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사람의 사주팔자이다. 남명이다.
언뜻 보기에 이 사람의 팔자는 좋아 보이는가, 안 좋아 보이는가?
한 번 여러모로 고찰해 보자.
[사주팔자에 병이 있는지]
억부(신강신약)이 무너져 있는 사주도 아니고, 약간 조열하여 수기운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렇게 심하지는 않기에 조후가 무너진 사주도 아니다. 또한 쟁재나 상관견관처럼 명리에서 꺼리는 구조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큰 병이 있다고는 할 수 없겠다.
[용신을 잡아보자]
사주팔자에 병이 없다면 용신을 한 번 잡아보자. 정인격이므로 격국 용신은 월지에 순한 관성이나 인성이 될 테지만, 신강신약을 논할 때 신강한 사주이므로 인성은 더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용신은 억부이론으로 식재관이 될 것이며 조후이론으로 재관이 될 것이기에 금(金), 수(水)운을 반긴다.
[풀이를 해 보자]
그렇다면 이 사주에 용신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년상에 경금(庚)이 편재로서 존재하고 시상에 임수(壬)가 편관으로서 존재한다. 천간에서 재생관이 된다는 소리다.(이 때의 편관은 살(殺)로 논하지 않는다. 신강한 사주이므로 편관은 용신이다) 월상에 있는 기토(己)는 경금을 바로 옆에서 잘 생하여 주므로 희신이 된다.
즉, 천간만 보면 용신과 희신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부귀할 팔자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해석했다간 보기좋게 틀리게 된다. 실제로 이 사람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여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쳐서 이름없는 지방대를 들어가고 20대 중후반에는 국가고시에 도전하였으나 실패하였다. 30대 초반까지는 중소기업 영업직을 전전하다가 퇴사하여 현재는 작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인생이 꼬였던 이유는 용신의 뿌리를 탐사해보면 쉽게 답이 도출된다.
용신의 뿌리가 오로지 진토(辰)와 술토(戌)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진술충으로 다 깨져나간다. 그러므로 천간에 두둥실 뜬 용신들은 뿌리없는 허망한 신기루에 지나지 않아 하고싶은 일은 많고 이루고 싶은 일도 많으며 열정은 충만한데 현실이 제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꿈을 쫓아 본들 본인의 날개를 펼 수 없는 장소에서는 목숨걸고 열심히 해도 결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 것이다.
2015년 을미년에는 세운에서 들어온 미토가 술토와 형을 하여(축술미 삼형) 재성인 경금(庚)의 뿌리를 파괴시키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 사람의 인생이 잘 풀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임수와 경금의 뿌리가 대운에서 들어오길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도 45세 넘어서부터 바라고 바라던 금대운이 시작되며 특히 55세부터 을유대운이 펼쳐지면 을경합으로 인성과 재성이 합하며 유술합으로 지지에 금국을 짜니 큰 돈이 들어오는 흐름이 보인다. 일지 술토가 금고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재성이 인성과 결합하니 이는 큰 계약을 암시한다. 사업 뿐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억단위의 큰 돈을 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다. 65세부터 시작되는 병술대운은 자칫하면 그 모든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도 있겠다. 이 사주에서 태생적으로 큰 오점인 진술충을 대운에서 술토(戌)가 자극하여 또 한 번 천간의 용신들을 뿌리부터 흔들어제낄 것이고(그것이 재관이니 더욱 흉하다) 그 뿐 아니라 술토는 일간 병화(丙)의 묘지가 되니 생명까지도 위태롭다. 을유대운 말미에는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사업을 축소하고 무조건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겠는가...
괴강살, 백호살, 양인살을 놓았으니 사내답고 야망과 포부가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한 평생 천간의 부귀영화를 쫓아 누구보다도 열심히 고군분투 할 것이다. 사력이 다할 때까지. 팔자는 이렇게 한 남자의 흥망성쇠를 냉정하게 표시하고 있다. 평생의 희노애락이 단지 몇 글자 안에 모두 녹아들어가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