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1. 04
2023년 3월 국민의힘(이하 국힘)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국힘 전당대회는 기존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이던 것을 당원 100%로 하기로 결정했다. 선거 룰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 주류가 어떻게 정국을 운영하고자 하는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쟁점은 무엇일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국힘 지도부는 당원들이 자신의 대표를 뽑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적 논리보다 내면에 흐르는 본심일 것이다. 반면 조수진 의원은 국힘 내부에 제2의 이준석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에 유승민 의원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강하고 그의 연장선에서 전당대회 룰이 결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조수진 의원의 주장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신년인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신년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이해할 만 하다. 필자가 보기에도 이준석 전 당대표가 국힘 내홍 과정에서 보여준 언행은 지나쳤다고 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의 최근 발언도 아슬아슬한 측면이 있다.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의 단결된 모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 정부의 우경화 가능성이다. 작년 10월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주사파 발언에 이어 대통령이 주사파 관련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단행된 사면복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는 과거 청산과 국민 화합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전통 보수 세력과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임을 시사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의 포지션은 기존에 비해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특기할만 한 변화는 전통 보수 세력의 입장 변화이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가 주간한국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강신업, 김세의, 신혜식 등 보수 유투버들이 국힘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보수 세력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로 바뀐 것과 일치한다.
이와 관련 이준석씨가 당대표가 되었던 이전 선거에서는 당원이 20만명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80만명을 넘어섰다는 주장은 주목할 만하다. 당원 증가에 대해 이준석 전 당대표는 자신을 따르는 청년 당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수세력의 당원 가입 운동이 보다 주효했다는 것이 필자의 평가이다. 그렇다면 향후 국힘은 보수적 당원들의 압력에 의해 보다 오른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전당대회 룰을 바꾼 취지대로 국힘이 변모한다면 국힘은 청년, 중도, 수도권보다는 중장년, 보수, 영남 색채가 강한 모습을 띌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안전하지만 지루한 정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둘째. 중도 공략의 중요성이다. 이재명 사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형에서 여전히 반대 여론이 많다. 심지어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사법처리가 실제로 진행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여론이 견고히 유지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 윤석열 비토층은 50% 내외에서 매우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다.
화물연대 문제 등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반등한 측면이 있지만 그것은 지지세가 확장된 것이 아니라 대선 이후 실추되었던 지지율이 반등한 것에 가깝다. 심지어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세는 대통령 대선 득표율보다 밑에 있다. 범여권이 할 수 있는 일은 견고한 민주당 지지세인 40~50%를 뛰어 넘는 연합의 정치이다.
연합을 위해서는 이념적 순수성보다 다양한 세력이 공존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유투버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은 우려할 만 상황이다. 국힘의 보수적 지지층은 나라바로세우기와 같은 이념적 순수성에 과도한 비중을 두는 반면 연대와 연합의 가치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셋째는 현 시기가 시대적 격변기라는 점에 주목하여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정세를 볼 수도 있다.
북한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적시하고 ‘전술핵무기’ 증강을 공언했다. 아마도 2023년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작년 12월 23일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가 담긴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하자 중국의 군사적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으로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
어쨌든 2023년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지난 정권의 대북 유화정책을 비판하며 들어선 윤석열 정권은 대북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윤석열 정권은 신년사에서 먼저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또한 이전 정권의 노동 우호적인 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작년 하반기 대통령이 화물연대, 노동개혁과 같은 이슈를 제기하자 20~30대 지지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것이다. 주사파 척결과 같은 이념적 문제에는 대중이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보수지지층을 염두에 둔 일련의 정책들은 대통령의 지지기반이라는 관점에서는 작은 문제이다.
북핵, 노동 문제와 같은 시대적 의제를 전면에 두고 20~30대와 같은 새로운 지지층을 규합하며 정권의 지지기반을 근원적으로 확대하는 길이 어떨까 싶다. 전통 보수층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미래를 대변하는 청년층과 연대하여 지지기반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민경우 /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