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5일(일)~ (32일째... Olveiroa~ Muxia: 33km
순례자숙소: Xunta de Galicia 공용 알베르게, 6유로)
새벽 7시경 길떠날 채비들이 분주하다.
오르락 내리락 발걸음들이 요란하다.
근데 한 외국인 여자 카미노가 윗옷을 홀랑벗고 옷을 갈아입는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젠 놀라움 보다는 그저 저들의 분방스러운 모습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알베르게(숙소) 문을 나서려는데 한국인 부부가 기다렸다며 작별 악수를 청한다.
자기들은 이제 뻐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되돌아 간단다.
잘 다녀오라며 손 흔들어 주는 모습에서 그동안 쌓였던 안좋은 감정이 조금은 풀린 듯 하다.
하룻밤 묵었던 '올베이로아' 인연도 이제 떠나야할 동선의 시간이다.
소똥냄새가 알베르게까지 퍼져오던 그 기억속 추억을 안고...
안녕! '올베이로아'...
서서히 산중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길게 이어진다.
30분여를 걸어왔을까...
길 왼쪽으로 안개에 쌓인 계곡이 보인다.
길은 계곡 깊숙히 아랫쪽으로 이어진다.
안개 내려앉은 풍경이 몽환적이긴 한데 이 아침의 고요가 너무 적막하기도 하다.
길을 걷는 카미노 친구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란 화살표가 나올때도 됐건만...
계곡 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동녁편으로 붉으스레 '산타루시아' 강의 기운이 퍼져온다.
호수의 은은한 풍경을 닮아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양편으로 계곡 깊숙히 걸어내려 와있다.
여전히 화살표가 보이지 않는다.
계곡 중간에 댐이 가로 놓여있다.
댐을 가로질러 우측으로 난 능선을 오른다.
언덕을 다 올라 양쪽으로 난 길을 둘러봐도 화살표나 표지석은 보이지 않는다.
새소리마저 긴장감을 더한다.
길을 잘못 들은게 틀림없다.
다시 총총 걸음으로 되돌아 내려온다.
댐 우측으로 무슨 철탑을 하는 공사장이 보인다.
잔뜩 긴장하는 마음이 더한다.
서둘러 댐을 빠져나온는데 쿵쾅거리는 물폭포 떨어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서둘러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려는데 떠오르는 햇살에 비친 계곡풍경이 환상적이다.
카메라 셧터가 쉼없이 움직인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길을 잘못들은 덕에 담아낸 나름의 사진 몇장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으니...
아름다운 순간이다.
계곡을 다 올라보니 갈림길 중앙에 표시석이 또렷히 서있다.
계곡풍경에 취해 그만 아무런 생각없이 왼쪽길로 내려갔던 것이다.
우측으로 뻗은 길을 걸어간다.
카미노 친구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아침햇살이 앞산을 포근히 감싸안았다.
스페인 '묵시아' 가는 산중에 풍차가 곳곳에 서있다.
바람을 안고 돌아가는 쉼없는 동력...
이길에선 모두가 다 풍경이고 바람인 듯 하다.
어느 작은 다리를 지나고...
흐르는 실개천이 맑고 투명하다.
이 아침의 고요가 머문 산중의 일기록을 생각하며 이내 마음도 순수해지는 기분이다.
손 한웅큼 떠서 차디찬 물을 얼굴에 적시니 정신이 번쩍난다.
상큼하다.
드문드문 단풍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이제 안개도 걷히고 길가에 햇살 가득하다.
기분이 환해진다.
표지석 노란 '조가비'가 선명하다.
'호스피탈로' 마을 끝자락에 표지석 이정표가 서있다.
왼쪽은 '피니스테라' 방향, 오른쪽은 '묵시아' 가는 방향이다.
길의 갈림이 묘한 기분을 들게한다.
어느쪽이든 각자의 의미가 담겨있을 여정이고보면...
부엔 카미노!
오늘 내가 가야할 길은 '묵시아' 방향 오른쪽 길이다.
'묵시아'를 먼저 들은 후 '피니스테라'의 땅끝 마을에서 그 긴 여정의 종막을 마치려한다.
자! 가자 '묵시아'로...
전에도 이야기 했듯이 이런 작고 예쁜 돌다리를 만나면 한꺼번에 건너기가 아깝다.^^
반 발자욱씩 천천히 소곤거리며...
곱게도 어여삐 그길을 즈려밟고...
졸졸졸... 흐르는 소리도 소곤소곤... 내귓전에 맴돌고...
어느 마을을 지나갈때 빨간색 집 입구와 지붕의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어제 '올베이로아' 알베르게에서 함께 묵었던 여자 카마노를 만났는데
당차게 생긴 얼굴 모습과 그 걸음걸이가 꼭 여군처럼 보무도 당당 그 자체였습니다^^
무슨 형상일까요?...
스페인 '묵시아' 가는 길섶에 가을이 농익어 가네요.
호젓히 마음 달래며 걷는 이내 발품의 여정도 이제 내일이면 종착지에 다다르겠지요.
고향 제주를 떠나온지 35일째...
훌쩍 몇년이나 흐른 듯 모두가 그립습니다.
