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기억
표순복
야생 고양이 무리를 보다가
천장에 쥐를 키우던
칠십 년대가 생각났다
천장을 내달리던 쥐들을 막아보겠다고
아버지는 구멍을 뚫어 풍선을 집어넣고
주사기로 바람을 불어 넣으셨다
풍선 벽에 눌려 꼼짝 말라는 생각이었던가
조금만 영리한 놈이라면
날카로운 이빨로 한 번만 깨물어도
단숨에 터뜨릴 것을
마당의 고양이를 피해 숨어든 것일까
나프탈렌 냄새와 집채만 한 풍선이
쥐들을 내보냈는지
기억은 없지만
천장에 키우던 가난
어둠 속에서 부풀어 뒹굴던
알록달록한 풍선
정겹던 그 시절 지붕이
지금의 나를
둥글게 받치고 있는 것만 같은
흐리멍덩 찍소
표순복
어머니와 할머니 사이에서 고무줄로 살았다
할머니 앞에 제일 예쁜 손주였지만
열살 넘어 어느 편에 서지 않고
간장에 간장 탄 듯 된장에 된장 푼 듯
흐리멍덩 찍소가 되어 지청구를 들었다
중삼 때, 딸이 게을러 물 항아리 비었다고
동네 우물에서 한 마디한 엄마의 농담 때문
동네 사는 남자 동창 나를 좋아했던가
너는 게으르고 욕심 없고 착해서 어찌 살래
걱정인 듯 비난인 듯
나는 정말 흐리멍덩 찍소인가
게으르고 욕심 없고 꿈도 없는가
서른 넘도록 혼란스러웠다
일등을 고집하는 아들 키우며
억척스런 엄마로, 부지런하고 욕심 있고
뚝심 있는 나를 만들며 살아왔다
흐리멍덩 찍소 육십 줄 들어
번쩍번쩍 달려가는 하루를 살며
밥 먹는 모임은 왜 이리 많은가 투덜대자
그럼, 가지 마! 등짝 한 대 후려치고 싶지만
사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닌가
싱겁게 내뱉는 그이를 따라 웃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