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시인이 본 53선 지식 24.33, 백장암 대바람 소리
백장암 대바람 소리
지리산 천왕봉우리에 뜬구름
어디를 향해 가려는지 알 수 없는데
천만리 구름을 불러 허공에 탑을 쌓는구나!
풀벌레 울던 밤을 얼마를 지냈느냐
산문을 에워싸고 어디를 가려느냐
언제나 나의 길 밖에 바람을 부르는구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눈을 뜨고 바라보니
대나무에 바람이 속삭이고 있는 무지개
보리수 그늘에 앉아 있는 실 달 태자
그날에도 새벽에 별이 빛을 뿌리고 있을 때
도솔천 내원 궁에 피는 연꽃을 보았네!
백장암은 신라시대에 탄생한 출가 승려들은
지금도 그들의 혼이 백장암에 나타나
후학들에게 지도하고 있는데
나에게 주어진 그날의 정진은
나에게 주문하던 화두 탐구는 어디에서
나를 안고 가려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고 있을 뿐이네
백장암을 창건한 선사들에게 주어진
정진의 노력을 고찰하려는 새
새들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곳
그곳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자아
백장암 대바람 소리를 듣고 있는 이들에게는
청개구리가 소리를 지르고 울던 새벽
그날에 비가 내리는 날인데
개구리의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면
애기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닮았네!
백장암에는 청개구리를 따라서 하려는 정진
비가 올 때면 언제나 똑같은 소리를 내면서
하모니카를 부르는 소리를 내는 백장암 선승
지리산을 흔들고 일어나는 바람도
백장암에 와서는 멈추어 있네
멈추어다오 어서 멈추어다오
백장암으로 가는 바람이 일어나고 있을 때
동쪽 하늘 멀리에서는 구름이 일어나고 있어
나를 오라고 하는 듯이 소리를 비는 새
새가 울고 있는 것이냐 노래를 부르는 것이냐?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데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고 있는지
구름을 일으키고 있는 바람이 소리를 지르면서
탑 난에 이끼인 이끼를 붙들고 있구나
잠에서 깨어나게 하려는 바람도
선승들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 수행자로 안다면
누구나 다 앉아서 화두를 탐구하련만
조주는 언제나 차나 한잠 하게
그렇게 수행자들에게 말 했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을 뿐이네
2023년 10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