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 日양조회사에 맞서 창립
- 전국 최대 주정공장, 수출까지
- 가장 먼저 선보인 제품 '다이야'
- 희석식 소주 ·스크류캡 첫 개발
- 1996년 '시원' 저도주 붐 일으켜
- 점유율 90% 신화 일궜지만
- 2000년대 들어 매각 홍역 치러
- BN그룹서 인수하며 정상화
- 2014년 '시원블루'로 명예회복
부산 소주 '시원(C1)' 제조업체인 대선주조㈜가 올해로 창사 86주년을 맞는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2012년 부산시 발표)으로 선정되기도 한 대선주조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기업 중 제일 큰 어른이라 할 수 있다. 대선주조가 걸어온 지난 86년간의 세월 속에는 우리의 근·현대사는 물론 서민의 애환까지 함께 스며있다.
■부산 소주 터줏대감 대선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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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1970년대 범일동 공장(위 사진), 2016년 기장 공장 |
대선주조㈜는 1930년 7월 25일 부산 범일동에서 출발했다. 당시 사케(일본 청주)를 제조한 '대일본(大日本)양조'에 대응해 '대조선의 술을 만들자'는 뜻을 담아 大(클 대)자와 조선(朝鮮)에서 따온 鮮자를 합쳐 '대선(大鮮)양조'라는 상호로 우리 고유의 증류식 소주와 주정을 생산했다. 자본금 100만 원과 종업원 60여 명으로 시작했다. 이는 당시 주류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생산량 역시 연간 3만 섬(540만ℓ)으로 전국 주정공장 중 최대를 자랑했다. 대선양조의 소주는 일본에까지 수출되며 명성을 날렸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소주'(2012년 부산시 발표)로 선정된 '다이야 소주(DAIYA SHOCHU)'는 1945년 해방을 전후해 대선주조가 판매한 제품이다. 도자기에 담아 상표에 한글, 한자, 영문을 동시에 기재하는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선주조는 이후 소주 외에도 청주 위스키 맥주 등 거의 모든 주종을 생산하는 주류 종합 메이커로 발돋움했으며 1950년대 들어서는 계열사만 해도 10여 곳에 이르렀다.
쌀 등 식량이 부족했던 1960년대 들어 정부는 양곡관리법을 만들어 쌀로 소주를 빚지 못하게 막았다. 증류식 소주를 더는 만들 수 없게 되자 희석식 소주가 등장했다. 대선주조도 25도의 희석식 소주 '대선(大鮮)'을 내놓아 주류업계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소주 업체가 전국적으로 5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난립했다. 정부는 주류의 품질 저하와 과당경쟁을 방지하고자 지역별 1개 업체로 정리하는 '1도(道)1사(社)'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1974년 소주회사는 전국 10개로 줄었으며, 부산에는 대선주조만 남았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같은 해 대선주조는 본사 사옥과 공장을 부산 동래구 사직동으로 이전하며 시설 확장과 기술 개발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성장기반을 다져갔다. 1982년 대선주조는 당시 암울한 독재시대 상황에서 시민에게 위로가 되겠다는 뜻을 담아 부산 사투리 '썬~하다(시원하다)'를 연상시키는 '선(鮮)' 소주(25도)를 출시했다. 이듬해부터는 상표에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를 그려 넣어 부산 소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돌려 따는 병뚜껑인 스크루캡(screw cap)을 전국 최초로 소주에 도입하고 녹슬지 않는 위생적인 용기로 바꿨다. 대선주조는 '선' 소주를 시리즈로 꾸준히 내놓으며 1990년대에도 소비자 입맛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90년 스페샬 선, 1993년 선타임, 선골드, 1994년 뉴관광용 선, 1995년 수출용 선골드 등을 출시했다. 1996년에는 전국 최초로 알코올 도수 23도 소주 '시원(C1)'을 새롭게 선보였다. 주류업계 최초로 아스파라긴을 첨가하고 산뜻한 디자인을 더 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시민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여 낮추는 등 여러 방면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시원은 부산지역 소주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는 창사 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부산하면 시원이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국내 전체 소주시장을 저도주 중심으로 재편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나 된 비엔그룹·대선주조 새출발
대선주조는 1990년대 후반 무리한 사업 다각화, 경쟁사인 무학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대선주조는 결국 2004년 6월 신준호 푸르밀 회장(당시 롯데햄·우유)에게 600억 원에 인수됐으나 2007년 돌연 사모펀드 코너스톤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이 무려 5배에 달하는 차익을 챙겨 소위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판매량과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애초에 경영보다 이익이 목적이었던 사모펀드는 2011년 대선주조를 또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이때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부산 소주가 다른 지역에 팔리면 안 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부산 향토기업 BN그룹(당시 조성제 회장·현 명예회장 겸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대선주조를 인수하며 지역의 유일한 소주 회사로 지켜냈다. BN그룹은 조선기자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4개나 가지고 있는 부산 향토기업이다. BN그룹 산하에는 현재 BIP, BN스틸라, BN케미칼 등 15개 기업이 있다.
