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한글날 백일장에서 시를 써 본 일은 있어도 — 정식으로는 한 편의 시도 써 보지 않았다. 그래도 좋아하는 시들은 많다.
한문을 배우러 다니면서 중국의 옛 시인들의 시를 배웠고,
영국의 낭만주의 계열의 시인이 쓴 서정시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시를 좋아하는 척은 하지 않았다. 시를 개코도 모르면서 폼을 잡는다고 할까 봐서 이다. 이제는 나이가 드니, 부끄러움도 없어지고, 그래서 간간이 내가 좋아하는 시를 한 편씩 올려볼까 합니다.
먼저 예이츠의 ‘이스프리의 호수섬’을 올리겠습니다.
우리 모임은 시인이 많으시니, 해설문이나, 감상문을 달아주시면 환영하겠습니다.
이니스프리의 호수섬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윗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 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혼자 살으리
거기서 얼마 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랏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소리 들리나니
한 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소리 들리네ㅣ
*예이츠(Yeaits 1865 – 1935)는
선조가 영국에서 건너가 북부 슬라이고에 살다가 더블린으로 옮기면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향 마을인 슬라이고를 자주 내려갔다고 한다. 그는 시골풍경을 무척 좋아 햇다고 한다.
런던 교외에 머물 때 라파엘 전파(화가들의 모임)의 영향을 받고, 서정적이며 신비주의적 시를 썼다. 이때는 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으므로 단순한 ‘향수시’가 아니라고 한다.
첫댓글 이 시는' 고향회귀'라는 보편성을 지향하는 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매력적으로 읽히는 것은
'이니스프리'에 대한 신비한 환상성에 조용히 압도 당하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의 묘사에 진귀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어 가운데 .'아홉이랑 콩밭 ' '홍방울새''윙윙'에서 보이는 'ㅇ'발음 자체가
양명한 기운을 갖고 있다.
'예술 작품의 진실은 구성의 진실'이라는 메클레시의 말이 떠오른다.
'벌 윙윙대고''귀뚜라미 울고''날개소리 가득한'물결소리"이라는 청각과
'오두막집'' '반짝이는 빛"환한 기색'이라는 시각의 구성을
절묘하게 넣을 수 있는 힘은 대상을 가까이 밀착해서 본 경험의 힘이라는 것이다.
라파엘 전파는 영국의 젊은 화가(대학생이었고,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대표)들이 그때의 그림은 너무 많이 꾸며서(포샵하여) 욕망이 전혀 없는 천상의 여인(라파엘의 성모상)을 그린다. 라파엘 이전(중세)의 미술로 돌아가자는 미술 운동이다
라팔엘 이전의 중세 그림은 인간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표현(욕망의 대표는 성욕이다. 아름답게 표현하면 사랑 감정이다.)한다면서, 그림은 그렇게 그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미술사에서 나타나는 화파가 거의 없다. 라파엘 전파가 처음으로 미술사 책에 실린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제가 눈만 감으면 낙동강 흐르는 물소리, 물새들 울음 소리가...
귓가에 쟁쟁히 들리는 것처럼, 시골풍경... 그것은 곧 자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