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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사랑산악회-154차 산행] ♣ 제천 금수산 망덕봉-능강계곡
▶ 2015년 7월 19일 (일요일) ◀
* [산행 코스] ☆… 상천휴게소→ 보문정사→ 용담폭포→ 용담폭포전망대→ 암릉구간→ 망덕봉정상(926m)→ 얼음골재→ 얼음골[한양지]→ 능강계곡→ 취적대→ 취적담→ 능강와불→ 만당암→ 돌탑길→ 하산점 능강교(총 8.7km)
♣ [프롤로그] — 세상은 삼복지경… 산(山)에서 땀을 흘린다
☆… 덥다.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일주일 전 올라온 9호 태풍 ‘찬홈’은 제주도와 남부지방에만 많은 비를 쏟아놓고 서해상으로 북상하다가 소멸되고 말았다. 특히 중부지방은 아직 가슴이 탄다. 한강수계 남·북한강 상류의 계곡들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인근의 산기슭 밭작물들이 타 들어가고 있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에 품어대는 복사열로 삼복(三伏)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오늘은 중복(中伏)을 며칠 앞두고 있는 날, 서울 중부지방의 기온이 30℃를 상회하는, 아주 뜨거운 날이다. 그리고 지난 6월 한 달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로 인하여 온 나라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모든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외국의 관광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라 전체로 보아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목이 타는 더위에다 메르스까지 겹쳐 참으로 답답한 나날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 메르스가 7월 들어 진정세를 보이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 그러나 어쩌겠는가. 마음을 가다듬고 의연하게 이 여름의 고비를 넘어가야 한다. 비록 가물어서 안타깝지만 더위도 한 때의 자연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산으로 간다. 산은 청산(靑山)이요, 녹음이 넘실거리는 생명의 산이다. 금수산-망덕봉은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에 솟은 명산이다. 산을 오르며 더위를 이기고 삶의 고통도 넘어서고자 한다.
♣ [오늘의 산행지 금수산 망덕봉] — 망덕봉 암릉 길… 그리고 얼음골-능강계곡
☆… 오늘의 산행지는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와 능강리 사이에 위치한 망덕봉(望德峰)이다. 망덕봉(926m)은 금수산 지릉(支稜)에 있는 산봉이다. 금수산 정상에서 1.8km 지점에 있다. 월악산국립공원 중 충주호반 북쪽에 위치한 금수산(錦繡山, 1,016m)은 소위 갑산지맥의 최고봉이다. 갑산지맥은 북쪽의 제천에서부터 남쪽으로 단양군 적성면 말목산(720m)까지 뻗어 내린 산줄기이다. 이 주능선 상에는 작성산(848m), 동산(896.2m), 말목산 등 700∼800미터 높이의 산들이 여럿이고, 서쪽으로 뻗은 지릉에도 중봉(885.6m), 신선봉(845.3m), 미인봉(596m) 줄기와, 망덕봉(926m) 줄기 등 크고 수려한 산들을 거느리고 있다. … 망덕봉 남쪽으로 천혜의 경관인 청풍호반이 펼쳐지고, 그 뒤 남쪽에는 월악산과 대미산, 황정산 등 백두대간의 거대한 줄기가 아련하게 보인다. 아래로 청풍호반에 둘러싸인 청풍문화재 단지와 호반을 가르는 유람선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동쪽으로는 소백산 연화봉 천문대까지 보인다.
▶ 금수산(錦繡山)의 원래 이름은 백운산이었다. 그러나 조선 중기 단양 군수를 지낸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이 단풍 든 이 산의 모습을 보고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금수산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금수산 남쪽 마을 이름이 백운동인 것도 옛 산 이름의 흔적이다.
♣ [갑산지맥의 고봉, 금수산] — 영월지맥 중 제천 가창산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
☆…금수산(錦繡山)은 오늘 우리의 산행지인 망덕봉의 주산이다. 금수산은 ‘한강기맥(漢江岐脈)’에서 분기해 나온 ‘영월지맥(寧越支脈)’이 남으로 내달리다, 제천시의 동쪽 가창산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져 나온 ‘갑산지맥’이 남한강 청풍호반을 만나, 막바지 기백으로 힘차게 솟아오른 암봉이다.
