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인사는 한글로” 태국 정치인들이 한국어를 쓰는 이유는?
조회수 9,9412023. 5. 26. 09:00 유텍스트픽
태국에서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정치인이 SNS에 올린 글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SNS에는 태국 총리 후보가 속해 있는 전진당의 승리를 보도한 세계 언론들의 뉴스 화면이 모여져 올라와 있었는데요.그런데 그 사진들 가운데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치인이 자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신기한 풍경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4일 태국 정치계의 돌풍이 일어났습니다. 야당 전진당이 제1당으로 떠올랐는데요. 전진당은 군주제 개혁, 징병제 개혁 등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워 대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나 군주제 개혁은 태국 정치인들에게 금기처럼 여겨질 정도로 예민한 공약이었는데 말만 잘못 꺼내도 기소될 수 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걸 전면으로 내세워 승리해 버렸으니, 태국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전진당 소속 태국 총리 후보 피타 림짜르랏 대표는 세계 언론에 보도된 승리의 소식을 모아서 SNS에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감사 인사가 놀랍게도 한국어로 적혀 있었습니다. 사진 정중앙에 적힌 '감사합니다.' 사진과 함께 이런 글도 올라왔는데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양국의 번영을 위해 하루빨리 한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감사의 말을 한국어로 전했습니다.
태국 정치인이 한국어를 이렇게나 잘하는 것도 그리고 굳이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SNS에 한국어로 감사를 표한 것도 모든 게 신기한데요. 그런데 피탈 림짜르랏 대표는 왜 하필이면 한국어로 감사 인사를 올린 걸까요?
일단 그는 태국에서 알아주는 친한파 정치인이었습니다.선거 운동 당시에도 태국의 소프트 파워를 한국만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며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요즘 피타 대표처럼 대놓고 자신이 친한파임을 드러내고 있는 해외 정치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블랙핑크를 앞세워 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야당 '그린그라당'이 먼저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자당의 후보를 태그 하면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을 경품으로 제공하겠다.' 인기투표도 아니고 나라의 운명이 달린 선거에 콘서트 티켓 하나를 내밀다니, 근데 이게 완전 제대로 먹혀 버렸습니다.
SNS에 올리자마자 조회수 100만을 돌파! 연대당에서도 이에 질 수 없다는 듯이 똑같이 블랙핑크 티켓을 경품으로 걸었고 국민수권당은 한 술 더 떠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K-POP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블랙핑크가 'XX당을 지지해요.'라고 하면 정권이 결정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어쩌다가 한류가 정치까지 깊숙이 관여하게 된 걸까요?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당연한 이야기지만 두 나라의 엄청난 K-POP 인기입니다.태국인들은 자국 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 한국을 뽑았는데요. 태국의 반정부 시위 때도 K-POP은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소녀시대에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지고 K-POP 팬클럽들은 한화로 약 1억 962만 원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시위대가 소녀시대의 노래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온라인에 올라와 많은 공감을 받았는데요.
인도네시아에서 K-POP의 인기는 한국 시장과 시차 없이 트렌드가 반영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핑크 월드투어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행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렇다 보니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K-POP 팬들이 이 티켓 한 장을 위해 정당을 지지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MZ세대.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선진국들과 달리 젊은 층 인구가 정말 많습니다. 인도네시아는 60%, 태국은 41세 이하 유권자가 42%. 이 MZ세대를 잡는 것이 선거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는 당 가릴 것 없이 MZ대를 잡기 위해 블랙핑크의 티켓을 경품으로 제공하겠다는 기이한 공약도 쓰고 있는 것입니다.
태국 정치인들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실제로 피타 림짜르랏 대표가 친한파인 게 알려지며 태국 K-POP 팬들의 관심이 많이 쏟아지는 중입니다. 인도네시아나 태국 정치인들은 이렇게 한류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으니 한동안 K-POP을 이용한 정치 행보는 계속될 것 같은데요. 참 신기하죠?
한국에서도 선거 기간만 되면 인기 노래를 편곡한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 지금 같은 외국 정치인들의 K-POP 전략이 계속된다면 해외 선거 운동에서도 한국 노래 선거 송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콘텐츠는 우리 한국인들만 즐기는 거였는데 동아시아권을 시작으로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동남아권까지 인기가 늘어났습니다.그리고 남미, 유럽 쪽까지도 퍼져 나갔지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마이너한 문화였는데요.하지만 BTS가 K-POP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한국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으로 전성기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한류 콘텐츠가 전성기를 맞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제는 한국보다 더 한국 콘텐츠를 사랑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을 정도입니다. 대표적으로 미얀마, 베트남, 일본, 대만, 홍콩 등 특히 인도네시아의 한국 사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합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넷플릭스 인기 TOP 10을 봐도 1위 닥터 차정숙, 3위 나쁜 엄마, 4위 택배 기사, 7위 낭만 닥터 김사부, 8위 구미호뎐, 10위 퀸메이커. TOP 10중 6개가 한국의 콘텐츠였습니다. 여전히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굳건하다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게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정작 인도네시아 내 콘텐츠 사업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이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인도네시아의 우노 장관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드라코, 즉 한국 드라마만 시청할 것이 아니라 순다족이나 드라발을 시청해 줘야 우리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부디 인도네시아 콘텐츠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5년 안에 한국을 따라잡기를 바랍니다.'
세계적 OTT가 대중화되면서 과거에는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콘텐츠 외에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 콘텐츠를 정말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안 그래도 OTT 이전부터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는데 OTT라는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에 목말랐던 인도네시아인들의 니즈를 꽉 채워준 것입니다.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 OTT 이용자는 8,300만 명. 한국 인구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이용자 중 57%가 한국 콘텐츠를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런 상황이라 인도네시아 내에서 자국 콘텐츠를 만들어도 번번이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고 합니다. 한국의 맛을 보고 나니 자국 콘텐츠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린 것이죠.
인도네시아 산디아가 우노 장관이 자국민을 향해 한국 콘텐츠 말고 자국 것을 좀 봐 달라고 호소한 이유도 이렇게 보니까 정말 이해가 됩니다. 문화의 힘이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나라의 정치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었는데요. 이쯤 되니 과연 한류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미치게 될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앞으로 우리 한국도 웰메이드 콘텐츠로 이런 한류의 영향력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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