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당 책모임 연지입니다.
오랜만에 후기를 남기네요.
연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일동포 및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습니다.
1월에는 재일동포 귀국사업 때 조선인 남편과 함께 북한으로 건너간 '일본인 아내'의 삶을 다룬 사진에세이집인 하야시 노리코의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정수윤 역, 정은문고, 2020.)를 읽었고,
2월에는 탈북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박지현, 채세린의 <가려진 세계를 넘어>(슬로비, 2021.)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3월에는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김효순의 <조국이 버린 사람들>(서해문집, 2021.)을 읽었습니다.
<조국이 버린 사람들>을 통해, 작년 몽당연필 연대행사인 '동행'에서 직접 뵙기도 했던 강종헌, 이철, 이동석 선생님을 비롯하여, 꽃다운 나이에 가혹한 고문과 억울한 옥살이를 당하셨던 무고한 정치범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그 분들의 말씀을 다시 직접 듣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연지 4월 모임에서는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간첩단 사건 당시 유학중이던 외국어대에 재입학하여 학업을 마치시고 현재 한국에 체류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이동석 선생님을 모시고 귀한 말씀을 듣기로 했습니다.
이동석 선생님께서 흔쾌히 시간을 내주시고 몽당연필 사무실로 찾아주셔서, 4월 21일, 금요일 저녁, 연지 및 몽당연필 회원들과 함께 하는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동석 선생님께서는 부모님이 일본에 건너오신 경위부터, 일본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자각과 정체성에 눈떠가게 된 과정, 그리고 꿈에 부푼 모국 유학이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난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또한 재판 과정과 옥중에서의 경험을 하나하나 생생하게 들려주셨는데, 듣기만 해도 가슴 아프고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긍정성과 낙천성으로 그 시절을 잘 이겨나갔다는 말씀에 모두들 숙연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이동석 선생님의 풍성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4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버리고, 그날 모인 회원들은 모두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동석 선생님과의 재회를 기약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칠순을 넘긴 연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활발하게 여러 인권운동에 관여하며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을 뵈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하는 반성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과 열정적인 자세에 깊은 배움을 얻는 귀중한 자리였습니다. 다시 한번 자리해주신 이동석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행복하고 따뜻했던 그날의 기억을 사진으로나마 다시 떠올려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