내 작은집 그곳에선...
어느 작은 동네 바(bar)에서 프랑스에 유학중이라는 착한 한국인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꾸밈없는 모습이 예쁘네요.
잘생기고 매너좋은 프랑스 청년과 동행하고 있답니다.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갈길이 멀기도 하여 먼저 길을 나섭니다.
부디 바라는 소망 꼬옥 이루시기를...
자매인 듯...
지나가는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전해오는 밝은미소의 표정들이 환하네요.
덩달아 두배로 기분이 좋아지는 그 느낌을 아시나요^^
오후의 나른한 발걸음이 늦가을 길섶가를 스쳐지납니다.
구불구불 휘돌아 걷는길에 계속 산길이 이어진다.
이제나 저제나 '묵시아' 그 바다는 언제 눈앞에 나타날 것인가.
어느 작은 동네를 빠져나올 즈음 한무리의 사람들이 돌팡에 모여 망중한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동네 주민들인 모양이다.
먹으라며 건네주는 빠케트속 pork맛이 그만이다.
'알 아 뷰'... 시늉을 했더니 웃으며 포즈를 취해준다.
잘가라며 손 흔들어 주는 고운 마음들을 담아낸다.
얼마를 걸었을까...
양쪽으로 우거진 나무숲이 계속 이어진다.
혼자 걷는 쓸쓸함이 아주 적막하다.
멀리서 카미노 셋이서(남자 한명 여자 둘) 내가 걸어가는 반대방향으로 걸어오고 있다.
반갑다.
자기들은 '묵시아' 여정을 마치고 다시 '올베이로아'로 돌아가는 중이란다.
얼마남지 않았으니 힘 내라는 응원을 보내준다.
걸음을 재촉한다.
시간이 이미 오후 3시를 가르키고 있다.
그렇게 30여분을 걸었을까...
저 멀리서 뭔가 희무스레한 시야가 나타난다.
순간 '묵시아'라는 외침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점점 그 광대한 대서양의 짙은 바다가 내게로 다가온다.
실로 33일만에 대하는 그 감동의 드라마!...
정말 꿈만같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숙연하다.
바닷가에 지어진 예쁜집들이 평온하게 펼쳐져 있다.
'이곳이로구나' 생각했는데 길가 왼쪽으로 '묵시아'라고 노란글씨로 쓰여있다.
발길을 돌려 금방 나타나겠지 했는데 길가 표지석에 6km가 남았단다.
아스팔트 길을 쭈욱 따라 가노라니 소나무 울창한 바닷가 아래서 울리는 웅장한 파도소리가
막혔던 가슴을 뻥 뚤리게 하는 환희의 순간을 느낀다.
한시간여를 걸으니 어느 작은 동네가 보인다.
길은 아스팔트와 오른쪽 동네길로 나누어진다.
그곳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그냥 편하게 아스팔트길로 가란다.
잠시 망설이다 아랫쪽길을 택해 걷기로 했다.
짦은 동네길을 지나 왼쪽 골목길로 휘돌아서니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다시 내리막길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얼마를 걸었을까...
마침내 '묵시아' 바닷가 해변이 눈앞에 보인다.
무엇을 찾아 이역만리 그 먼먼 길을 걸어 대서양 이곳 바다에 왔던고...
무리 생각해도 그 물음의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무한의 바다가 가슴깊이 전해오는 이 순간의 감동이 내 평생 진한 추억으로 새겨 있을진대...
저 바다속에 발을 담근다.
바닷물이 차갑기도 하거니와 발이 얼얼하도록 휘젓고 다녔다.
작은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갔다를 반복한다.
꿈만 같은데 꿈이 아니였다는...!
그렇게 한시간여가 흐르고...
동네 언덕에 새로 지은 공용알베르게가 무척이나 깨끗하고 넓직하다.
게다가 관리인 여자분의 부드러운 미소가 기분을 좋게한다.
친절하고 잘 안내를 해준다.
조용 조용히...
이제 두칸남은 아이덴샬과 여권을 보이고 '묵시아' 완주증를 받아드니
새상 부러울 것이 없는 듯 하다.
순수한 마음일 듯 하다.
이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감동의 순간이 스쳐 지나고나니 배가 무척이나 고프다.
'묵시아' 돌산(몬테 코르피노'Corpino') 바닷가에 세워진 작은교회 풍경과 벌어진 바위풍경을 담으려 했는데
그러지 못할것 같아 무척이나 아쉽다.
그 기약의 먼 훗날을 남긴다.
어느 바(Bar)에 들러 생맥주 한잔을 시켰다.
그리고 어찌 이곳에 와서 그 싱싱한 조개맛살과 문어를 맛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기가막히다.
불밝힌 어촌마을 거리가 평온하다.
알베르게(숙소)로 돌아오니 침대수 20개중 여섯명만이 묵고있다.
낮에 만났던 한국인 아가씨도 반갑게 인사를 전해온다.
이제 내일이면 유럽의 땅끝 '피니스테라'로 마지막 미답의 길을 찾아 떠난다.
어떤 여정의 설레임과 아쉬운 여운으로 다가올까...
'묵시아'의 밤이 깊어간다.
♤..♤..
첫댓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