한강기맥(漢江岐脈)은 백두대간 두로봉(오대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오대산(비로봉, 1,564m)-계방산-청량산-삼계봉(1,065m)-횡성 수리봉-오음산을 거쳐 양평 용문산에서 양수리[두물머리] 부용산까지 이어진다. 거리는 166.9km에 달한다. 한반도의 산허리를 동서로 가로 지르는 이 기맥은 북한강과 남한강을 수계(水系)를 나누는 산맥이다.
영월지맥(寧越支脈)은 한강기맥의 삼계봉(1,65m, 강원도 홍천-횡성-평창 등 세 군의 접봉)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태기산(1,261m)에서 원주 치악산(雉嶽山, 1,288m)으로 날아와 남으로 치고 달리다가 제천의 감악산-용두산-가창산을 거쳐, 영월의 남한강을 만나 태화산(1,027m)을 마지막으로 그 산세를 마무리한다. 영월지맥은 횡성의 섬강(蟾江)과 주천강(酒泉江)의 분수(分水)를 이루는 산줄기이다.
갑산지맥(甲山支脈)은 영월지맥의 가창산(820m)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로 제천시와 단양군의 경계를 이루며 남진하여, 갑산-호명산-마당재산-작성산-동산-용바위봉-금수산-부처댕이봉-알봉을 거쳐 충주호반 앞에서 가은산(제천, 562m)과 말목산(단양, 710m)으로 그 산세를 마무리한다.
♣ [남한강(南漢江)] — 한강기맥 이남의 산줄기와 백두대간 사이의 모든 물들이 합수한…
☆…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 1804년?~1866년)는 <大東輿地圖>(대동여지도) 서문에서, 백두대간을 중추로 한 우리나라의 산세를 단 세 문장으로 요약했다. ‘(우리나라) 천하의 형세는 산천(山川)에서 볼 수 있다. 산은 본디 하나의 뿌리로부터 수없이 갈라져 나오고, 물은 본디 다른 근원으로부터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天下之形勢視乎山川 山主分而脈本同其間 水主合而源各異其間)’ 참으로 놀라운 탁견이 아닌가. 보라, 하나의 백두대간에 갈라져 나온 한강기맥 이남의 영월지맥-갑산지맥은 남한강(南漢江) 수계(水系)의 모든 산곡의 등줄기 역할을 한다. 이 연면한 산줄기들로 하여, 그 산의 처처계곡에서 흘러나온 물들이 합수하여 하나의 남한강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게 한반도의 중간허리를 휘감고 올라온 남한강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양수리, 즉 두물머리에서 한강기맥의 이북의 춘천에서 흘러내려온 북한강과 합류하여 대가람[漢江]을 이루는 것이다.
☆… 한강기맥 남쪽으로 갈라져 나온 성지지맥과 영월지맥 사이에 섬강(蟾江)이 발원하여 흐르고, 영월지맥과 백석지맥 사이에서 발원한 물은 주천강(酒泉江)이 되어 흐르고, 백석지맥과 주왕지맥 사이에서 평창강(平昌江, 西江)이 흐르고, 주왕지맥과 백두대간 사이에서 발원한 오대천(五臺川)과 골지천이 정선의 동강(東江)이 되어 흐른다. 주천강과 합류한 평창강(西江)이 영월(寧越)에서 동강(東江)과 만나 남한강의 본류를 이루고, 횡성에서 발원한 섬강(蟾江)은 원주의 문막을 지나 여주 강천리에서 남한강(南漢江)에 합류한다.
