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삐삐삐’ 순간적이었다. 시속 9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대시보드 중앙에 달린 내비게이션을 잠깐 봤을 뿐이다. 불과 1초도 안 되는 찰나 시간. 그 순간 앞차가 급제동했고, 내 차가 전방 장애물과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인지하고 당장 브레이크를 밟으라며 커다란 소리로 경고음을 보냈다. ‘끼익~!’ 차가 완전히 정지했을 때 앞차와 거리는 불과 30cm. 약 0.5초만 늦었어도 크게 충돌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
자동차가 도로 위의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다. 그만큼 자동차가 안전하고 똑똑하다. 자율주행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고, 필요할 때 정지하는 기술도 보편화된다(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나 장애물을 인지하고 스스로 급브레이크를 밟는 자동차도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전방 충돌 경고’ 같이 단순 경고에 그치는 일부 안전 장비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실제로 전방 추돌 경고를 도로에서 써보면 그럴 만도 하다. 원리가 생각보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전방 추돌 경보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앞차와의 거리를 인식한다. 자동차는 속도가 높아짐과 비례해 제동거리가 늘어난다. 따라서 속도가 높을수록 일정 거리 이상 앞차와 거리를 둬야 한다. 전방 추돌 경보는 이점을 역으로 이용한다. 시스템에는 주행 속도에 따라 제동에 필요한 최소 거리가 입력된다. 따라서 주행 중 자동차에 달린 레이더가 앞차와 거리를 인식하고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충돌이 예상되면 운전자에게 강하게 경고한다.
기능을 활성화하면 계기반 중앙에 대수롭지 않은 숫자만 표시될 뿐이다. ‘3.2s’ 앞 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을 때 약 3.2초 안에 확실하게 정지하지 못하면 앞차와 충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처음엔 다소 위협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고에 둔감해진다. 어차피 급제동은 운전자의 몫이니까. 시스템이 아무리 위험을 경고해도 상황에 따라서는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사용자는 ‘생각보다 귀찮은 기능’이라고도 말한다. 앞 차를 빠르게 추월할 때 전방 충돌 경보 장치가 요란 법석을 떨며 불필요한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방 추돌 경고 장치가 달린 다양한 차를 타본 입장에서, 이 단순한 기능이 대단히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운전자가 잠시 한눈을 팔거나 잠깐 졸음운전을 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급제동이 필요할 때 경고를 듣고 단 1초만 빠르게 제동을 시작해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앞서 내비게이션 때문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사고가 날뻔 한 순간을 얘기했다. 이런 경우 외에도 전방 추돌 경보는 꽤 유용하게 사용된다. 한 번은 시내에서 앞 차와 차간 거리를 충분히 벌리고 달릴 때였다. 늦은 밤이어서 전방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에 시속 50km로 부드럽게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삐삐삐’하며 추동 경고 장치가 강하게 경고를 보냈다. 순간적으로 눈앞에 검정색 플라스틱 판자가 날아들었다. 길어 떨어진 플라스틱 판자를 앞차가 밟고 지나가면서 순간적으로 판자가 공중으로 튀어 오른 것이었다. 다행히 빠른 경고와 함께 상황을 파악한 상태였기에 스티어링휠을 급하게 돌려 플라스틱 판자를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물론 전방 추돌 경고는 차종이나 브랜드에 따라 표현 방식이 제각각이다. 쉐보레 올 뉴 크루즈는 앞 차와의 충돌 예상 시간을 알려주고, 위급할 때 ‘삐삐삐’라는 기본적인 경고음과 함께 윈드실드 아래 달린 경고등이 강하게 반짝인다. 이보다 본격적으로 경고를 보내는 차도 있다. 볼보의 경우 단순히 경고등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차간 거리나 주행 속도에 따라 몇 단계로 나눠서 빛과 소리로 경고한다. 보통 앞차와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지 않을 때 윈드실드 아래 경고등이 아주 약하게 들어온다. 이때 소리로는 주의를 끌지 않지만, 언제든 위험할 수 있다는 ‘은은한 경고 메시지’로 운전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여기서 속도를 높여 차간 거리를 더 좁히면 불빛이 약간 더 밝아진다. 마지막으로 주변의 주행 속도보다 내 차가 월등하게 빠르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앞차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을 땐 순간적으로 경고등이 가장 밟게, 연속적으로 점멸한다. 동시에 스피커로 ‘삐, 삐, 삐!’ 하며 크게 경고음을 보낸다.
일부 차종은 여기서 약간 더 발전한 ‘능동형 브레이크 제어’를 포함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 벤츠 A 45 AMG 같은 프리미엄 차종에 쓰이는 기술은 원리와 개념이 앞서 설명한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기능은 충돌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스스로 제동에 개입해 차간 거리를 스스로 확보한다. 물론 운전 중 시스템이 갑자기 개입하는 기분은 절대 유쾌할 리가 없다. 하지만 위험 요소가 그만큼 줄었다는 관점에서는 분명 효과적인 안전 시스템이다. 시스템에 따라서는 능동 브레이크 제어의 민감도도 설정할 수 있다. 이때 너무 민감하게 개입을 설정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예컨대 시내에서 차들이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 때마다 원치 않는 급제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pan style="font-size: 11pt;">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iframes.
<최근엔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 능동적 안전 시스템이 패키지를 이뤄 주행 안정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최근 발생한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버스 7중 추돌사고’를 계기로 능동 안전 보조 장치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얼마 전엔 현대·기아 자동차가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FCA)을 승용차 전 라인업에 기본으로 달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니 앞으로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을 비롯해서 다양한 능동형 긴급 제동 장치의 보편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그만큼 도로를 안전하게 바꿔줄 수 있다. 당신이 앞으로 선택할 차에 옵션으로 제공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길 바란다.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