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비치, 팜비치*
김인옥
내 이름은
네 이름의 반경
뭐냐고 묻는다면
가까운 관계로는 너밖에 없다고
파도쳤으나 한쪽에선 소리조차 삼키는
날마다 뒤척이는
등 붙이고 기다랗게 누운 채
어디에도 닿지 못해
목마름이 되는
살아있는 시간은 따로 있어
파도에 밀려온 해초들 위로 넘쳐 나는 발자국
모래 속으로 주름들이 꽉 들어차는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사이
하늘에서는 드론
지상에서는 삼성 애플 캐논을 메고
셔터 속도 즐기는 이들이 넘볼 수 없는 경계까지
이제 이 세상과는 안부조차 헷갈려
어깨 부딪치는 신종 바이러스
2020년과 2021년 사이
정직하게
네가 아니면 나도 아닌 것처럼
팜비치에서 우리, 시드니와 멜번에서 우리, 호주와 한국에서 우리
어떤 질병에도 흔들리지 않아
수천 년을 우리는
한 이름으로 마주한 공생의 바닷가
그 말만 아니어도 외롭지 않을
이 사회적 거리
어깨에 닿자 마자
*시드니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변으로 긴 반도의 끝에 있다. 마주보고 있는 두 바다의 이름인 팜비치는 Cabbage tree palm( Livistona australis)에서 유래되었으며 바다의 한쪽은 서핑으로 다른 쪽은 조용한 Pittwater로 둘러싸여 있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등대 (Barrenjoey Lighthous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