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올려야 할까? 2023년 9월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한전의 부채 상황에 대해 “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날 것이다. 가능하다면 전력 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한전의 부채 상황의 심각성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 정부에서 한전은 우크라이나 전쟁, 에너지 수급 불안정 등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었으나 코로나 등에 의한 민심을 달래느라 정부의 전력 요금 동결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그것이 지금까지 지속해 오면서 한전의 적립금이 고갈 위기에 치닫고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금년 9월 11일 한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1조4000억 원(연결 기준)으로 국내 상장사 중 최대 규모로 조사됐다.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요금이 그만큼 오르지 못해 부채가 급증했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해까지 매면 10조 원 안팎으로 늘었다. 2021년 한전 부채는 145조8000억 원에서 2022년 192조8000억 원으로 1년 만에 47조 원(32.2%)이 불었다. 이러한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8400억 원에서 2027년 226조2701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은 올해만 4조3922억 원으로 2027년까지 5년간 24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 이자로만 132억 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미국의 긴축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서고, 산유국들의 감산 여파로 원유값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에너지 수입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당초 전망보다 환율이 5%, 에너지 가격이 10% 오를 경우 내년에만 6조 원 이상의 영업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동아일보 2023. 9. 12)
이러한 한전의 영업적자는 계속 가중될 것으로 추정한다.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만약 영업 적자로 적립금이 고갈되면 한전의 자금줄인 채권 발행도 막힐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9200억 원)의 최대 5배인 104조6000억 원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올 8월 말 기준 한전채 잔액 규모는 78조3000억 원이다. 올해 약 6조 원의 영업적자를 내면 적립금이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약 75조 원으로 쪼그라든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채권 추가 발행이 불가능한 셈이다.(동아일보 2023. 9. 12) 하지만 한전의 이러한 영업적자를 줄이고 재정 건전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은 묘연하다. 지난 정부는 코로나 시국에 국민의 생활 안정을 구실로 전기요금 인상을 미뤄왔다. 그것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부담을 주었다. 그렇다고 현 정부와 여당의 전기요금 인상 또한 만만치 않다. 인상하자니 국민의 여론이 무섭다. 현재 모든 물가가 상승하고 있어 국민 생활경제에 비상이 걸리고 있는데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거기다가 내년 총선이 목전에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의 여론이 악화하여 표가 이탈될까 두렵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 여당의 전기요금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전이 아무리 공기업이라지만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올리고 인하 요인이 발생 했을 때 내리는 유연성 있는 요금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 기조가 형성되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무시해 왔다. 그것이 오늘 더 가중한 국민부담으로 올 가능성의 길을 열었다. 한전의 재정 상황은 건전성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도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한전의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자금 낭비를 방지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여야 한다. 한전 직원들의 과도한 성과급 잔치 등을 막아야 한다. 임원들의 과도한 연봉도 살펴야 한다. 그렇게 하여 경영 합리화에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로드맵과 설명이다. 한전의 무한 적자 요인을 밝혀내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국민을 향해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도 설명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전기요금은 단계적 인상의 필요성과 로드맵도 보여야 한다. 한전의 재정 건전성을 차후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은 인상하여야 할까? 우선 급한 것은 한전 스스로 경영 합리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난 정부 탓만 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 이제라도 국민을 향해 현시점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 생활에 충격 요인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와 이자를 그냥 볼 수도 없다. 전기요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그 시점과 방법의 문제가 도사린다. 그리고 한번 올리면 내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가 정책처럼 인하 요인이 발생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도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