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코스 : 한강 문학관 - > 도리 마을
문화가 흐르는 주민 친화 복합 문화공간인 한강 문학관에 이르러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도리 마을로 향한 것은 일몰 시각 전에 오늘의 걷기를 마치려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생명이 살아 숨을 쉬는 천혜의 대자연으로 일컫는 강천보는 아무런 말 없이 물을 가두고 있다. 이곳에 보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한 적도 없다. 그런데 물 부족과 홍수 피해의 근본적 해결, 수질 개선과 생태 환경 개선을 통한 생물 종의 다양한 증가 등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이곳에 강천보를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자연환경을 오염하는 주범으로 마땅히 해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체와 존속의 갈림길의 강천보! 하지만 강천보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누가 무엇이라 말해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기의 역할에만 충실히 하고 있을 뿐이다.
가는 길이 다른 두 사람을 만났을 때 어느 한쪽을 따라가는 것은 비극이다. 우리가 가는 길은 서로 다른 사람끼리 다투지 않고 화합하며 서로의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도록 권고하는 것뿐이다.
강천보를 지나고 잠시 마을 길로 접어든다. 길 찾기에 유의하며 마을 길을 벗어나니 굽이굽이 돌아가는 산길이 계속된다. 혼자라면 다소 쓸쓸할 수 있는 길에 네 명이 걸어가니 든든하다.
그 든든한 마음에 발걸음도 가볍게 부라우 나루터에 이르렀다. 브라우 나루는 여주읍 단현리와 강천면 가야리 지역을 왕래하던 나루터인데 명칭이 외국말에서 따 온 것 같았으나 주변의 바윗돌이 붉은색을 띠어 붉은 바위->붉바우 ->부라우 변하였다고 하였다.
부라우 나루터에서 우만리 나루터까지는 2.7km이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걸어간다. 아늑한 마저 느낄 수 있는 좋은 길에서 힘차게 진행할 때 남한강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감추는 깊은 산속을 걸어가는 착각 속에 우만리 나루터에 이르렀다.
우만리 나루는 여주 읍 우만리와 강천 가야리를 연결했던 나루터이다. 나루터에는 여주시 보호수로 지정된 300년 된 느티나무가 웅대하게 서 있었다. 땔감을 구하러 강천으로 가는 사람들과 원주의 주민들이 장호원장을 보기 위하여 이용한 나루터는 1972년 홍수로 사라지고 느티나무만 남았다고 한다.
다음 가는 곳은 흔암리 나루터이다. 강나루 건너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 가던 나그네라고 박목월 시인은 노래하였지만 우리는 강나루 산길을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가 되어 걸어왔는데
흔암리 나루를 눈앞에 두고 낙석 위험으로 갈 수 없는 길이 되어 자연 친화적인 산길에서 주내로 아스팔트길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가는데 흔암리 선사 유적지를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강가에 있는 바위가 희어 예전에는 ‘흔바우‘로 불리었다는 흔암리는 청동기 시대의 농사를 지으며 살던 주거지임을 확인하는 탄화미가 발견되어 선사 유적지로 보존하고 있다.
주내로에서 산길로 진입하니 청동기 시대의 움집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확인하고 아홉 사리 과거 길로 향하였다. 내리막의 산길을 내려서 또다시 주내로인 포장도로에 이르러 걸어간다.
다소 멀리 하얀 눈이 덮인 우뚝 솟은 조무산이 보였다. 저 산을 넘어가면 경기 둘레길 35코스는 마침표를 찍는 것인데 동행한 빙고 님은 해가 지기 전에 산을 넘어갈 수가 있느냐고 걱정을 한다.
남은 거리를 놓고 우리의 진행속도를 감안할 때 17시 2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하였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안전산행을 최우선하는 빙고님이었기에 우려하는 마음을 어떻게 탓할 수있으랴 !
기도원에서 수련원으로 바뀐 건물이 있는 산길로 진입하다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가볍게 일어나 산길로 진입하였는데 여강길을 걸을 때 느꼈던 가파른 오르막길은 아니었다.
다만 눈길로 미끄러짐을 유의하며 능선에 올라서니 하얀 눈꽃 세상으로 변하였다. 산은 높지 않았지만, 그 규모는 매우 컸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눈 덮힌 산길을 걸어간다.
사람들의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덮인 길을 최선두에 서서 걸어간다. 내가 발걸음을 떼야 눈 발자국이 처음으로 생기는 처녀림의 길, 그 얼마나 걷고 싶었던 길이었나? 순결한 신부를 맞이하는 신혼 첫날밤의 황홀한 마음에 젖어 한 발 한 발이 땅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 위를 날아가는 것이다.
하늘도 희고 땅도 희고 나무도 희고, 내 마음도 흰, 하얀 눈의 세상을 거닐 때 아홉 사리 과거 길이 전원주택의 건설로 멸실되어 갈 수 없는 길이 되었음을 알린다.
아홉 사리 과거 길은 흔암리와 도리를 연결하는 오솔길로 좁고 험해 아홉 굽이를 돌아간다고 해서 아홉 사리라 하였고 경상도 지역의 선비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에 문경을 거쳐 한양으로 올라갈 때 이용하던 길이 되어 아홉 사리 과거 길이라 하였는데 혹 아홉사리길로 진행하여 조무산의 설경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잘된 일이 아닐까?
설경의 세상을 마음껏 느끼면서 조무산 고스락에 올랐다. 높이는 비록 245.2m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리산, 덕유산 같은 깊고 웅장한 산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하얀 눈꽃 세상을 선사하여 준 숨은 비경을 간직한 명산이었다.
오늘에서야 비로소 서산대사께서 눈이 덮인 산길을 걸어갈 때 발길 하나 더럽히지 말라는 시의 참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 때,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숨은 비경을 만끽하고 조무산을 내려서니 일몰 시각 보다 무려 30분이나 지체되었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여강길을 걸을 때 만났던 느티나무가 어두컴컴한 밤에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오늘로써 4번째 만났다. 우연이 필연이 된 것일까? 마을에는 어둠이 내려 앞이 캄캄하였지만, 마음은 창공을 날고 있었다.
도리 마을은 남한강과 청미천이 합류하는 아담한 자연마을로 과거에는 도리 마을 향해 난 도로가 오직 하나뿐이어서 돌아온 길을 도리없이 되돌아 나가야 했기에 ’도리’라고 불렀다고 하였다.
● 일 시 : 2023년 1월15일 일요일 눈오고 흐림
● 동 행 : 박찬일 사장님. 빙고. 좋은 소식
● 동 선
- 11시15분 : 신륵사 입구
- 11시50분 ; 영월루. 점심
- 12시45분 : 금 모래 캠핑장
- 13시40분 : 한강 문학관
- 14시00분 : 브라우 나루터
- 14시45분 ; 우만리 나루터
- 15시40분 ; 흔암리 선사 유적지 표지석
- 16시20분 ; 수련원
- 16시50분 ; 조무산 고스락
- 18시09분 : 도리 마을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34코스 : 6.6km. 35코스 : 10.2km = 16.8km
◆ 시간 : 34코스 : 2시간25분. 35코스 : 4시간29분( 함계 : 6시간5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