♣ [산으로 가는 길] — 제천 남한강(南漢江)의 충주호반을 따라가는…
☆… 오전 8시, 서울의 군자역에서 출발했다. 늦게 온 대원이 있어 예정보다 30분이 지체되었다. 장거리를 왕복하는 하루 일정을 생각하는 지평대장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우리를 태운 분홍버스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간밤부터 아침까지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 출발할 당시에는 비는 그치고 하늘에는 구름만 잔뜩 끼었다. 비가 쏟아질 듯한 흐린 날씨였다. 고속도로는 한가했다.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사실 많은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때이지만!) 오늘의 산행지는 제천의 청풍 호반에 위치한 금수산-망덕봉이다. 오늘은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북충주 I.C.에서 새로 난 ‘평택-제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영동선 남쪽에 위치한, 경기 서해안과 충북의 내지를 동서로 관통하는 도로인데, 우리가 달린 충주-제천 구간은 첩첩산중을 지나는, 수많은 터널로 이어진 도로였다. 우리의 버스는 ‘천등산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천등산터널-산척터널-금성터널을 지나서 이 도로의 종점인 중앙선 남제천T.G.에서 82번 국도로 내려섰다. 제천시 금성면을 지나 청풍대교 앞에서 옥순봉로를 이용하여 굽이굽이 호반길을 달렸다. 오전 10시 20분, 산행들머리인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에 도착했다.
♣ [오늘의 동행] — 언제 보아도 정겨운 얼굴들…
☆… 오늘 산행에는 29명의 대원이 참석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었다. 오늘은 장병국 회장, 김의락 총무, 민창우 산행대장, ‘호산아’ 고문을 비롯하여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남정균 부회장, ‘꽃구름’ 한영옥 부회장 내외분, 전진국 님, ‘바람처럼’ 김정출 님, 문승배 님 내외분, ‘베토벤’ 유형상 부대장, ‘짱가’ 장태임 총무, ‘향이’ 부대장, 그리고 김기봉 님 등 한결같이 정겨운 얼굴들이다. 오늘은 특히 ‘통통공주’ 박은배 부회장이 장영서 님 등 지인 여러분을 모시고 나왔고, 신억균 부회장이 오랜만에 참석하여 많은 회원들의 반가운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하회탈’ 김준섭 부회장과 지인 두 분도 오랜만에 참석하시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라일락’ 임만춘 님과 이종렬 님도 한참만에 본 반가운 얼굴이다. … 산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장병국 회장이 인사와 함께 덕담을 했다. 요즘 세태에 무엇보다 사람에게 절실한 것이 ‘참다운 인성’이라고 전제하고, 한때 한국 바둑계의 최고위에 군림한 조훈현 9단과 제자 이창호와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 [산행들머리-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주차장] — 보문정사, 용담폭포 전망대까지
☆… 오전 10시 30분, 상천리주차장에서 산행에 돌입했다. 오늘의 선두는 지평 민창우 대장이 주도하고 후미는 베토벤 부대장이 수습해 오기로 했다. 출발지인 상천리는 그 동쪽에 부처댕이봉-알봉 등 갑산지맥이 뻗어가고 있고, 북쪽에는 금수산-망덕봉의 장엄한 산줄기가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골마을이다. 우리가 오르는 망덕봉 산행은 상천리주차장에서 용담폭포까지는 ‘제천 청풍호 자드락길 4코스’ 해당하는 길이다. 마을의 길가에는 등산객들을 위한 식당이나 팬션 등 업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고, 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비록 퇴락한 모습이지만 농가도 있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올라가니, 백운동 ‘보문정사’ 표지석이 서 있고 여름 꽃들이 피어서 아름답다. 우측으로 과수원 길을 따라 오른다. 복숭아나무 과원에는 과일을 보호하기 위해 노란 봉지를 덧씌워 놓았다. 싱그러운 초록나무에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듯, 보는 눈이 풍성해진다. 본격적인 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커다란 ‘용담폭포’ 안내석이 있다. 그 표지석 앞에서 통과의례처럼 전 대원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음은 ‘용담폭포’에 대한 해설판의 기록이다.
▶ 용담폭포(龍潭瀑布)는 노송(老松)과 동백나무숲에 둘러싸인 30m 폭포수가 흐르고 5m 깊이의 소(沼)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모습이 승천하는 용(龍)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30m 높이의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과 통증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봄부터 가을까지 탐방객이 이어지며, 용담폭포의 백미는 선녀탕(仙女湯). 폭포 상단에 자리한 상탕·중탕·하탕, 세 개의 소(沼)는 그 옛날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는 전설과 함께 금수산을 수호하던 신룡이 승천하면서 남긴 세 개의 발자국이라고 전해진다.
