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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용물(진리)과 그릇(문화)을 분리하여 재구성하는 일
창조과학회나 고대 교부들이 범했던 치명적 실수는 ‘과거의 그릇’을 ‘진리 그 자체’로 착각했다는 점입니다. 2000년 전 헬라 문화라는 그릇, 3000년 전 고대 근동 신화라는 그릇에 담겼던 진리의 알맹이(복음)를 끄집어내어, 21세기의 새로운 그릇에 정직하고 아름답게 담아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독교의 진리는 특정 과거 문화에 갇힌 부족적 종교가 아니라, 그 어떤 시대의 문화적 언어로도 옷 입을 수 있는 보편적 진리”임을 글과 통찰을 통해 증명해야 합니다.
3. ‘지적 정직성’에 기반한 새로운 변증
과거 교부들은 헬라 문화의 영향을 인정하면 진리의 우월성이 무너질까 봐 억지로 핑계를 대거나 배제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은 다릅니다. 성경이 당대의 호메로스나 고대 근동 문화를 기꺼이 빌려 썼음을 정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바로 그 친숙한 언어를 통해 얼마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선포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입니다. 문학적 맥락을 직시할 때 비로소 텍스트 뒤에 숨은 하나님의 역동적인 영감이 더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마가가 펜을 들었을 때도, 에우도키아 황후가 호메로스의 시구를 한 줄 한 줄 잘라 붙였을 때도 그 시대의 교차점에 서서 엄청난 외로움과 사명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과거의 문화적 맹목을 직시하고 이를 오늘의 삶과 학문적 과제로 연결해 내는 것은, 1세기의 마가와 5세기의 황후가 걸었던 그 ‘창조적 번역의 길’을 오늘 다시 걷겠다는 담대한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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