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6. 15
숲에서 맞는 아침, 쏟아지는 빛, 구형 핸드폰 카메라만이 만드는 사진효과인가요..? 아무튼, 오늘이 호랑이 시집가는 날인가봅니다. 후드득 빗방울 뿌리다가도 금방 햇빛 쨍하기를 반복합니다. 그렇다고 지나가는 비도 아니면서 산행 내내 여름문턱 더위를 식혀주니 종주산행 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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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유역과 경기도 서해안 지역 분계역할을 하는 ‘한남정맥’, 대부분이 야트막한 산군들로 이루어졌습니다.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광교산(582m)이나 백운산(564m) 정도가 500m급이고 나머지 산들 대부분은 300~400m급, 그보다 더 얕은 산들 천집니다.
한강(漢江)이 어떤 강인가요? 우리나라 중부내륙을 흘러 황해로 흘러들어가는 중부지역 최고의 강줄기 아닙니까?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하다보니 산을 깎고 강을 메우는 개발이 난무합니다. 전국의 강토, 정맥-길이 그렇지 않은 곳이 없을 테지만요. 그래도 ‘위태로운 한남정맥’ 만할까요?
오죽하면 종주 산-꾼들 사이에선 ‘한남정맥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 하는 게 좋다.’ 했겠습니까?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릅니다. 같은 정맥-길을 걷고도 보고 듣는 느낌이 다르듯 우리는 그저 산행 ‘동문’ 이라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릴듯합니다(여기서 쓰는 ‘동문’은 지난 ‘화대종주’ 산행을 응원하던 대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용어입니다^^). 그나마 오늘 구간은 숲길로 이루어진 그중 나은 구간이라 하던데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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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초반과 중간, 즐기는 대원들 모습(2024. 6. 15)
‘산행 초반은 즐겁고 중반은 말이 없어지고 후반은 지루한 시간..’ 대원 중 한분이 단톡방에 올린 소감입니다. 이날 산행뿐 아니라 종주 산-꾼들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실 수 있는 표현입니다. 이어서 더 들어 보시죠.
“(하지만..) 그 끝은 만족이라는 결과물과 다음을 기약하는 설레임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만족이라는 결과물’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설레임..’에서 방점을 찍습니다. 하나만 지적한다면 ‘함께’라는 주어가 생략된듯해 아쉽기는 해도, 정말 맘에 드는 소감입니다.
골프장을 지나는 중간지점에서의 황당한 알바, 무너미고개를 지나는 도심에서 펼쳐지는 끝없는 길찾기..(골프장 울타리 밑 개구멍 통과, 버스종점 옹벽에 가로막힌 길을 기어서 넘는 수난..) 등등..
선두팀 대원들은 어케 간거지? 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그러면서도 비는 피했습니다. 단 한 방울도 안 맞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자사람 대원..? 사실 그분 덕분에 후미팀들 편케 갔다는 후문..?
▲종주 내내 만나는 금계국(2024. 6. 15)
‘여름의 추억’ ‘사랑의 망각’, 바로 금계국의 꽃말입니다. 산행 내내 볼거리를 안겨주는 금계국(화)이 보기엔 좋은데요. 알고 보면 외래식물 유해성 1등급의 ‘생태 교란종’입니다.
너무 왕성한 지나친 번식력 덕분이라는데요. 무엇이든 지나침은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잘 정비된 숲길을 지나던 지난 1구간과 비교적 숲길이 좋다는 이번 2구간 안에서 ‘한남정맥’ 야트막한 숲길의 독특함을 즐겼(?)습니다.
▲예상경로도와 트랭글 기록(2024. 6. 15)
인구 밀집지역을 가로지르는 ‘한남정맥’, 구간 코스를 좀 더 길게 잡고 7~8구간에 끝내고는 싶지만요. 더워지는 계절 탓에 이도 저도 망설여집니다. 월 한구간이도 더 늘리자는 의견도 있었고, 5주차 산행 강행의 의지를 표명하는 대원들도 계셨는데요.
산행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삽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세심한 배려, ‘함께’라는 모티브를 상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위에서도 얘기했다시피, 지나침은 좋지 않습니다. 정맥은 ‘함께’라는 모티브로 뭉치고요. 그밖에 종주 산-길은 많습니다. 개별 종주산행, 언제 건 응원합니다.
함께하실 대원들 계시면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나머지 기록은 영상으로 남기겠습니다.
첫댓글 복 받은 종주대원들 덕에 비 안 맞고 산행 마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수고 많았어요!!
난개발로 인해 끊어진 정맥길을 보면서 마음이 안좋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도 산길을 걸을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습니다 ^^
정성스러운 후기 잘 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여름엔 땀과 눈가로 달려드는 날파리가 성가시러워요 ㅎ
누군가 밤꽃이 피면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라고 하던데
이번 산행은 밤꽃 천지였습니다.
산속에서 만나는 개꼬리풀 까치수영은 하얀 여름임을 알려주고
익어가는 산딸기는 길을 잃다 만난 선물이었습니다.
도시 숲에서는 능소화의 화려함으로
헤매는 것이 용서가 되었습니다.
산초보가 어쩌다가 앞에 가서 철문을 열었을 뿐인데
전사로 만들어주시니 역시 마이더스의 손이십니다.^^
끊어진 길을 잇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