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의료원에서 운영상의 이유로 호스피스 병동을 폐쇄하려 했다가 논란이 일자 좀 더 운영해 보기로 하고 폐쇄를 보류한 일이 있었다. 조직 운영상의 문제라면 사람을 바꾸어서라도 해결책을 모색하면 되지만 만약에 재정적 문제 때문이라면 대구의료원의 호스피스 병동은 언제든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
중앙암등록본부의 월별 진료이력에 따르면 사망 전 3개월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5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1개월 시점에 CT·MRI·PET(컴퓨터단층촬영·자기공명영상촬영·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 정밀영상검사, 항암치료, 중환자실치료 등을 받은 환자의 비율은 각각 41.3%, 8.4%, 15.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암 환자에 대한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가 남발되고 있는 단적인 증거다. 말기암 환자는 암세포를 죽이고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하는 항암치료 등이 이미 효과가 없는 상태다. 의료비는 의료비대로 나가지만 정작 환자의 '삶의 질'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개인부담도 많아지고 건강보험 공단의 부담도 많아진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이 필요한 것이다. 호스피스는 원래 중세 유럽에서 여행 순례자에게 숙박을 제공했던 작은 교회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런 여행자가 병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는 경우, 그대로 그 곳에서 치료 및 간호를 받게 되었는데, 이러한 수용시설 전반을 호스피스라고 부르게 되었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 병원 치료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서비스를 받는 게 삶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호스피스 지원을 받아야 할 사람 수에 비하면 호스피스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은 인구 3억명에 호스피스 시설이 5천300곳이나 있지만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시설은 전국에 55개뿐이고 병상은 880개에 불과하다. 한해에 암으로 죽는 환자가 7만5천여명이지만 이들 중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지원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11.9%에 불과하다.(2012년 국립암센터 자료) 보건복지부는 작년에 2020년까지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병상을 기존 880개에서 1천400개로 확대하고 이용률을 20%선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환자 수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시설확충 재정이 부족하다면 다른 방안이라도 찾아보아야 한다. 말기암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배제하고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면서 환자 가족, 나아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도 줄이기 위해서는 완화의료전문기관 외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나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확산시켜, 이들을 연계한 의료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많은 말기암 환자들이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요양병원에서 시설·인력·장비 등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으로 지정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이들 호스피스 완화의료지원 서비스 기관의 책임자는 의사보다 오히려 사회복지사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지원은 단순한 의료지원이 아니라 '품격 있는 삶'을 지향하는 전인적인 지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