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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것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순간일까? 그렇다면 힘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좋아하는 유튜버의 생방송을 보며 맥주 한 캔 쭈욱 들이키는 것도 '쉼'이라 할 수 있겠지.
이 주제를 받고 나서 그동안 나는 어떻게 쉬었는지 되돌아 보았다. 그러나 딱히 무얼 하면서 쉬었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나에게 '쉼'이란 정해지지 않는 무형의 것이었다. 어쩔 때는 기약없이 유튜브만 보는 것이 내 휴식이었고, 어쩔 때는 지칠 때까지 네모 로직을 하는 것이 내 '쉼'이었다. 딱히 생각 없이 해도 될만한 활동들이 내 주된 쉬는 방법이었다. 만약 쉬는 것이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순간이라면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계획이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계획 없이 사는 것은 때론 큰 불안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진로 계획이 없을 때나 시험 기간에 아무 계획 없이 공부하는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실제로 시험 공부를 할 때조차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대충 이 과목을 공부해야지만 정해두는 편이다). 그러나 주말에 이런 걸 하며 쉬어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는 순간, 그것이 나에게 압박으로 다가온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에도 오늘은 몇 화까지 봐야지 하면 즐거웠던 드라마가 과제처럼 느껴지고 결국 안 보게 되어 버린다. 무계획을 인간화하면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처럼 나는 즉흥적으로 그때 그때 끌리는 걸 하면서 무계획으로 쉬는 것이 내 '쉼'의 형식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조건이 붙는다면 '현실에서 벗어나기'가 될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내 상황이 어떻든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진정한 '쉼'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일은 잠시 내려놓고, 내가 직면한 문제들에서 잠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쉼' 아닐까. 생각 없이 하는 활동들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만큼 현실에서는 생각할 게 너무나도 많고 나를 가만히 냅두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물론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도 생각 없이 살 수 있겠냐만은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가벼운 생각이나 철없는 생각들을 하며 잠시만이라도 뇌에 휴식을 주고 싶다는 뜻이다. 흔히들 이를 도망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도망침'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어감을 지니고 있지만, 나에게 '쉼'은 '도망침'이었다. 골치 아픈 생각들에서 한번쯤은 도망쳐야 오히려 더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쉼'의 형태는 매우 다를 것이다. 이를 인지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아무 생각 없이 쉬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미디어나 SNS에 비춰지는 남들의 취미 생활들을 따라해보며 일명 '갓생'을 살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러나 갓생에 집착하다보니 남들에게 뽐내기 위한 취미 생활을 가꾸었고, 당시의 나는 전혀 쉬고 있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인간의 필수적인 활동이 아닐까 싶다.
https://blog.naver.com/laming1017/222648699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