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상 / 유수현
4월 15일, 동강면민의 날이 열렸다. 3년만에 돌아온 날이여서 그런지 어느 이벤트 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장소는 동강초등학교 운동장이였다. 나는 도대체 왜 토요일 날 학생을 부르는 건지 이해가 안되고 짜증이 나기도 해서 제발 비가 오길 빌고 빌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비는 오지 않았다.
우리는 동강면민의 날 기념으로 오케스트라를 하기로 했다. 먼저 국악 하시는 분들이 노래를 부르셨다. 무대와 조금 멀리 있는 강당에서도 잘 들렸다. 역시 전문적으로 배우신 분들은 다른 듯 엄청 잘 하셨다. 감탄할 새도 없이 그 다음 우리 차례가 왔다. 분주하게 움직여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곡을 시작했다. 우리가 선보인 곡 들은 왈츠, 투우사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 였다. 처음 악보를 받았을 때 '내 나이가 어때서는 왜 하는거지?' 라는 생각만 만 번은 한 것 같은데 오늘 같은 날에 쓰인다는 것을 알았다.
오케스트라가 끝나고 이제 더 이상 일정이 없어 간식만 먹고 가기로 했다. 간식을 다 먹고 강당에서 빠져나오니, 동강초 운동장에는 동강면에 있는 모든 마을의 이름을 댄 텐트가 쳐져 있었다. 친구들 마을쪽 텐트에도 가보고 어르신들께 인사도 드렸다. 이제 우리 마을 텐트 방향으로 열심히 갔다. 아빠가 왔다 해서 친구들과 열심히 아빠를 찾아다녔다. 어라? 아빠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전화도 받지 않아서 우리 마을 고모한테 물어보았다. 조금 전 아빠가 먼저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배신감에 아빠한테 전화를 엄청 많이 걸었다! 끝내 아빠가 받고 내가 상황을 말하자 다시 오겠다 말했다.
아빠가 도착하고 다음 이벤트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벌교에 갔다 오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벌교로 가 나 포함 5명의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 한참 노래를 열심히 부르다 보니 어느덧 12시 51분이 되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다이소도 갔다 와야 되는데?? 버스 시간은 1시인데??' 그 때 나와 내 친구들의 머릿속으로 공통된 생각이 들었다. '뛰어!!' 다이소 까지 (마음만은)빛의 속도 못지 않을 속도로 달렸다. 다이소에 도착한 뒤 매우 빠르게 물건을 사고 다시 달려 버스를 타고 동강에 도착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동강초로 다시 와보니 점심이 지나있었다. 점심 밥을 못 먹어 아쉬웠지만, 배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벌교에 너무 오래 있었는지 여러가지 놀이도 놓쳤다. 마을 텐트 아래 앉아 어르신들의 예쁨을 받으며 시간을 때우다 보니 가수가 지나가고, 경품 추첨이 지나갔다.
어느덧 벌써 어르신들 장기자랑 시간이 왔다. 어르신들 노래 듣고 있다 마을 이장님이 계속 부르시길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경청했다. 사실 마을 이장님 처 신연숙님께서 장기자랑을 나가시는데, 응원단을 모집하는 것이였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친구들을 끌고와 응원단을 꾸렸다. 마을 삼촌이 고맙다며 용돈을 주셨다. 티는 안냈지만 기분은 하늘 위를 나는 듯 신이 났다.
11번, 우리의 순서다. 11번이 되기까지 응원단 친구들과 곳곳을 돌아다니며 솜사탕도 먹고, 포토존에 가 사진도 찍고, 어묵도 먹고, 엄청 큰 공 안에 들어가 놀기도 했다. 9번째 순서가 왔을 때, 윤아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말했다. 아직 9번 순서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생각하고 같이 화장실에 갔다. 윤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같이 온 다영이가 저 밖에서 11번 차례라는 소식을 들었다. 어떡하지? 윤아는 아직 안 나왔는데.. 우리는 열심히 응원 하겠다며 용돈까지 받아놨기 때문에 이대로 늦는 다면 너무 죄송할 것 같아 결국 윤아를 놔두고 무대 위로 뛰었다. 다행히 아직 노래 시작은 안했다. 하지만 당황한 나머지 동작을 많이 틀렸다.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한채 끝나버렸다. 윤아는 노래가 끝나고 도착했다. 죄송한 마음에 다 같이 신연숙 고모에게 사과를 드리러 갔다. 괜찮다 괜찮다 하셨지만 너무 죄송했다.
친구들과 나는 침울한 마음으로 돌아다녔다. 윤아도 많이 죄송했을 것이였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다영이 고모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근데 이게 웬 떡이래? 고모할머니께서 우리에게 치킨을 사주신다 하셨다. 딱히 거절 할 이유가 없어 순순히 따라 나섰다. 다 같이 동강초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치킨 집으로 갔다. 치킨이 완성돼서 한참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는 아빠였다. 아빠가 뭐라뭐라 말을 하는데,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동강초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먹다 말고 자리를 떴다.
동강초에 도착하니 저 멀리 아빠가 보였다. 아빠에게 가자 아빠는 신연숙 고모가 인기상을 탔다는 소식을 나에게 말 해 주었다. 친구들에게 말하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기가 상을 탄 마냥 다 같이 좋아했다. 우리 때문에 고모님 공연을 망친 것 같았었는데 다행이었다.
장기자랑까지 끝내니 모든 이벤트가 끝났다. 사람들은 텐트를 정리한 뒤, 하나 둘 떠나갔다. 나와 친구들도 헤어지고 집으로 왔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그 점을 매꾸는 재밌고 신나는 점이 더 많았으니 즐거웠다. 내년에도 동강면민의 날이 열렸으면 좋겠다.
첫댓글 맨 처음의 짜증났던 마음이 재미있고 신나는 걸로 바뀌었네요.
그 과정이 잘 드러나서 왜 마음이 바뀌었는지 읽는 이(독자)가 잘 알 수 있었어요.
자세히 쓰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어렸을 때 면민의 날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두고두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글쓰기 반 친구들 중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길게 쓴 친구가 나왔어요.
칭찬합니다.
마을 이장님 처 신연숙님이~
이런 표현은 좀 어색하지요?
마을 이장님의 아내인 신연숙님이~
나도 처음에는 비가와서 안했으면 했는데 해보니까 좋더라 나도 다음에 또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