♣ [용담폭포의 절경] — 금수산과 망덕봉 사이의 계곡물…
☆…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망덕산 산줄기가 아스라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흐려 풍광이 선명하지는 않으나 장엄한 산세가 가슴을 채워 왔다. 이어서 우리는 숲 속의 산길로 접어들었다. 계곡의 나무테크로 만든 무지개다리를 건너 경사진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인 산의 능선길에 접어든 것이다. 길바닥을 살펴보니 여기는 간밤에 전혀 비가 오지 않았다. 날씨는 잔뜩 흐린 저기압이다. 후끈한 공기의 질감이 얼굴을 스친다. 덥다! 산길은 오르막이고 땀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곧 이어 가파른 철계단이 나타났다. 하늘로 오르는 듯한 길고 긴 계단이었다. 대원들이 줄을 이어서 올라간다. 땀이 솟아나고, 솟아난 땀을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흐린 날씨에 땀이 증발하지 않아 옷이 험뻑 젖는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니 긴 계단의 중간에 널따란 나무테크 전망대 시설이 나타났다. 주변의 소나무들이 어울려 장관이다. 이곳이 바로 아래 용담폭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발아래 급경사의 암반을 타고 내리는 거대한 용담폭포가 위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오늘은 흐르는 수량이 너무 적다. 용이 아니라 실뱀 정도가 기어 올라가는 듯이 빈약한 모습이었다. 폭포 위쪽에 선녀탕의 중탕과 하탕이 나뭇잎 사이로 보이기도 했다. 긴 가뭄은 이 청산에서도 그 갈증을 느끼게 한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저 멀리 금수산의 정상이 조용히 솟아있다.
♣ [하늘로 오르는 철계단] — 후덥지근하게 더운 날씨…
☆… 용담폭포와 금수산 줄기를 관망하고 다시 철계단을 오른다. 계단은 급경사의 암벽에 길게 설치되어 있었다. 거리낌 없이 고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날씨이다.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져 따가운 햇살이 괴롭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런 날은 땀이 많이 나서 한증막을 방불케 한다. “청산의 천연사우나!” 호산아가 그렇게 말했다. 철계단은 중간에 올라서 바라보니 상천리 마을과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좌측으로 금수산에서 알봉으로 뻗어가는 산체가 장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계단 주변의 가파른 암벽에 강인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가 그윽한 생명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철계단을 다 올라온 지점의 주위에도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무심한 바위에 생명의 세월을 심고 있었다.
♣ [암릉 길을 오르며] —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이제 본격적으로 암릉 길이 시작되었다. 소나무가 바위와 어울려 군더더기 없는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떤 노송은 바위에 뿌리를 내려 갖은 풍상을 견딘 시간이 인간의 수명을 무색케 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의지의 암송(巖松)’이다. 암릉 길은 그렇게 경사가 급하지 않았다. 능선의 숲 속에 반석(盤石)으로 나 있는 쾌적한 산길이다. 허리를 펴고 다리의 근육을 이완시키며 걷는다. 상천리 주차장에서 1.3km 올라온 지점(이정표)을 통과하면서 경사가 급한 바윗길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위를 딛는 자리가 편안하기도 하다가, 보폭을 크게 잡아야 오를 수 있는 험로가 계속 이어진다. 땀이 흘러 옷이 흥건해졌다. 팍팍하지만 바윗길은 깔끔한 맛이 있다. 널따란 슬라브의 경사진 암반 위에서 대원들이 모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김기봉 님과 신억균 님을 높다란 지점에 버티고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통공주’가 “어, 여기 시원한 막걸리!”하고 부른다. 통통하게 복스러운 몸매에 통통 튀는 애교(?)가 일품이다. 옆에 있는 산우가 건네주는 얼음 물 한 모금은 짜릿한 생명을 일깨우고, 시원한 수박 한 쪽을 베어 문 산우의 목울대가 상하로 꿈틀거린다.
