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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애지 여름호를 펴내면서
일찍이 불세출의 대형비평가(?) 김현이 연출해낸 ‘문지그룹’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으며, 최인훈, 이청준, 홍성원, 김원일, 조세희, 복거일, 이인성, 최수철,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오생근, 정현종, 황동규, 이성복, 황지우, 정과리, 성민엽, 홍정선, 권오룡 등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한국문학의 대표주자들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나 김현이 너무나도 때 이른 나이에 타계를 했고, 이제는 ‘문지그룹’이나 ‘엘리트 집단’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쇠퇴와 몰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첫 번째는 김현이라는 ‘불세출의 대형비평가’를 너무나도 때 이르게 잃어버린 것이고, 두 번째는 김현 유산의 상속자들인 정과리, 성민엽, 홍정선, 권오룡, 이인성 등이 문지의 명예와 명성을 등뒤에 업고 신경숙, 한강 등의 최고의 작가들을 내쫓은 결과, 경제자본을 축적하지 못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정과리, 성민엽, 홍정선, 권오룡, 이인성 등이 한국문학의 이론과 사상의 정립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고, 권성우, 김정란, 진중권, 이명원, 홍기돈 등의 무차별적인 ‘문화권력 비판’에 그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KO패를 당해버린 것이다.
김현, 김병익, 김주연, 김치수, 오생근 등도 그렇지만, 소위 서울대 출신의 교수들인 정과리, 성민엽, 홍정선, 권오룡, 이인성 등은 역사 철학적인 공부가 제대로 안된 얼치기 학자들에 불과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상과 이론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일, 그들이 사상과 이론의 중요성을 알고 사상과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단 하나뿐인 목숨을 걸었다면, 권성우, 김정란, 진중권, 이명원, 홍기돈 등의 ‘문화권력 비판’에 그처럼 손쉽게 KO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 ‘문지의 문화권력’은 ‘우리 한국문학’과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에 기초해 있으며, 우리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마르크스, 니체, 쇼펜하우어 등과도 같은 전인류의 스승이 되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선언을 하고 글을 썼더라면 한국문학은 오늘날처럼 쇠퇴와 몰락의 길을 걸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상과 이론의 정립은 ‘명예와 생명은 하나다’라는 신념으로 자기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며, 먹고 잠 자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에 열두 시간씩, 열네 시간씩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은 것이다. 사상과 이론을 정립한다는 것은 ‘주입식 암기교육’을 뿌리뽑고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고,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시작한다는 것은 전인류의 고전을 읽고 그 고전의 저자들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뜻한다. 하루바삐 서양의 사상과 이론에만 의존하는 ‘제3세계의 문화적 풍토병’을 뿌리 뽑아야 하고,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예법’ 아래 ‘비평하기 보다는 기꺼이 찬양’하는 ‘비평의 만장일치제도’를 뿌리 뽑아야 한다. 전국민이 기초생활질서를 확립하여 ‘적은 법률과 적은 규제’로 서로가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표절과 뇌물과 부정부패를 가장 확실하게 뿌리뽑고 주한미군을 몰아내고 민족통일을 이룩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소위 문지그룹은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집단이었던 만큼 우리 한국인들을 사상가와 예술가의 민족, 즉, 고급문화인으로 인도했어야 했고, 그 미래의 목표와 절차탁마의 사상가의 정신을 보여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오오, 문지여! 문지여!!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인들에게 사상이란 최고의 목적이며, 그 모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고 이 세계의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사상만은 영원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지식인들의 한결같은 꿈이다. 사상은 새로운 세계의 개진이며, 행복에의 약속이다. 사상은 그 어떤 것보다도 고귀한 명예이며, 삶의 완성이며, 보다 완전한 인간의 표지이다. 우리는 그 사상가의 신전 앞에서 언제, 어느 때나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며, 찬양과 찬송을 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그 신전 앞에서, 우리 인간들의 존엄성을 바치고, 가장 좋은 예물을 바치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항상 자기 자신을 갈고 닦으면서, 그 사상의 위업을 이어나갈 것을 맹세를 하게 된다.
----반경환, {행복의 깊이 1}에서
어떤 사물과 사건에 대한 최초의 이해를 담지하고 있는 개념, 어떤 사물과 사건들을 가장 정교하고 세련되게 설명하고 있는 이론, 수많은 이론들과 이론들을 종합하여 그것을 거대한 사유체계로 완성한 사상----. 모든 지식인들의 목표는 최초의 언어(개념)로 다양한 이론들을 정립하고 그 이론들을 자기 자신만의 사상으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다양한 천연자원과도 같으며, 따라서 우리 인간들은 이 언어들을 가공하여 다양한 상품과 물건들을 생산해낸다. 언어는 금은보화가 될 수도 있고, 언어는 철광석과 우라늄이 될 수도 있다. 언어는 사랑과 자유가 될 수도 있고, 언어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삶의 양식을 결정짓는 것은 언어이며,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의 모든 것이 결정된다. 언어는 총알이 될 수도 있고, 이론은 대포가 될 수도 있고, 사상은 원자폭탄이 될 수도 있다. 최초의 언어로 총알을 만들고, 이론으로 전략과 전술을 가다듬고, 사상으로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우주를 창출해낸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이론으로 무장을 하고 그의 이상국가를 창출해냈고,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이론으로 무장을 하고, 인간의 자기 발견을 이룩해냈다. 임마뉴엘 칸트는 ‘자기 스스로의 입법원리’로 도덕왕국을 창출해냈고, 니체는 ‘나는 너희에게 초인超人을 가르친다. 인간은 초극되어야만 할 그 무엇이다’라는 이론으로 비극철학자의 이상형을 창출해냈다. 마르크스는 ‘유물사관’과 ‘역사의 발전법칙’을 통하여 공산주의 사상을 창출해냈고, 반경환은 ‘ ‘나는 신성모독을 범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로 낙천주의 사상을 창출해냈다.
