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약속 지키기
심영희
어제는 해를 넘겨 동생인 심순덕 시인과 여고 후배인 김백신 수필가와 만나서 "명륜진사갈비 후평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 먹기로 약속하고 취소가 된 후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함께 만났다. 일주일 중 개인으로 정기적이 활동을 제외하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영 시간이 맞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 세 사람 모두 정해진 약속이 없는 7월 24일 수요일로 2주 전에 약속을 해 놓고 오늘 세 명이 만났다.
나하고는 몇 번 만났지만 우리 문학회 행사에도 서로 빠지고 참석하는 것이 달라 지난해 11월 연말 윷놀이 이후 처음 많났으이 같은 춘천에 살아도 따로 약속을 잡기 전에는 만나기 힘든 게 요즈음 세상이다. 개인적으로 무엇이 그리 바쁜지 모든 사람들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그중에는 나도 한몫하고 있지만.
딸이 "명륜진사갈비 후평점"을 개업한지 내일이면 꼭 한 달이 되는데 그동안 몇 번 가서 점심을 먹었다. 개업 다음 날인 6월 27일에는 내가 동생들을 데리고 가서 딸 개업 턱으로 점심으로 한 턱 냈다. 7월 6일 토요일에는 약사인 아들이 퇴근 후 식당에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다. 저녁에는 앉을 자리가 없으니 다음날 일요일 점심시간에 가자고 했더니 자리가 없으면 축하금 주고 구경만 하고 가면 된다며 굳이 토요일 저녁에 온다고 하여 9시에 도착했는데 10시가 영업종료 시간이라 다행히 자리가 있어 저녁을 집에서 먹고 간 나도 아들 사위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12일 금요일에는 식당 뒤 조그만 꽃밭에 꽃을 심으러 갔다가 횡성에 사는 상희 어머니가 오셔서 딸이 대접하는 점심을 먹고 왔는데 17일 수요일에는 바로 아래 여동생이 점심을 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날따라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져 운전하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점심을 먹는 동안 비는 소강상태였고 동생과 개업 선물도 받아가지고 내가 심어 놓은 꽃밭도 보여주었다.
어제도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아침부터 날이 맑다. 약속 장소에서 차례로 태운 뒤 '''명륜 진사갈비 후평점"에 도착해 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로 옆에 있는 꽃밭을 보여주었다. 진사갈비 음식점에 처음 와 본다는 김 작가와 심 시인이 나란히 앉아 그동안 회포를 풀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이번 점심은 심 시인이 사는 날이다.
퇴직 후 취미로 꽃을 많이 키우는 후배가 꽃을 더 준다고 갔다 심으라고 하여 내친김에 후배 토방에 가서 몇 가지 화초를 얻어가지고 와서 식당 꽃밭에 갖다 심어 놓고 왔다. 그중에 인동초와 배롱나무는 화분에서 잘 자란 것을 가지고 왔는데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하니 일단 꽃밭에 심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처음 키워보는 목 백일홍, 발코니에서 적응해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물을 주었다.
이렇게 1년 가까이 벼르던 점심 약속을 지키고 나니 내 숙제를 다한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제 앞으로의 내 숙제는 목 백일홍을 잘 키우는 것이다. 동생은 지난해에 가지고 간 목 백일홍이 죽었다고 어제 또 가지고 갔는데, 제대로 키울지 모르겠다. 사람에게 물, 공기, 햇빛이 필요하듯이 식물도 물를 잘 주어야 하고 적당한 햇볕과 바깥공기를 쐬어야 잘 자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