♣ [가파른 바윗길] — 높이 오를수록 강산은 아름다워…
☆… 암릉길이 계속 이어졌다. 때로는 완만하게, 때로는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다. 수많은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마모가 되어 모두 원만한 품새를 일루고 있다. 설악산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오는 가파른 산길에 각진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놓인 너덜지대의 성깔을 생각하면, 망덕산 바위들은 후덕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세월이 흐르면 그렇게 원만해지는 것이 아닐까. 사람의 60세를 ‘이순(耳順)’이라고 한 성현의 말씀은 그래서 탁견이다. 산의 고도를 높일수록 전망도 좋고 주위의 풍광도 아름답게 보인다. 바위의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휘어진 노송들이 고고하다. 고개를 들어보면 주변의 산 능선이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다가온다. 울멍줄멍하게 크고 작은 바위들을 타고 올라 낭떠러지 바위 위에 홀로 선 백승일 님의 모습이 암송처럼 당당하게 보인다. 그리고 청풍호 쪽으로 뻗어가는 망덕산 산줄기의 풍광이 시선을 끈다. 절벽에 소나무들이 촘촘히 자생하고 있는 풍경이 그것이다. 그리고 민 대장이 가리키는 그곳에 돌출한 암봉이 있다. ‘독수리바위’라고 했다. 가만히 바라보니 그 형상이 독수리와 방불하다. 어쩌면 ‘돼지’의 형상 같기도 한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다.
☆… 가파르게 경사진 바위들을 타고 오르는 길은 힘이 들지만 발걸음이 깔끔하고 시원한 풍광을 열어주어서 좋다. 고도를 높여갈수록 건너편 절벽과 산줄기에 솟은 바위의 형상이 더 크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철계단을 오르자 그 전경이 눈이 잡힐 듯 선명하다. 그 계단 위에 미리 올라가 있는 전진국 님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계단 위에 올라가 보니 그 풍경이 더욱 뚜렷하다. 미리 자리를 잡고 독수리바위를 배경으로 올라오는 대원들의 포즈를 카메라로 잡아 주었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무더위를 가슴에 안고 가파른 산을 오르는 대원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지만, 건강한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렀다. ‘이런 삼복지경에 뭐 할라고 산에 가?’ 이런 날 산에 올라가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고행(苦行) 같은 산을 올라보지 않는 사람은 알지 못하리라. 정녕 그들은 알지 못하리라. 묵은 땀을 흘려보내는 이 뜨거운 묘미(妙味)를…
♣ [우뚝한 바위 위의 조망] — 산길에 하얀 꽃이 지천으로 피어…
☆… 철계단 위에는 커다란 바위덩어리,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가 있다. 그 위에 올라서니 상천리마을과 그 주위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높은 바위에 포즈를 취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당당하다. 고도로 보아 이제 거의 산의 팔부능선은 치고 올라왔다. 다시 가파른 암반 길을 치고 오른다. 바위틈에 뿌리를 드러낸 소나무들의 생존이 처절하다. 12시 정각, 상천리주차장에서 1.8km 올라온 지점(이정표)을 통과했다. 선두그룹은 민창우 대장과 호산아, 그리고 백승일 님이다. 작은 안부를 지나고 나니 산길이 온순해졌다. 등산로는 울창한 숲 속에 이어지는 흙길이었다. 흙은 발을 내딛는 감각이 부드럽고 유연하다. 산길이 비록 가파르게 올라가지만 그래서 다리는 천근(千斤)이지만 흙길을 걷는 발걸음은 안정되고 마음은 더없이 편안했다. 길가의 산록에는 올망졸망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나무의 이파리를 보니 철쭉이나 진달래 잎과 비슷한데 꽃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원래 여름 산에는 꽃이 귀한데 이 하얀 꽃은 덕망봉 암릉길이나 숲길의 곳곳에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지평 대장이 야생화에 밝은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보냈더니 회신이 왔다. ‘꼬리진달래’라는 것이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한 여름 망덕봉의 꼬리진달래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숲 속에 피어 있는 주홍빛 꽃 한 송이는 차라리 수줍은 소녀의 자태이다.
