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서 녹아들고 있다 종합병동 1층 까페에서 쿠키를 먹는다 입안에서 녹는 바삭하고 달콤한 쿠키 어떤 환상은 현실을 능가하곤 하지 동생은 말한다 엄마는 환상이야 그것은 포장되어 테잎 붙은 비닐의 안쪽처럼 우리의 기억 속에 밀봉되어 있어
퉁퉁 부어 누워 있는 엄마를 생각하며 쿠키를 먹는다 쿠키는 여전하다 초코렛 정크 쿠키 이빨이 빠진 엄마는 목줄로 식사를 하고 가슴팍이 위아래로 오르내린다 산소포화도가 기록된 모니터와 호흡기도 같이 걸려있다
나는 달콤한 쿠키를 먹는다 쿠키를 놓을 수 없다 몸이 당겨서 어쩔수 없다
이기적 유전자를 생각한다 엄마는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어 주치의가 너무 젊어 연륜있는 의사로 바꾸자 엄마를 꼭 살렸으면 좋겠어
무엇이든 딱딱 맞춰 주던 엄마 하지만 적당히 씹히던 엄마
엄마는 우리를 환상으로 길렀지만 이젠 엄마가 우리의 환상이야 우리에겐 엄마가 필요해 다만 달콤한 쿠키 같은 엄마
얘들아 엄마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니 엄마는 나에게 돌려줄수 없을 만큼의 큰 기쁨을 주었어 덩어리가 녹으면 너무 맛있어 엄마엄마 입안에서 녹고 있네 우린 그걸 사랑이라 부르던가 모성이라고 부르던가 그런 뻔한 단어로라도 엄마를 구입할 수 있다면 좋겠어 돌이킬수 있다면
얘야 너는 공주 같구나 정크를 고소하게 씹어서 부드럽게 삼키렴
한치의 망설임없이 우리는 쿠키를 집어든다 이기적 유전자는 아무것도 놓지 못해 아무렴 그렇지 동생은 말한다 여행계획도 취소 못할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