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스톤 1947, 서윤복
영화는 1947년 보스톤에서 열린 국제마라톤에서 1위를 했던 자랑스런 한국인 서윤복의 이야기다.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도 나오니 이름은 잘 기억하는데, 그 전후 이야기는 아는 것이 없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 남승룡 선수도 같이 나오는데, 재미있었다. 영화는 서윤복이 우승하기까지 세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보스톤 마라톤에서 서윤복이 우승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데, 누구나 다 아는 그 마라톤 이야기도 재미있다.
마라톤이라는 게 줄곧 달리기만 하는 거니까 무대도 단순하고 제작비도 별로 안들었겠다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러갔는데, 웬걸, 1940년대 해방정국의 서울을 재현한 장면하며 보스톤의 엄청난 미국인 관중들을 동원한 장면에 놀랐다. 돈 많이 들었겠대.
해방되고 한국인이 태극기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한 경기가 보스톤 마라톤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영화에는 태극기를 달고 나오는데, 그 시절은 아직 한국에 정부가 없고 미국이 군정을 하던 시절이어서 실제로는 성조기와 태극기 두 개를 달고 나갔다고 하대. 서윤복이 우승하고 귀국하자 엄청난 인파가 나와 환영식을 한 기록영화가 어느 글에 있던데, 찾아보니 여기 있다. 나라의 자랑은 나의 자랑, 우리 국민성이여.ㅎ
아, 보스톤 시상식에서는 지금의 애국가가 아닌 스코틀랜트 민요 올드 랭 사인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가사를 붙인 옛날 애국가가 나온다. 독립운동하던 옛조상들이 남의 나라 노래에 우리말 가사를 붙여 불렀던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미국인들은 가사의 뜻은 몰랐을테고, 웬 스코틀랜드 민요가 나오나 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제국이 망하기 전에 만든 국가도 있었던데 그게 제대로 보급되기 전에 나라가 망해서 잘 몰랐던 모양이다. 1950년 6.25 때도 군가가 없어 조선군대에서 쓰던 양양가를 불렀다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