체, 항원에 대해 특이적으로 만들어지는 체내 저항물질)역가가 상승하면 감염된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바이러스는 주로 콧물 속에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바이러스를 분리할 수도 있다. 말 바이러스성 비강폐렴과의 감별진단이 필요하며 임상증상이 유사하다고는 하나 인플루엔자에 비해 전염력이 약하고 기침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말 바이러스성 동맥염은 안질환(결막염·각막부종 등)과 맥관염(포피·음낭·사지·안검·복벽 부종)을 나타낸다. 선역의 경우에는 특징적으로 턱밑 임파절의 종창 및 귀밑 임파절의 종창이나 농양(膿瘍)을 보인다. 혈액 및 뇨검사상 단구증가증(單球增加症; (monocytosis)이 나타나다가 임파구감소증(淋巴球減少症 ; lymphocytosis)으로 이어지며 확진은 24시간 이내인 급성기에 비인후두부(鼻咽喉頭部)의 점액을 채취하여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정밀진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다른 진단법으로는 흉부 엑스레이검사를 통한 폐의 증가된 염증부위 흔적과 함께 기관 및 세기관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인후두 및 기관에 대한 내시경 검사는 염증의 증거를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기관 내 삼출물 채취를 통해 적출된 검사시료는 세균배양 및 세포검사를 위해 실험실로 보내지는데, 특히 제2차 세균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가치가 있다. 말 인플루엔자의 방역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관리의 철저를 통한 전파방지이다. 말의 수송에 사용하는 차량이 본병의 전파에 있어 큰 역할을 하므로 말의 이동 전후 반드시 소독하여야 한다. 새로 입식된 동물은 필히 격리하여야 하며 작업복과 도구·장비 등에 대한 소독도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인플루엔자의 감염예방을 위해 예방백신 사용이 일반적인 추세이나 이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액상의 불활화예방약은 만족할 만한 방어효과를 나타내는 반면 유제예방약은 부작용 없이 항원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개발 중에 있다. 이상적인 예방약은 IA/E1 및 IA/E2 바이러스를 모두 포함한 것으로 어린 동물의 감염예방을 위해 비경구적으로 투여되어야 한다. 망아지에 대해서는 생후 6개월이 지난 다음에 예방접종을 실시하여 효과를 높이도록 하며 6~12주 간격으로 2회 이상 재접종한 동물에 대해서는 매년 1회 이상 보강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본병의 발생이 우려되면 4~6주 간격으로 보강접종 하여야 할 것이다. 종마에 대해서도 앞의 방법과 같이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다음해에는 망아지에 한해 이유전에 예방주사를 접종한다. 한편 예방주사를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본병이 폭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는데 스웨덴의 경우를 일례로 들면 1979년도의 본병 유행 시 정기적 예방접종을 받은 말에서는 37%의 발생율을 나타내었으나 부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받은 경우는 77%, 그리고 예방접종을 받은 사실이 없는 말에서는 98%의 발생율을 보였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예방약 사용 프로그램이 적당치 못하고 야외바이러스의 항원구조변이(antigenic drift) 등에 기인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예방접종은 건강한 마필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감염후 바이러스의 배출로 인한 피해도 막아주며, 비록 감염이 되었다 하더라도 증상발현 기간이나 발병의 정도가 미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모든 마필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따라서 예방약의 선택은 교차면역[交叉免疫, Cross Immunity : 동족이종세균(同族異種細菌)의 접종에 의한 면역]이 없는 여러 혈청형의 야외바이러스를 혼합사용하여야 하며 예방접종 프로그램 역시 아래와 같이 치밀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