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항공 등 불빛 아래 8 (보은에서 3)

[도헌]

3) 충격의 10. 26

 1979년 10월 26일, 나는 저녁 근무를 하였다. 저녁 6시까지 출근하여,

낮 근무자로부터 업무 인계를 받고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날 저녁에, TV 저녁 뉴스를 시청하던 중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우리

KBS의 당진송신소에 들러 기념행사를 마치고 귀경하셨다는 소식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늘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를 맘속에 담았다.

밤 12시에 방송을 모두 마치고 숙직실에서 눈을 좀 붙이고, 다음 날 새벽

시간에 일어나서 다시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규방송 대신에 음악만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간간이

"국가 원수의 유고"를 방송으로 내보냈다. 어쩐 일인지 궁금해 청주방송국

근무자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다시, 보은경찰서에 전화로 확인해 보았으나 역시 "알 수 없다" 는 대답뿐

이었다.

 날이 새어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박정희 대통령께서 시해당했다는 소식이

공식적으로 방송을 통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나에게도 큰 충격이

었다. 내가 근무하던 10월 26일 밤에, 한국 현대사의 새로운 물길을 바꿔놓은

10•26 사건이 일어난 것이었다.

 이날 이후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밀려오게

되는 일대 사건이 그 밤에 시작된 것이었다. 내가 몸담고 일하던 방송 분야,

아니 KBS에서도 그 영향이 엄청난 폭풍이 되어 휘몰아치리라고는, 그 당시

누구도 알 수가 없었다.

 이 10•26 이후에, 우리나라 정치는 정변(政變)의 연속이었다.

나의 입사 10주년이 지나고 나서 불과 두 주간도 채 못되어, 군부의 갈등

속에서 12•12 사태가 발발하였다. 다시 해가 바뀌어, 1980년이 되면서 정정

(政情)은 더욱 불 안정해 갔다.

'서울의 봄'을 힘겹게 지나면서, 결국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광주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났으며, 계엄 당국은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로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입사 초기에 광주에서 3년여를 근무하며 보냈던 나로서는, 뉴스에서 전하는

이 지역 소식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전남도청, 금남로, 전일빌딩, 수원지, 광주

교도소, 전남대학교 등의 귀에 익은 지명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내 마음이

무겁고도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