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뇌파
생각만으로 로봇 팔다리 움직여 밥 먹고 걷지요
입력 : 2023.05.23 03:30 조선일보
뇌파
▲ /그래픽=유재일
지난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난카이대 인공지능대학 돤펑 교수 연구팀이 원숭이 뇌와 기계를 연결해 원숭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만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어요. 연구팀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원숭이는 움직이지 못하도록 장치에 묶여 있고 대신 당근을 쥔 로봇 팔이 원숭이 쪽으로 움직여요. 로봇 팔은 사람 팔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다 원숭이 얼굴 근처에서 멈춰요. 그러자 원숭이는 당근을 먹으려는 듯 입과 몸 일부를 앞으로 내밉니다. 연구팀은 원숭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내용이 전기 신호로 로봇에 전달돼 로봇이 움직인 거라고 설명했어요. 원숭이의 뇌와 기계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는 거예요.
이처럼 뇌의 신호로 로봇이나 기계를 작동시키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 기술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요?
뇌에 흐르는 전기, 뇌파
우리 뇌에서는 매 순간 뇌파가 나옵니다. 뇌파란 뇌 신경세포가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말해요. 다시 말해 뇌가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뇌파는 심장을 뛰게 하고, 근육을 움직이고, 우리가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등 몸의 여러 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절해요. 또 생각하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일과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등 복잡한 정신 활동 전체를 처리합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솔하는 대장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 활동은 모두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일어나요. 신경세포들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세포와 소통하는데, 이때 전기 신호를 사용합니다. 1875년 영국 생리학자 케이턴은 토끼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던 중, 이 신호의 흐름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이 뇌파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뇌파로 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어요. 뇌파는 그래프로 바꿔 표현할 수 있는데, 우리가 어떤 생각 또는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뀌거나 특유의 패턴이 나타나거든요.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뇌가 생각한 대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뇌의 신호로 로봇이나 기계를 작동하는 기술을 뇌-기계 인터페이스(BCI)라고 해요. BCI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기술이에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생각만으로도 로봇을 움직여 밥을 먹거나 양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휠체어를 연결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어요. 또 언어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은 생각하는 내용을 뇌파로 측정해 컴퓨터 화면에 띄우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도 있지요.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가상공간에서 또 다른 자아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해요. BCI는 매우 주목받는 기술로 손꼽히고 있어요.
뇌파와 AI로 로봇을 조종해요
실제로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여 이동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어요. 지난해 미국 텍사스대 호세 미안 교수 연구팀은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지마비 환자 3명을 대상으로 BCI 기술을 시연했어요. 연구팀은 환자에게 뇌파를 읽는 센서 31개가 달린 두건을 씌웠어요. 그리고 환자가 팔다리를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의 뇌파를 읽어냈지요. 이 과정을 5개월 동안 반복해 정보를 모았습니다. 이후 이 두건을 휠체어와 연결하고 환자가 두건을 쓴 뒤 움직이는 상상을 하게 했더니 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휠체어가 움직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연구의 핵심은 뇌파를 두피에서 측정해 환자가 원하는 대로 휠체어를 움직였다는 거예요. 두피에서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은 별도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돼 매우 안전하지만 뇌파를 읽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대부분 BCI 기술은 뇌파를 읽는 센서인 전극을 머리 안에 심는 방법이었어요. 센서가 뇌에 직접 닿으면 뇌파를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피부를 째는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뇌가 다칠 수 있다는 게 큰 단점이었어요. 원숭이 뇌파로 로봇 팔을 조종한 난카이대 연구팀은 대안으로 목 혈관에 센서를 심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뇌로 혈액이 드나드는 길목에 센서를 놓으면 뇌파를 효과적으로 읽으면서도 뇌가 다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어요.
최근 국내 과학자들은 뇌파를 읽고, 그 정보에 AI 기법을 더하는 기술도 개발했어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정재승 교수 연구팀이 만든 알고리즘은 뇌파를 측정한 데이터에 인공지능 기법을 응용했어요. 환자가 움직이고 싶어하는 동작을 미리 예측해 로봇 팔을 제어하도록 했지요. 이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가 움직이려는 동작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로봇의 움직임을 좌·우·위·아래 등 총 24가지 방향으로 더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답니다.
뇌파로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 문자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연구진은 척수를 다쳐 손이 마비된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어요. 환자 머리에 전극 센서를 연결하고, 뇌파를 읽어 생각하는 문장이 모니터에 나타나게 했어요. 그 결과 1152개 단어로 된 문장을 분당 29.4자의 속도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답니다. 그 정확도는 99%에 달했습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스마트폰 타이핑 속도(분당 115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어요.
뇌파로 음악을 만드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한양대 정은주 교수 연구팀은 뇌파로 악기 소리를 출력하는 기술을 선보였어요. 연구팀은 뇌병변 환자가 머릿속에서 특정 음을 상상하는 동안 뇌파를 기록하고, 이를 악기 소리로 만들었어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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