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집 사내
아파트 입구 좁은 상가골목 옛날 식 통닭 가게는
일주일이 넘게 문이 닫혀있었다
개인사정 어쩌고 하는 종이 하나 붙어있지 않았다
옆집 어묵가게 주인아주머니는
글쎄 내가 아나
젊은 사람이 맥아리가 하나도 없어라며 혀를 찼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가게 앞을 지나다
나는 가끔 보았다
작은 스탠드 불빛 하나 켜놓은 어둑한 가게 안
왼쪽 다리를 꼬아 오른 쪽 장딴지 위에 얹은 채 혼자 앉은 사내
테이블 위엔 빈 소주병 셋과 반쯤 채워진 맥주 잔 하나
옆 부산오뎅집 어묵꼬치 종이컵과 빈 꼬치 셋
그리고 물인지 술인지에 젖은 둘둘 말린 휴지
개업하던 일요일 반값 세일 할 때 손님들 보이는가 싶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문을 여는 날보다 닫는 날이 많았다
문이 열린 날도 손님이 보이는 날은 거의 없었다
사내가 느릿느릿 구워 낸 ‘옛날 식 통닭’을 사들고 왔다가
작고 질긴 통닭이 맛까지 없다면 핀잔을 들은 뒤로
나도 선뜻 가게 안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게가 되지 않은 것은 통닭 탓만은 아니었다
마르고 왜소한 사내의 표정은 어두웠고 말이 없었다
통닭을 건네 줄 때 맛있게 드세요 한 마디 없었다
젊은 사람이 살려는 의지가 없어
어묵꼬치를 들고 가게 쪽을 힐끔거리는 내게
주인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히며 지날 정도로 좁은 골목길
널찍한 홀에 대형 벽걸이 텔레비전이 걸린 봉구통닭 체인점과
중고등학생들의 단골집인 치킨 꼬치구이 가게와
학원 마친 아이들과 엄마들의 참새방앗간 부산어묵 옆
잘 보이지 않는 간판과 어색한 손 글씨 메뉴 내건 통닭 가게
낮에는 돌아가지 않는 옛날 식 통닭구이 기계 앞에서
밤에는 어두운 가게 안 테이블 위의 소주잔과 어묵꼬치 앞에서
사내는 자주 그렇게 다리 꼬고 앉아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비틀거리고 주저앉은 삶이 있을까
그 사내도 어느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달렸을 것이다
어디쯤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일까
사내의 삶은
빈 가게 유리창에 손글씨로 삐뚤삐뚤 써 붙인 메뉴가
어둠 속에서 그 사내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