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한국대사관 워싱턴 한국문화원 주최
568돌 한글날 기념 한글서예초대전
- 석야 신웅순 전
석야, 신 웅 순 | 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 중부대 교수
석야 신웅순의 내 사랑은 · 37
유난히
파도가 많아
참말로
서러운 사람
유난히
길이 많아
참말로
그리운 사람
그렇게
많은 빗방울
서성이던
그 사람
- 필자의 「내 사랑은 · 37」
개인전 3번째이다. 1996년 시·서·도 전, 2012년 한국서예정예 작가전 그리고 2014년 한글날 기념 서예 초대전이다. 학문, 창작은 직업이었으나 필자에게 서예는 어디까지나 여기였다. 정신없이 달려온 길이었다.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예술을 하고 싶다. 수구초심. 여우가 죽을 때에 고향 쪽에 머리를 두고 눕는다 하지 않았는가. 나이 들면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은 이 길밖에 없다. 누구나 그렇듯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고향에 가고 싶어서,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나는 예술을 한다. 옛 선비들의 문화, 시·서·화. 우리 서예인들에게는 이 길밖에 달리 없다. 현대 생활에서 여유와 멋과 풍류는 이 아니고 또 무엇이 있겠는가.
젊은 시절엔 역사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환경이 어떻고 그런 쪽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젠 나를 위해 살아왔던 사람들을 위해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애틋하고 소중한 내 어머니, 내 연인 그리고 내 아내는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야할 빚이다.
달빛이 빗발치고 있다. 고목에 핀 홍매가 찢어질 것만 같다. 유난히 파도가 많고 유난히 길이 많았던 연인, 그렇게 많은 빗방울 서성이던 그 사람. 감회가 새롭다. 내게 사랑을 가르쳐 준 연인이 있었기에 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시조도 있다.
‘먼 길을 보내 놓고는 홀로 남은 이 그리움(어머니·32)’이 있고, ‘부슬비 그 설움을 알 수가 없고, 눈발 그 외로움을 알 수가 없네(어머니·47)’ 시구도 있다. 그리고 ‘부르고 싶은 이름, 엄마’도 있다. ‘눈물나게 아름답습니다. 당신이 그런 사람입니다(당신)’ 내 아내를 위한 시도 있다.
-필자의 시 「당신」
나는 고고하고, 향기를 팔지 않는, 향기가 천리를 가는, 학과 매화와 난을 좋아한다. 다음에는 텅 빈 대나무를 그려보고 싶다. 그리 살지 못했으니 이제라도 죽·난·매·학처럼 살고 싶다.
마음이 어디까지 와 있어야 내가 원하는 시가 되고 글씨가 되고 그림이 될까.
- 필자의 「어머니·44」
쓰르라미가 ‘스름 스름, 스으름’ 운다. 처서 무렵이면 멀리서 쓰르라미가 운다. 그러면 어머니는 ‘찬바람이 불겠구나’ 이리 말씀 하셨다. 가난했던 내 고향 어린 시절. 평상에서 칼국수를 먹을 때면 세상의 제일 높고 먼 곳에서 쓰르라미가 울었다. 저녁에만 그렇게도 오랫동안 울었다.
어제는 한가위 보름달이 참으로 높이도 떴다. 너무 밝아 마구 흔들렸다. 흔들려서 곧 떨어질 것만 같았다. 어머니가 어제는 보름달 속에서 나를 보며 환히 웃고 계셨다.
첫댓글 큰 호평받길 기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