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아버지, 귀신을 불러오다
‘아기 공룡 둘리’ 만화가 김수정
20년 만에 신작 ‘사망유희’ 펴내
“죽음 소재의 코믹한 B급 만화”
정상혁 기자 입력 2021.09.01 00:23 조선일보
20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온 만화가 김수정이 31일 서울 둘리뮤지엄에서 웃어 보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공룡보다 거대한 게 죽음일 것이다.
‘아기 공룡 둘리’의 만화가 김수정(71)씨는 3년 전, 어느 밤의 외곽 도로에서 뭔가를 들이받고 찌그러진 자동차를 한 대 목격했다. “처참한 교통사고였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 비겁함을 뒤늦게 자책하게 됐다. 왜 유리창이라도 깨 사람을 끄집어낼 생각을 못 했나….” 그는 대신 만화를 그렸다. 교통사고로 죽은 자가 귀신이 돼, 자신의 거친 삶을 돌아보는 단편이었다. “돌아보지 마라. 억울해하지 마라. 네가 가는 곳은 네가 온 곳이다.”
김씨가 20년 만에 발표한 신작 ‘사망유희’는 이렇듯 생사(生死)의 양면을 다루는 이야기 네 편 묶음이다.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죽음과 우리 삶 자체가 유희일지 모른다는 의미를 담았다. 죽음을 그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기 성찰도 하게 됐다.” 특유의 과장된 코믹 설정에 욕설 약간도 거르지 않고 첨가했다. 스스로 B급 만화를 표방한다. “지금껏 만화를 그려오면서 한 번도 자기 검열과 심의라는 족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걸 풀고 마음껏 그려보고 싶었다. 세월 지나 투박해진 손으로 그렸으니 ‘삐끕’이 제격이다.”
만화 '사망유희' 속 교통사고로 죽은 남자가 저승에서 생전의 원수들을 만나는 장면. /둘리나라
수록작 ‘귀신 되기 잘했다’는 꾀죄죄한 귀신 세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비 오는 날, 귀신들이 정처 없이 싸돌아다니다 찜질방에 들어간다. 엄마 젖도 못 뗀 아기 귀신, “하도 오래돼 왜 죽었는지 원한이 뭔지도 까먹었다”는 귀신, “잊지 않으려고 귀신 됐다”는 불륜 처녀 귀신. 찜질방에서 처녀 귀신이 옛 내연남을 발견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려는 남자 등에 달라붙는다. 곧 교통사고가 닥친다. 작가는 “제발 죄 짓고 살지 말자”고 썼다.
2011년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간 김씨는 이번 작화(作畵)를 위해 지난해 서울로 돌아왔다. 태블릿 대신 늘 해왔듯 종이와 펜으로 그렸다. “캐나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가 계속 책상에 누워있어서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며 “밴쿠버는 한적해 스토리 구상에 적합하고 서울은 집중해 몰아쳐 그리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오래 쉬었으나 한 컷씩 공간을 메워갈수록 감각이 살아났다.
신작 ‘사망유희’(작은 사진)는 2001년까지 연재된 ‘작은 악마 동동’ 이후 20년 만에 발표하는 만화다. /둘리나라
아동 학대를 다룬 마지막 단편 ‘너 죽으면 어디로 갈거나’에는 아동 만화가의 울분이 담겼다. “처음 이 주제를 다루려 마음먹은 게 10여 년 전이다. 얼마 전 정인이 사건도 있었고, 왜 아직 근절이 안 될까.” 만화 속 착한 소녀가 신경증적 어미에게 매일같이 두들겨 맞는다. 구타 장면에서 웬 장미꽃이 피어난다. “맞는 자의 피, 때리는 자의 희열을 한 화면에 담았다”고 했다. 그러다 어미가 실수로 아파트 집 난간 밑으로 떨어진다. 추락하는 여자 옆에서 메아리치는 대사. “너 죽으면… 어디로 갈거나.”
죽음을 이야기했지만, 삶을 향한다. 이달 초 김씨는 “‘둘리’ 후속작을 위해” 밴쿠버행 비행기를 탄다. “기획하다 무산된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나리오를 토대로 종이 만화를 그리려 한다. 두 외계 소녀가 지구를 침공하면서 벌어지는 줄거리다.” 아이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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