주입식 암기교육을 받으면 표절을 선호하는 백치가 되고, 독서중심 글쓰기 교육을 받으면 사상과 이론을 정립하는 전인류의 스승이 된다. 달달달 외우는 주입식 암기교육을 받으면 표절을 선호하게 되고, 표절을 선호하게 되면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뇌물밥과 부패밥을 좋아하게 된다. 백치들은 조국애와 인간애를 모르는 돌대가리들이며, 선과 악, 도덕과 부도덕을 모르는 인간 이하의 최하천민들(이민족의 노예들)일 수밖에 없다. 책(고전)을 읽고, 또 읽으며, 글을 쓰는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받으면 사상과 이론을 선호하게 되고, 사상과 이론을 선호하게 되면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전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모든 백치들을 대청소하는 전인류의 스승이 된다.
자연철학, 신의 철학, 인간의 철학, 고전주의, 낭만주의, 현실주의, 초현실주의, 공산주의, 구조주의, 낙천주의 등도 전인류의 스승들이 연출해낸 것이며, 스마트폰 세상, 인터넷 세상, 인공지능 세상 등도 전인류의 스승들이 창출해낸 것이다.
아아, 이 대한민국에는 언제, 어느 시절에 진시황이나 알렉산더, 또는 나폴레옹이나 마르크스 같은 전인류의 스승들이 나타나 ‘분서갱유의 혁명’을 연출해낼 수가 있을 것이란 말인가?
‘기획특집: 논쟁문화의 장’은 여든 번째로 ‘반경환 명시감상’을 내보낸다. 시는 인간의 삶을 위로하고 인간의 삶을 찬양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 인간들의 행복한 삶을 불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인은 모든 가치들을 전복시키는 혁명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되고, 새로운 언어와 사상으로서 아름답고 멋진 신세계를 창출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호의 ‘애지의 초대석’에는 박방희 시인과 이순희, 그리고 정해영 시인을 초대했다. 박방희 시인의 [허공도 짚을 게 있다]와 반경환의 작품론 [말의 향연], 이순희 시인의 [대기실]외 4편과 황정산의 작품론 [위안과 치유로서의 시], 그리고 정해영 시인의 [꽃으로 서다] 외 4편과 이형권의 작품론 [침묵, 가장 뜨거운 언어]를 다 함께 읽고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애지의 초점: 이 시인을 주목한다’에서는 김지명 시인과 최병근 시인, 그리고 안은숙 시인의 신작시들을 내보낸다. 김지명 시인의 [서울쥐] 외 4편과 정재훈의 작품론 [테라 인코그니타를 향한 시작으로서의 첫 걸음]과 최병근 시인의 [굴뚝꽃] 외 4편과 권혁재의 작품론 [꽃과 시간의 지문들], 그리고 안은숙 시인의 [부흥하는 회전문] 외 4편과 조동범의 작품론 [교차하며 어긋나며 맞물리며 충돌하며]를 다 함께 읽고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본지는 이번 호에도 [초록 지문] 외 4편을 응모해온 채의정 씨와 [너는 그냥 꽃인 거야] 외 4편을 응모해온 이정옥 씨와 [문어] 외 4편을 응모해온 김도우 씨를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자로 내보낸다. 애지’는 ‘지혜사랑’이며, ‘지혜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해왔다고 자부한다. 지혜사랑과 지혜클래식 시리즈가 수많은 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수많은 시집들이 출간 대기 중에 있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시는 온몸으로, 온몸으로 쓰는 것이다. 이 온몸의 사랑이 ‘애지문화’를 창출해내고, 우리 한국어의 영광과 우리 한국인들의 영광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본지는 우수문예지의 신청과 정산과정의 수많은 규제와 후진적인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우수문예지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적은 규제와 적은 법률과 엄격한 처벌은 선진국의 제도이고, 수많은 규제와 수많은 법률과 느슨한 처벌은 후진국의 제도이다. 국가가 우수문예지 편집자들을 범죄인으로 취급하고, 국민은 국가를 범죄인 국가로 생각한다.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기만 하다.
비판만이 위대하고, 또, 위대하다.
비판은 당신의 존재증명이다. 당신은, 누구를, 무엇을 비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