♣ [망덕봉 정상] — 고진감래(苦盡甘來),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하다…
☆… 오후 12시 45분, 망덕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상천리에서 2.7km 올라온 지점이고, 금수산 정상에서 약 1.8km 떨어진 지점이다. 망덕봉 정상은 거기서 0.1km 좌측에 있다. 정상은 평탄한 토산이었다. 그 가장자리에 널따란 정상 표지가 서 있다. 올라온 대원들 한 분 한 분에게 인증샷을 눌러주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어있지만 표정은 그렇게 넉넉하고 멋질 수가 없다. 등정의 성취감이다.
☆… 얼마 전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올해 96세의 김형석 교수(연세대 명예교수)의 대담을 읽었다. 1959년 삼중당에서 간행한수필집『고독이라는 병』은 전후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널리 읽혔다. 선생은 아주 쉬운 문장으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수많은 철학적 수필로 독서계를 평정했던 분이다. 지금도 나이답지 않게 정정하고 정갈하게 노년을 보내시고 계신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삶’을 묻는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의 질문에, 젊은 시절 혹독한 고생을 겪은 당신의 삶을 상기하면서 “인생의 매운 맛, 쓴 맛을 다 보고 나서야 인생의 참다운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사랑이 있는 고생만큼 행복한 것은 없습니다. 가장 불행한 것은 사랑이 없는 고생입니다.” 그렇다. 오늘 고행 끝에 오른 망덕봉(望德峰) 정상에서 노철학자의 말씀이 떠오른 것은 또 하나의 환한 기쁨이었다. 산의 이름이 ‘덕(德)을 바라는’ 뜻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우리 <새재사랑> 대원들의 가슴에도 참다운 행복감이 충만하기를 기원해 본다.
♣ [정상 아래의 숲그늘] — 점심식사, 다함께 나누는 인정
☆… 망덕봉 아래 너른 숲 속의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두 그룹으로 나누어 빙 둘러 앉아 즐거운 식사를 했다. 식사를 준비해 온 사람은 각각이지만 한 자리에 내 놓으면 모두 같이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베토벤’ 부대장이 보온병에서 얼음이 둥둥 뜨는 막걸리 한 잔을 권한다. 뜨거운 가슴이 시원한 폭포를 맞은 듯 서늘해진다. 예의 ‘꽁지’ 문 사장은, 준비한 양재기에 특유의 향을 지닌 멍게젖으로 밥을 비빈다. 여럿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마음의 배려이다. 정성이 늘 고맙다. 백승일 님은 스스로 농사지었다는 싱싱한 상추와 파프리카고추를 내놓았다. 산뜻하게 입맛을 돋우었다. 사각사각 씹히는 고추의 싱그러운 향내가 입안에 가득해진다. 이렇게 나누는 식사 또한 고생 끝에 맛보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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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행기를 써서 올리고 나니
비가 내렸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비가 내렸습니다.
반가운 장맛비가 아낌없이 쏟아졌습니다.
춘천댐 수문을 모두 열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려서
지상의 모든 생명들이 활기차게 일어섭니다.
우리의 간절한 기우(祈雨)의 마음을
하늘이 감응하신 것 같습니다.
물줄기가 빈약하게 떨어지는 용담폭포를 보고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마른 능강계곡을 타고 내려오면서
나의 가슴도 마르고
등짝에는 자꾸 뜨거운 진땀이 났습니다.
비가 오니 너무 좋습니다.
아직도 삼복입니다 --
우리 산우들!!
건강하고 풍성한 여름 보내시기를 빕니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풀도 만나고 꽃도 만나고
나무도 만나고 온갖 곤충과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도 만나고
하늘과 구름도 만나고 바람을 만나
거기 순리의 경이로움에
나쁜 나를 날리거나 내려놓고
좋은 나를 담거나 품어 오는 것이다 ............
고문님의
산행기는 언제 보아도 넘 감동적입니다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물이 없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바윗길에 고문님 좋은 그림 만드시느라 고생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