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으로 알려져 있는 개조개는 봄철이 되면 조가비 안에 탱탱한 살이 차오르고 단맛도 가장 좋아 진다. 봄을 알리는 쑥과 해산물의 조합이라면 당연히 도다리쑥국을 떠올리겠지만, 쑥과 함께 뽀얗게 우러난 개조개 국물 맛은 시원하면서 구수해 별미다.
백합은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로 옛날부터 궁중 연회식에 이용됐다. 흔히 크기가 큰 백합을 '대합'이라 하지만, 대합 조개는 백합과에 속하는 백합·말백합·대복·개조개·떡조개·바지락 등을 통칭해 부르는 방언이다.
음식에 '개'를 붙이면, 먹기에 적당하지 않을 경우를 말하나, 온 동네 개가 물고 다닐 정도로 매우 흔한 조개라는 의미와 예로부터 고가 품종인 백합과 비교해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개조개'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요즘 개조개는 특유의 향과 감칠맛이 뛰어나 국물요리나 찜요리 뿐만 아니라, 구이·볶음·조림·찌개·국·탕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지방은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살이 많아 고급 음식점부터 일반 가정까지 널리 이용되고 있다. 필수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좋고, 피로해소, 숙취해소에도 좋은 식품이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다만 요리 중에 오래 익히면 질겨지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개조개는 타원형으로 껍질이 두껍고 무겁다. 숯불에 구울 때 두꺼운 껍질이 서서히 불에 달아오르면서 살짝 익혀내는 속살의 부드러움과 향기는 어떤 조개도 비할 바 없다.
예로부터 조가비는 약용으로 사용됐다고 하니,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백합조개들 중에 최고로 손꼽을 수 있다.
개조개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며, 조간대에서 수심 40m까지의 모래나 자갈이 섞인 진흙 밑에 산다. 껍질에는 성장맥이 가늘고 거칠게 나 있고, 안쪽은 진한 보라색이다. 산란기는 5~10월이고 수명이 약 10년 정도 된다.
한때 남해안 어업인들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했던 개조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자원이 급격히 감소해 작년 어획량은 1천555t으로, 우리 밥상에서 귀한 음식이 됐다. 부족한 부분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양이 약 6천~7천 t에 이른다고 한다.
개조개는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상태에서 보호해야 하는 조개다.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조개를 먹기 위해서는 다함께 자원 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영혜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