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잔화(爐裏殘火)
화로 속 잔불씨!
백장산(百丈山)에 밤이 깊어지자, 산사(山寺)의 겨울밤은 덕 적막(寂寞)이 깊어갔다. 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께서 묵연단좌(默然端坐) 하시다가 문을 열고 거기 누가 있느냐? 불렀다. 영우(靈祐) 시자(侍子)가 네! 저, 여기있습니다. 영우야! 너 이 화로(火爐)에 불이 남아 있나? 좀 찾아 보렴! 네! 대답한 영우는 화로 재를 헤쳐서 불을 찾아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휘저어 헤쳐보아도 불은 볼수가 없었다. 영우는 불이 다 꺼져 보렸습니다. 그래! 어디 다시 한번 찾아보자 하고 백장선사가 화로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헤쳐 찾다가 화로 밑바닥에 작은 불씨 하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불씨를 백장선사가 손으로 집어들고 영우 눈 앞에 바짝 보이면서 이것은 무엇이냐? 불이 다 꺼졌다고 하더니, 이것은 무엇이냐? 고 따져 다구쳤다. 영우선사는 대꾸할 말을 잊고 멍하니 서있다가 형용할수 없는 영감이 머리를 탁 치고 갔다. 말로 표현할수 없는 희열(喜悅)이 솟구쳤다. 영우는 벌떡 일어나서 오체투지(五體投地)로 절을 세 번 공손히 하고 나자 백장선사께서 영우제자가 심지를 깨달은 것을 간파(看破)하시고 말씀 하셨다. 옛 조사스님이 설하시기를 범인(凡人)이나 성인(聖人)이나 마음은 모두가 똑 같아서(凡聖等心) 본래의 심법(心法)은 절로 갖추어져 있다, 하셨으니, 너는 지금의 그 심경(心境) 그대로를 잘 호지(護持) 하여 나갈지어다. 인가(認可)를 하셨다.
영우선사는 백장선사께서 화로 속 불씨를 찾아 보여서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하였다. 깨달음을 얻는 기연(機緣)은 이렇게 다양하다. 실참실구(實參實究)의 단계에서 얻어진 결과(結果)다. 요즘은 화로에 불을 담는 세상이 아니라 세상사람들이 화로에 왜? 불을 담느냐고? 묻지만 옛날에는 아궁이에 불때고 남은 숯불을 화로에 담아 방 윗목에 두면 화로 불이 방안 온도를 높여서 냉기를 없애 주니까? 집집마다 하로 불이 있었다. 이 선화(禪話)로 보면 백장선사 방에도 화로 불을 담아 놓았는데 밤이 깊어지자 냉기를 느낀 백장선사께서 시자 영우 수좌를 불러 불씨가 남았는가? 찾으라고 했지만 대충 찾아본 영우는 똑같은 화로에서 불씨를 찾지 못했으나 백장 선사는 화로 밑바닥까지 샅샅이 뒤져서 남아 있는 불씨로 재자 영우 선사를 깨달음으로 이끈 재미가 나는 선화다. 수행(修行)은 화로(火爐) 속 불씨를 샅샅히 헤쳐 찾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실참실구(實參實究)를 해야 한다는 선화(禪話)다. 얼렁뚱땅 대충대충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수행인은 마음에 새겨볼 가르침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