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지난 6월 7일 '김상우(34,194cm)와 2007-08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김상우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음 날 휴대폰으로 김상우의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종합검진 때문에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러 김상우는 위성 케이블 방송 에서 배구 해설을 맡고 있다. 11월 일본에서 열린 2007 여자배구월드컵부터 마이크를 잡았다. 12월 1일 개막한 2007-08 프로배구 V리그에서 김상우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선수 시절부터 모델 뺨치는 외모와 몸매를 자랑했던 김상우는 정장도 잘 어울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발목 수술을 하고 한 달 동안 오른발 전체를 깁스했다. 퇴원한 뒤에는 수지 삼성체육관 재활센터에서 재활치료를 했다. 은퇴한 마당에 계속 체육관에 왔다 갔다 하니까 후배들 눈치가 보였다. 신치용(52)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한 달 만에 나왔다. 운동은 물론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재활 치료를 한 뒤 많이 나아졌다.
은퇴를 받아들일 때 심정은 어땠나.
어쩌겠나. 그때 (신)진식이 문제도 있고 해서 주위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나는 괜찮았다. 팀에 대해 섭섭한 감정도 없었다. 물론 지난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미련은 있었다. '마지막 시즌'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잘 만들었는데 부상 때문에 망쳤다. 2라운드 초반 발목을 다쳐 정규시즌 막바지에 복귀했다.
그 정도로 심한 부상이었나.
다치는 과정에 사연이 좀 있다.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치른 2라운드 첫 경기 때였다. 4세트였는데 다치기 전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세터 최태웅(31,185cm)이 나와 함께 블로킹을 했다. 태웅이는 경기할 때 좀 느린 게 흠인데(웃음) 그날따라 2세트부터인가 "형,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네요. 다리에 자꾸 쥐가 나요"라고 했다. 그래서 "블로킹 할 때 타이밍을 잘 맞추라"고 했다. 그런데 점프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태웅이 발을 밟았다. 그 녀석이 점프하는 힘이 떨어지다 보니 나보다 먼저 착지를 했다. 그때 오른쪽 발목이 완전히 나갔다.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심각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짐작대로였다. 그전에도 태웅이 발을 밟아 두 차례나 다친 적이 있다. 세 번째가 가장 심각했다. 태웅이가 풀이 죽어 "형, 미안해요"라고 하는데 한 대 때릴 수도 없고(웃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내 몫까지 더 뛰어"라는 말만 했다. 아무튼 태웅이는 느리다. 스피드만 조금 더 있다면 최고의 세터가 될 수 있을 텐데.
올시즌 남자프로배구는 5번째 팀이 나올 수도 있었다. 신진식도 은퇴 결정을 내리기 전 LIG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만약 다섯 번째 구단이 창단됐다고 하더라도 나는 은퇴한 걸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배구에 대한)미련은 없다. 지금 이런 말 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센터를 필요로 했던 LIG나 대한항공에서 영입 제의도 있었다. 만약 옮겼다면 한두 시즌 더 했을 것이다. 백업으로 뛸 수는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차피 은퇴해야 하는 상황은 다가온다. 결단을 빨리 내리는 게 좋다. 당시 (신)진식이가 팀에 바랐던 사항에 대해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 진식이가 생각을 좀 더 했어야 했다. 은퇴와 관련해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드릴 말씀이 없다. 더구나 이제는 선수도 아닌데. 선수는 은퇴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해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KBS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런저런 일로 최종 결정이 늦어졌다. 그래서 월드컵에 맞춰 조금 급하게 해설을 맡게 됐다. 프로배구의 경우 경기수가 많아 해설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세진이나 이세호(46) 선생님 등 기존 해설자 외에 인원이 추가됐다. 여자배구 중계에는 이도희(39,전 흥국생명 코치) 선배도 합류하게 됐다. 이 일을 해보니까 준비할 게 정말 많다. 남자월드컵에 앞서 열린 여자월드컵 4경기를 해설했다. 남자경기는 외국팀 경기라도 해설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여자경기는 달랐다. 모르는 선수들도 많고.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해설자로서 올시즌을 예상한다면.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LIG, 대한항공 모두 치열하게 시즌을 치를 것이다. 거의 모든 이들이 꼽는 1위 후보가 대항항공이라는 걸 안다. 드래프트에서 김요한(22,195cm)을 뽑은 LIG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두 팀은 강점이 분명한 반면 약점 또한 뚜렷하다. 그게 변수라고 본다. LIG는 센터도 약점이지만 세터가 약한 게 결정적이다. 유광우(22,185cm)를 데려갔어야 했다. (최)태웅이의 뒤를 받쳐줄 (유)광우를 데려간 삼성화재가 잘된 것 같다(웃음). 대한항공 역시 센터가 약한 게 문제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경기에 이기려면 레프트, 라이트 등 주공격수가 좋아야 하고 경기를 쉽게 하려면 센터가 강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숀 루니(25,206cm)와 박철우(22,198cm)가 빠진 현대캐피탈이 올시즌 힘들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긴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현대캐피탈은 1위도 가능하다. (김)요한이는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프로배구가 출범하기 전에는 대학팀이 실업팀과 경기를 했다. 그래서 대학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월드컵을 해설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실망스러운 경기내용을 보였다고 크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현재 대표팀은 대학선수들 중심으로 짜였다. 나도 국가대표 시절 지금보다 더 약한 멤버로 구성된 팀에서 뛰어봤다. 그때 월드컵에서는 지금보다 경기내용이 훨씬 더 좋지 못했다. 그런데 외국선수들 뛰는 걸 보니 걱정스럽긴 하다. 힘도 힘이지만 기술이 뛰어나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나 일본이 기술 배구를 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가 기술 배구를 한다.
앞으로 계획은.
마지막 질문이었으면 좋겠다. 딸(서윤,6)을 유치원에서 데려올 시간이 됐다(웃음). 당장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배구 쪽과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최근 교육대학원 입학 시험에 합격했다. 삼수 끝에 붙은 거다(웃음). 대학을 졸업한 뒤 성균관대 무역대학원에 진학했는데 그때는 게으른 데다 학업을 소홀히 해 마무리를 못했다. 이번에는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 해설도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김 상 우
생년월일 1973년 7월 30일
신체조건 194cm 85kg
약력 대신중-대신고-성균관대-삼성화재(1996-2007년)
SPORTS2.0 제 80호(발행일 12월 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