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1/ 왜 여호수아는 아이성 정복 후에 저주의 산인 에발산에 제단을 쌓았는가?
그때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에발산에 한제단을 쌓았으니(수8:30)
여호수아가 인솔하는 이스라엘은 여리고에 이어 아이성 마저 정복하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나안 정복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런데 아이성 정복 기사가 끝난 후 여호수아는 다른 일을 한다. 성경은 "그때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에발산에 한 제단을 쌓았"(수8:30)다고 한다. 여기 '그때'라고 번역된 히브리어 아즈는 그 순간이 매우 특별한 시간임을 강조하는 단어이다. 즉 바로 앞에 묘사된 직전 상황과 연결하여 '아이를 정복한 바로 그때'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군사적 승리를 거둔 바로 그런 때에 여호수아는 오히려 군사적 행동을 중지하고 엄숙한 종교적 의식을 행하였음을 강조한다. 여호수아가 그렇게 한 것은 지금이야말로 모든 것을 중단하고 하나님과의 언약을 갱신해야 할 가장 적절한 순간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일이 그 순간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에발산은 세겜을 사이에 두고 남쪽의 그리심산과 짝을 이루고 있다. 두산의 정상은 약 3.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지만 두 산 사이의 골짜기 폭은 550미터 정도이고 동서로 뻗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 형성된 도시가 세겜이다. 아이로부터 세겜까지의 거리는 약 32킬로미터 정도이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모든 이스라엘 백성, 곧 "이스라엘 온 회중과 여자들과 아이와 그들 중에 동행하는 거류민들"(35) 다녀오기는 수월치 않은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아직 정복되지 않은 적지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호수아가 그런 선택을 하였을 때는 당시의 세겜 여행이 전략적으로 안전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가나안 동맹국의 본부는 멀리 남쪽에 떨어져 있었고, 경로에는 유력한 가나안 성읍이 없었다.
여호수아가 이때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일찍이 모세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가서 차지할 땅으로 너를 인도하여 들이실 때에 너는 그리심산에서 축복을 선포하고 에발산에서 저주를 선포하라"(신 11:29)고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축복의 산이 아닌 저주의 산인 에발산에 제단을 세웠을까? 그것도 이미 다음과 같은 모세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요단을 건너거든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돌들을 에발산에 세우고 그 위에 석회를 바를 것이며 또 거기서 네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곧 돌단을 쌓되 그것에 쇠 연장을 대지 말지니라 너는 다듬지 않은 돌로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제단을 쌓고 그 위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 번제를 드릴 것이며 또 화목제를 드리고 거기에서 먹으며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즐거워하라 너는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그 돌들 위에 분명하고 정확하게 기록할지니라(신27:4-8).
문제의 핵심은 왜 여호수아가 이때를 모세가 명한 에발산에 제단을 쌓아야 할 때라고 판단하였을까 하는 점이다. 그것은 헤렘을 취한 아간의 죄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로 아이성 정복에 실패하여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다음에 그야말로 심기일전하여 다시 하나님께 돌아와 이제 막 아이성 정복에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여호수아는 지금이야말로 모세가 명한 대로 저주의 산인 에발산에 제단을 쌓고 다시 하나님의 율법을 돌과 마음에 새기면서 언약을 갱신할 적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여호수아의 판단을 지지하기 위해 본문의 표현도 '그때에'(아즈)라는 접속사로 시작된 것이다. 화잇도 이렇게 설명한다.
저주가 선포된 에발산에 단을 쌓았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율법을범한 까닭으로 당신의 분노를 초래하였다는 것과 희생 제단이 대표한바 그리스도의 속죄가 없었다면 당장에 형벌이 내렸을 것임을 나타내는 의미심장한 것이었다(부조, 500).
에발산에 이른 여호수아와 이스라엘은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한 것과 모세의 율법책에 기록된 대로 쇠 연장으로 다듬지 아니한 새 돌로"(8:31) 제단을 만들고 제물을 드렸다. 그런 새 돌로 제단을 만든 것은 어떤 우상의 형상도 새기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어서 여호수아는 "모세가 기록한 율법을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그돌에 기록"(32절)하였다. 이 돌은 석회가 발라진 돌이었고 그 십계명과 모세의 율법이 새겨졌다. 이후에 모든 사람이 신명기 27장에서 모세가 명한 대로 지파를 따라 "절반은 그리심산 앞에, 절반은 에발산 앞에"(수 8:33) 섰다. 먼저 여호수아가 율법에 순종할 때 따를 축복의 말씀을 선포하자 그리심산에 선 사람들이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이어 저주의 말씀을 선포하자 에발산에 선 사람들이 화답하였다. 이렇게 여호수아는 모세가 명한 신명기의 모든 말씀을 다시 낭독하였다. 언약을 갱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