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할머니가 발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병원에 왔다. 양쪽 발등은 물론 발가락 사이사이가 패이고 진물이 났다. “무좀에 식초가 좋다”는 말을 듣고 식초를 적신 손수건으로 열흘간 발을 덮어놨다고 했다. 식초가 피부를 녹이고 세균까지 합세, 상처가 커져 심한 화상과 다름없었다. 한달반 동안 치료비 총 40여만원. 양발에 붕대까지 감은 탓에 병원 다니는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민간요법에 의지하다 화를 입은 사례다.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은 환자의 경제상태나 학력, 연령을 가리지 않는 것같다. 16세기까지 유럽에서도 상처가 나면 끓는 기름을 붓거나 인두로 지져서 치료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치료법이었다. 무좀의 식초치료 역시 이와 다를 게 없다.
무좀치료가 어려운 것은 좀 낫는다 싶으면 치료를 그만두는 습성 때문이다. 겉보기엔 나은 것처럼 보여도 피부 깊숙히 숨어있는 무좀균을 잡으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또 “무좀약이 간에 나쁘다”는 말을 듣고 약 먹기를 꺼리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약이 좋지 않았던 옛날 얘기다. 요즘엔 의사의 지시 하에 투여하면 문제가 없다.
덧붙일 얘기 한 마디. 총 치료비 40만원 중 환자는 12만원을 냈고, 나머지 28만원은 국민들이 낸 의료보험에서 부담했다. ‘위험한 치료’를 주위에서 말려야 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