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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송이축제
소나무가 낳은 향기로운 요정, 송이버섯
9월 24~27일 봉화읍내 내성천 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려
9월에 소나무 숲 사면으로 난 산길을 걷는다면 발걸음을 더디 하라. 소나무 아래 어딘가에 올망졸망한 송이버섯이 있을지도 모른다. 송이버섯은 산에서 나는 많은 것 중 사람에게 이로운 것으로 손꼽히는 식재료다. 그러나 송이버섯을 단순히 먹거리로만 보기에는 송이가 가진 깊은 매력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송이에 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신라 성덕왕 3년(704년) 왕에게 송이를 진상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며, “송이의 맛은 무독하며 달고 솔향이 짙다”고 적혀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 원년에 송이를 명나라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매우 향기롭고 솔 냄새가 난다. 이것은 산에 있는 큰 소나무 밑에서 솔 기운을 받으면서 돋는 것으로 버섯 가운데 제일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 ▲ 송이버섯. 송이는 재배가 불가능해 순자연산이며 항암효과가 있어 암환자를 비롯한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다. 날씨와 온도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귀해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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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의 가장 큰 매력은 재배가 불가능해 100% 자연산뿐이라는 것이다. 양식 송이가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으나 가격이 저렴한 송이는 중국산이거나 중국산 중에서도 하품인 경우가 많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인공재배에 관해 많이 연구해왔으나 아직 인공재배 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고가에 유통되고 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송이를 좋아해서 품질이 좋은 상품은 일본으로 대량 수출하며, 뇌물이 통하지 않는 일본이지만 송이버섯 뇌물은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하게 취급된다.
송이는 소나무의 뿌리에서 자란다. 뿌리 중에서도 땅 밑에 깊게 들어가지 않은 얕은 뿌리에서 자란다. 평지에는 송이가 없으며 산 속 가파른 경사에서 주로 자란다. 적당히 햇볕이 들고, 숲이 너무 빽빽하지 않아 적당히 통풍이 되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에서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봉화 외에도 강원도 속초·양양·삼척과 경북 울진·영덕, 경남 함양·거창, 충북 제천·단양, 전북 남원 등에서 자생한다. 주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 줄기에 많다.
보통 추석 전후인 9월과 10월이 채취시기이며 가장 많이 나는 때는 9월 하순부터 10월 상순까지다. 좋은 송이버섯은 향기가 진하고 신선하며 부서지지 않은 온전한 모습을 갖춘 것이다. 또 줄기가 굵고 바르며 탄력이 좋고 갓의 육질이 두껍고 옆으로 퍼지지 않아야 하며 속의 육질이 은백색이고 병충해가 없는 것을 1등품으로 친다.
주로 소금구이, 찜, 무침, 초회, 튀김, 버터구이, 덮밥 등의 요리로 먹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버섯 중에서도 항암효과가 가장 높은 것이 송이버섯이라고 한다. 어느 연구기관에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송이버섯에 들어 있는 다당류 성분은 흰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 항암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송이버섯을 달인 물을 암에 걸린 흰쥐에게 먹였을 때 암을 91.3% 억제하거나 파괴했으며 이 외에 팽나무버섯은 86.5%, 아카시아버섯은 77.5%, 표고버섯은 80. 7%, 상황버섯은 64.9%의 종양 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송이채취 체험행사에서 캔 송이는 전일 산림조합 공판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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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버섯은 특히 인후암, 뇌암, 갑상선암, 식도암 같은 윗몸 쪽의 암에 효과가 높다고 한다. 송이의 성분은 수분이 90%쯤이고 나머지는 거의가 조단백질이다. 특유의 향기 성분은 계피산 에스테르, 옥타놀, 이소마츠다케올 등이며 일본인들이 송이향을 몹시 좋아해 송이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식품에 첨가한 제품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항암효과에도 불구하고 송이를 약으로 쓴 일은 드물었다. 송이가 몹시 귀하기도 했거니와 송이의 약성이 순하여 먹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이는 오래 먹으면 불로장수하는 신선초라고도 한다.
국내산 송이 중에서도 봉화송이가 유명한 것은 마사토가 많아 다른 지역 송이보다 수분 함량이 적고 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수분이 적은 편이기에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쫄깃쫄깃해 맛이 뛰어나다. 봉화에서 20년간 15만 평의 산에서 송이버섯을 캔 박성옥(60)씨는 기온과 강수량이 송이의 최대변수라고 한다.
“송이가 최고 많이 날 때는 9월 초부터 10월 초까지인데 온도와 위치에 따라 캐는 시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9월의 기온이 가장 중요한데 만약 32도의 무더위가 2~3일 이어지면 버섯이 녹아 버립니다. 송이가 잘 되려면 8월에 비가 많이 와야 하고 9월에 아침저녁으로 15도 정도가 유지되고 낮 온도가 25도를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또 9월 태풍이 와서 쓸고 지나가야 송이가 많이 납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소나무 뿌리가 흔들려 땅의 포자가 자극을 받아 송이가 빨리 자라게 됩니다.”
- ▲ 봉화송이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이벤트인 송이채취 체험행사. 직접 송이산에 들어가 송이를 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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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미세한 조건들 30가지가 맞아야 송이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갈수록 한반도의 기온이 높아지는 등 이상기온으로 인해 송이 수확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봉화 송이가 좋은 이유는 해안 쪽은 수분이 많아 6일이면 송이가 크는 데 반해 봉화는 내륙이라 크는 데 열흘 정도 걸려 송이가 더 단단하고 향이 강하다고 한다. 결정적으로 온도, 습도, 햇빛의 삼박자가 적당히 잘 맞아야 송이가 많이 난다.
박성옥씨는 “큰 소나무 아래에서 송이가 잘 자란다는 건 오해”라며 “30~60년 된 나무 아래에 가장 많다”고 한다. 큰 고목일수록 햇볕을 많이 가리고 솔잎이 많이 떨어져 통풍이 잘 안 돼서 성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또 송이는 7부 능선 이상에 많은데 그 아래는 낙엽이 깊고 땅이 습해서 생장에 방해가 된다.
송이를 잘 사서 잘 먹는 방법은 역시 제철에 사는 것이다. 제철이 제일 싱싱하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다. 송이는 탁월한 항암효과 때문에 암환자들이 많이 사는데 제철에 사둔 걸 냉동시켜 놓고 1년 내내 먹는다고 한다. “송이는 돼지고기와는 격이 안 맞고 소고기하고 같이 살짝 구워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좋다”는 게 박씨가 추천하는 송이 맛나게 먹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