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20대 초반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한센병 환자가 모여사는 소록도로 들어갔다.
잠시 머물다 떠날 줄 알았지만, 그들은 39년 동안이나 한센병 환자와 동고동락했다.
의학 기술뿐 아니라 한센병에 대한 이해가 미천하던 시대에, 그들은 한센병 환자들을 직접 만지며 한센병이 저주받은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명예국민으로 추대되기까지한 그들은 2005년 소록도를 떠난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노년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노파심에서였다.
그들은 이별의 아픔을 주고 싶지도 않고, 거창한 송별식을 알까 싶어 소록도를 떠나기 하루 전날 편지 한 통을 남겼다.
편지의 내용은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인해 아프게 해드린 일에 대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짐은 소록도에 들어올 때 가져온 가방 정도 크기의 가방이 전부였다.
소록도 천사로 불리던 이들, 그중에 소록도 천사로 불리던 마가렛이 지난 29일(2023년 9월 29일) 선종했고, 전 세계가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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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타인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여겼고, 삶으로 그 아픔을 함께하며 의미있는 삶을 살았던 마가렛의 삶은 성인(聖人)의 삶이다.
39년, 그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았다.
물론, 그로인해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 모두 크로노스의 세상에 살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을 살아 영생의 삶을 얻었다. 이 영생의 삶은 선종 후에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살아생전 영생의 삶에 서 있었으므로 그때부터 영원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죽지 않고 영생에 이르는 신비'를 산 것이다.
39년이라는 시간,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걸고 살아온 삶의 여정을 정리하는 시간에서 조차 그들이 걸었던 길이 진리의 길이었음을 증명한다. 편지 한 통과 작은 가방. 그 어떤 편지가 그토록 아름답고, 그 어떤 명품 가방이 그토록 아름다울까?
이런 아름다운 이들에 대한 소식은 미미하고, 온갖 폭력적인 소식들만 대서특필하는 세상이지만, 미미하지만 아름다운 소식이 폭력적인 큰 소식들을 넘어설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두운 것 같아도 그 어둠 속에 빛나는 빛이 있고, 그 빛으로 인해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다. 온갖 실패와 절망과 죽음과 어둠조차도 선한 것으로 바꾸어가시는 하나님의 창조역사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