■대선, 최고 품질을 지향하는 뚝심
BN그룹 계열사가 된 대선주조는 품질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삼고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2014년 1월 출시된 '시원블루'는 20%대로 떨어졌던 부산시장 점유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며 대선주조의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시원블루는 '2014 부산 10대 히트상품'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5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는 대상(大賞)을 수상했다. 또 세계 3대 국제주류품평회 IWSC와 몽드셀렉션에서 각각 동상과 은상을 받아 맛과 품질을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시원블루의 판매 호조로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한 대선주조는 지난해 14도 과즙소주 '시원블루 자몽'과 '시원블루 라임'을 내놓아 주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원블루 자몽과 라임 시리즈는 과즙을 배 이상 첨가하고 벌꿀도 함께 넣어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단맛을 무기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시원블루 자몽은 부산 경남을 넘어 전국 대형마트, 편의점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선주조는 지난해 2월 일부 고급 음식점에 한정판으로 내놓아 좋은 평을 얻은 16.9도 '시원블루 로즈'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해 9월 '순한시원'으로 리뉴얼 출시했다. 마테잎차 추출액, 토마틴과 벌꿀 등 고급 재료를 사용했으며 낮은 도수를 강조하고자 제품명과 상표만 새롭게 바꾸었다. 순한시원은 소주 특유의 쌉쌀한 맛을 줄여서 만든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BN그룹 조의제 회장은 "대선주조가 장수해온 원동력은 부산 시민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이라며 "최고 품질을 중시하는 오랜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우수한 제품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연혁
1930. 7 대선양조주식회사 설립
1965. 1 희석식 소주 생산
1968. 5 사명 대선주조주식회사로 변경
1974. 6 본사 및 제1공장 이전( 사직동)
1996. 6 '시원'(23도) 출시
2005.12 부산 최초 민간공익재단 'C1(시원) 공익재단' 설립(총 40억 원 규모)
2006. 7 부산시 향토기업 선정
2008. 1 부산 기장 신공장 가동
2010. 6 리뉴얼 '시원'(19.5도) 출시
2011. 4 BN그룹에 인수
2011. 6 '즐거워예'(16.2도) 출시
2011. 8 장례식장 전용 '그리워예' 출시
2011. 12 '즐거워예' 부산 10대 히트상품
2014. 1 중저도주 '시원블루'(18도) 출시
2014. 7'시원블루' 국제주류품평회(IWSC) BRONZE(동상) 수상
2014. 12 '시원블루' 부산 10대 히트상품
2015. 3 '시원블루' 대한민국주류대상 大賞
2015. 4 '시원블루' 몽드셀렉션 은상 수상
2015. 9 '시원블루 로즈'→'순한시원'(16.9도) 리뉴얼 출시
2015. 9 과즙소주 '시원블루 라임'(14도)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