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 제 29 권
11. 대품(大品) 제 1 ①
[이 품에는 모두 25개의 소경이 수록되어 있다. 이 품은 제3 일일송(一日誦)으로서 이 송의 이름은 염송(念誦)이다. 이 염송 안에는 두 개의 품(品)에 25개의 소경이 수록되어 있다.1) 유연경(柔軟經) 용상경(龍象經) 설처경(說處經)과 설무상경(說無常經) 청정경(請請經) 첨파경(瞻波經)이며 사문이십억경(沙門二十億經) 팔난경(八難經)과 빈궁경(貧窮經) 행욕경(行欲經) 복전경(福田經)일세. 우바새경(優婆塞經) 원가경(怨家經)과 교담미경(敎曇彌經) 항마경(降魔經)이며 뢰타화라경(賴羅經) 우바리경(優婆離經)과 석문경(釋問經) 선생경(善生經)이네. 상인구재경(商人求財經) 세간경(世間經) 복경(福經)과 식지도경(息止道經) 지변경(至邊經) 유경(喩經)이라네.}
117) 유연경(柔軟經) 제 1 [제3 염송(念誦)]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날 출가하여 도를 배운 뒤로는 여유 있게 노닐며, 조용하고 한가하고 즐거워 매우 유연하였다. 내가 부왕 열두단(悅頭檀)2)의 집에 있을 때에는 나를 위해 여러 가지 궁전, 곧 봄 궁전 여름 궁전 겨울 궁전을 지었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궁전에서 멀지 않은 곳엔 다시 푸른 연꽃못 붉은 연꽃못 빨간 연꽃못 흰 연꽃못 등 여러 가지 꽃못을 만들고 그 못 가운데에는 푸른 연꽃 붉은 연꽃 빨간 연꽃 흰 연꽃 등 온갖 물꽃을 심어서 언제나 물이 있고 언제나 꽃이 있었으며, 사람을 시켜 지키게 해 일체 통행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못 언덕에는 또 수마나(修摩那)꽃 바사(婆師)꽃 첨복(瞻蔔)꽃 수건제(修?提)꽃 마두건제(摩頭?提)꽃 아제모다(阿提牟多)꽃 파라두(波羅頭)꽃 등 온갖 육지꽃을 심었으니, 나를 잘 노닐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네 사람을 시켜 나를 목욕시키고는 목욕 후에 붉은 전단향을 내 몸에 바르고 몸에 향을 바른 후에 새 비단옷을 입혔으니, 위아래나 안팎이나 겉과 속이 다 새 것이었다. 그리고 밤낮으로 언제나 일산을 내게 씌웠으니, 나[太子]로 하여금 밤에는 이슬에 젖지 않고 낮에는 볕에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항상 다른 집에서는 밀기울 보리밥 콩국 새앙채를 제일가는 음식으로 삼는 것처럼 내 아버지 열두단의 집 가장 낮은 하인은 쌀밥과 기름진 반찬을 제일가는 음식으로 삼았다. 다시 다음에는 혹은 들짐승으로 최고로 맛있는 짐승들이 있었으니, 곧 제제라화타(提帝邏 ) 겁빈사라(劫賓?邏) 혜미하리니사시라미(奚米何犁泥奢施羅米)같은 들짐승으로, 가장 맛난 짐승은 언제나 나를 위한 요리가 되었었다.
내가 옛날의 아버지 열두단의 집을 생각하면, 여름 4개월 동안은 정전(正殿)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남자는 없고 오직 기생만 있어서 스스로 즐기면서 애당초 내려오지 않았다. 내가 동산을 구경하러 나가려고 할 때에는 30명의 제일 훌륭한 기병을 뽑아 의장이 앞뒤에서 시종하고 인도하게 하였으니, 하물며 그 나머지였겠느냐? 나는 이런 여의족(如意足)이 있었으니, 이것이 가장 유연한 것이었다.
나는 또 옛날을 생각하면, 농부가 밭 위에서 쉬는 것을 보고 염부(閻浮)나무 아래로 가서 결가부좌 하여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것을 여의며, 각(覺)도 있고 관(觀)도 있으며, 여의는 데서 생기는 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초선을 얻어 성취하여 노닐었다. 그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스스로 병을 가지고 있어 병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다른 사람의 병을 보고는 스스로 자기를 관찰하지 못한다 하여,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자신이 병을 가지고 있어 병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만일 내가 남의 병을 보고 미워하고 천히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게도 또한 이 병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옳지 못하다.'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병들지 않았다고 해서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스스로 늙는 법이 있어 늙음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남의 늙음을 보고 스스로 자기를 관찰하지 못한다 하여,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스스로 늙는 법이 있어 늙음을 떠나지 못했으면서, 만일 내가 남의 늙음을 보고는 미워하고 천하게 여겨, 사랑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는다면, 내게도 또한 이 법이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옳지 못하다.'
이렇게 관찰한 뒤에는 오래 산다고 하여 일어나는 뽐내는 마음은 곧 저절로 없어졌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병들지 않았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젊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는다. 많이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범부는 오래 산다고 하여 뽐내고 거드름 피우며 방일하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어리석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지 않느니라."
이에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앓는 법과 늙는 법
또 죽는 법
그것은 으레 있는 법인데
범부는 그것 보고 미워하도다.
만일 내가 미워만 하고
이 법을 건너가지 못하면
내게도 또한 이 법 있기에
나도 또한 옳지 못하네.
그가 만일 이렇게 행하면
법을 알아 생을 떠나련만
병이 없는 젊은 사람은
오래 산다고 뽐내는구나.
모든 뽐내는 마음 끊어 버리면
욕심이 없어 편안하게 되리라.
그가 만일 이렇게 깨달으면
욕심에 대하여 두려움 없고
생각도 또한 없게 되어
깨끗한 범행을 할 수 있으리.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유연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총 791자이다.]
1) 고려대장경에서는 이 제3 일일송(一日誦)에 2품 25경이 수록되었다 하였고, 송본 원본에서는 1품 반 25경이 수록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재 조사해 보니 [대품(大品)] 27경과 [범지품(梵志品)]의 전반부 10경이 제3 일일송에 수록되어 있었다. 따라서 1품 반에 35경이 수록되었다고 해야 올바르다.
2) 범어로는 Suddhodana라고 한다. 음역하여 수두단(輸頭檀) 수도타나(首圖馱那) 설두(屑頭) 등이라고도 하며, 의역하여 백정왕(白 王) 정반왕( 飯王)이라고도 한다. 사자협왕(師子頰王)의 아들. 구리성 임금 선각왕의 누이동생 마하마야를 왕비로 맞았으나 실달타를 낳고 죽었다. 그래서 그녀의 동생인 마하파사파제를 왕비로 정하여 기르게 하였고, 그 뒤에 난타(難陀)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