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는 닥나무 껍질로 만든 순수한 우리 종이를 말한다. 일본의 화지(和紙), 중국의 선지(宣紙), 서양의 양지(洋紙)와 구분하는 말이며,
종이의 어원은 저피(楮皮, 닥나무 껍질)로 부르기 시작하여 조비, 조회로 변하면서 오늘날에는 종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지는 크게 구분하면 건조판에서 바로 나온 생지와 생지를 가공한 숙지로 나눌 수 있다.
생지는 질기기는 하지만 표면이 매우 거칠고, 섬유질이 고르지 못해 수분이나 물감 등을 고르게 흡수하지 못하며 종이의 질이 일정하지 못하다.
숙지는 대부분 생지에 물을 품어 밟거나 도침(搗砧; 다듬이 돌에 다듬어 부드럽고 질기게 표면 가공하여 만드는 것)하여 만든 한지를 말한다. 필요에 따라 물을 품거나(거품질하거나) 염색, 표백하여 도침하는데 일광 표백(종이를 말린 다음 다시 적시고 도침하여 다시 말리는 방법을 되풀이하면 햇볕에 누런 종이가 표백되어 하얗게 됨)하여 만든 종이는 오랜 기간이 지나도 변색되거나 부패하지 않으며 표면이 고르고 윤이 난다.
조선시대에는 원료(原料), 색채(色彩), 광협(廣狹), 장단(長短), 후박(厚薄), 외양, 용도 등에 의하여 한지의 종류를 분류하였다. 그러나 현대에는 한지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첫째, 용도에 따라 창호지, 초배지, 도배지, 화선지, 장지, 순지, 표구지(배접지), 장판지, 포장지, 운용지, 요철지, 책지, 문양지, 색지 등이 있다. 창호지는 주로 창문을 바를 때 사용하는 종이이며, 초배지는 도배하기 전 벽에 처음 바르는 종이이고, 화선지는 그림이나 글씨를 쓸 때 쓰는 종이를 말한다.
주로 그림을 그리는 용도로는 장지와 순지가 많이 쓰이는데 장지는 전라도 지방에서 생산하는 지질이 두껍고 질기며 크기가 큰 한지를 말하며, 순지는 100% 닥을 써서 만든 종이로서 대체로 얇은 한지를 말한다.
배접지는 2급지로서 원래는 100% 닥만 써야 하나 현재 펄프를 섞어서 만들고 있다. 장판지는 장판으로 사용하는 종이로서 현재 90% 양지를 원료로 한 기계지를 쓴다. 요철지는 종이를 일정한 틀에 가두어 떠서 건조하는데 요철이 그대로 남아 있어 요철지라고 하며 1970년대 후반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종이이다.
둘째, 크기에 따라 창호지, 초배지, 화선지, 순지, 장지가 있다. 창호지는 대발지(2자 2치×3자 3치), 중발지(1자 9치×3자 2치)로 분류되며 초배지는 주문자 크기에 따라 대초배지(1자 9치×3자 2치), 중초배지(1자 7치×2자 7치), 소초배지(1자 반×2자 반)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소초배지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화선지와 순지는 일정한 크기 없이 다양하게 생산된다. 대화선지[국전지(180×100cm)], 일반 화선지(130×70cm), 소화선지(보통 화선지, 120×65cm)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나열한 치수는 발틀 크기를 나타낸 것이며 곧 화선지의 실제 크기와도 같다. 장지는 발 크기에 따라 100호지(130×160cm), 120호지(140×170cm), 150호지, 200호지 등으로 나누어지며 그림용으로 많이 쓰인다.
셋째, 첨가물에 따라 태지(苔紙), 색지(色紙), 운용지, 피지, 닥지가 있다. 태지는 이끼를 섞어 만든 종이로서 병풍, 실내 장식에 쓰이며, 색지는 물을 들인 한지를 말한다. 운용지는 색지에 닥 원료를 넣은 종이를 말하며, 피지와 닥지는 원료에 닥 원료 피를 넣어 뜬 종이를 말한다.
넷째, 두께에 따라 홑지, 이합지, 삼합지, 육합지 등이 있다. 현재는 일본의 무게 기준인 몸메(1몸메=6돈=3.75g)를 쓰기도 한다.
출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지
저자 이승철 교수 2002.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