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감사, 감사
-2009년 우리집 10대뉴스-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오명순
참 바쁘게 살았던 한 해를 보내며 마음속에 감사가 넘쳐흐른다. 몸이 바쁘다기보다 마음이 더 분주했던 것 같다. 가장 아쉬운 것은 많이 읽지 못하고 또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점이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일을 가장 열심히 했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고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느꼈던 한 해였기 때문이다.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본다.
첫 번째, 하나님의 일꾼
남원에서 전주로 이사하고 온세계교회를 섬긴지 8년쯤 되었다. 처음 5년은 가정에 힘든 일이 많아서 목사님과 성도님들을 애태우며 기도와 사랑을 받기만 했다. 때가 되었는지 이제 하나님께서는 섬김을 받기보다 섬기라 하셨다. 청소년부교사, 2여전도회회장, 총여전도회회장, 위쉽단장, 전주노회(24개 교회) 총여전도연합회 회계를 맡아 일했다. 한꺼번에 많은 직책을 맡다보니 두려움이 앞서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으로부터 여호수아에게 주셨던 “강하고 담대하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 라고 하셨던 말씀을 받고 사명을 잘 감당했다. 한 달에 한 번씩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 서다 보니 감사하게 대인공포증이 사라지고 내가 훌쩍 자라 있었다. 많은 선물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둘째, 손녀 유가현 돌잔치
진희를 보내고 힘들어 하는 나에게 하나님은 예쁜 손녀 가현이를 보내주셨다. 너무 예기치 못한 만남이라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하나님의 위로라고 생각하니 참 감사했다. 예쁜 공주 가현이가 4월 17일 남원에서 돌잔치를 했다. 외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어서 감사하다. 잘 보살펴 주시는 가현이 외할머니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자주 만나지 않아서인지 아직도 부르면 달려 와 안기지 않지만 그래도 참 예쁘다. 가현이가 무럭무럭 잘 자라서 우리 집의 예쁜 꽃이 되고 보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셋째, 방송대학교 국문학과 입학
거듭되는 오빠들의 사업 실패로 그나마 있던 땅을 팔아 해결해주고 부모님은 많이 힘들어하셨다. 아버지는 가슴앓이를 하시다가 지병이셨던 위병이 악화되어서 치료를 제대로 받아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오빠들이 밉다.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슴에 담아 두었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첫 발을 뗐다. 수필을 쓰려고 나선 것이 잊고 살았던 어릴 적 더 공부하고 싶었던 꿈을 기억해낸 것이다. 눈이 침침하고 기억력, 이해력이 떨어져서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싶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묻는 이도 있다.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것을 어쩌랴.
넷째, 격월간지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2007년 봄학기부터 수필 수강을 시작했다. 특강까지 빠지지 않고 김학 교수님의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공부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수필임을 깨닫고 3년 안에는 등단을 안 하리라 다짐했었다. 등단은 시작이고 등단하고 나면 수필가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에 더 노력하게 되므로 빨리 하는 게 좋다는 교수님과 선배님들의 말에 생각을 바꾸었다. 평소에 좋아했던 <수필과 비평사>에 작품을 보내 9~10월호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아직 수필가라는 호칭을 듣기에는 부끄럽지만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런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다섯째, 수필 낭송
정원정 선생님을 보며 나의 노후도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폭 넓은 지식과 교양 등 어느 것 하나 감히 흉내 낼 수 없지만 모델로 삼고 싶은 분이다. 5월 12일 선생님의 출판기념회에서 《그리움》 이라는 선생님의 작품을 낭송하게 되어 기뻤다. 처음으로 하는 낭송이라서 좋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워낙 좋은 작품이라서 다행이었다. 5월 22일 고재흠 선생님의 출판기념회에서 《섬진강의 봄》이라는 작품을 또 낭송하게 됐다. 이 작품은 선생님의 성품답게 부드럽고 서정적인 좋은 작품이었다. 두 분 모두 더 좋은 작품을 많이 쓰셔서 제2, 제3의 출판기념회를 가지시기를 기대해 본다.
여섯째, 아가페 워쉽선교단 자선공연
“주만 바라볼찌라” 라는 곡을 인터넷 카페를 보며 진희와 나는 열심히 연습해서 하나님께 드렸다. 숨이 차고 힘이 없어서 30분도 서 있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진희는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서 춤을 추었다. 그 후 얼마 안 되어 진희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나는 이애라찬양율동신학원에 입학해서 신학원 2년, 대학원 2년 과정을 마쳤다. 아픈 진희를 두고 배운 눈물의 졸업장이었다. 아가페선교단으로 옮긴지 3개월 만에 덕진예술회관에서 12월 29일 충만한교회 김복희 집사 뇌종양수술비 마련을 위한 공연을 가졌다. 1000장 티켓이 매진되었고 현장에서 현금을 기부하시는 천사들이 줄을 이어서 우리 선교단원들은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선한 일에 동참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일곱째, 건강검진
쉬지 않고 몸을 혹사시킨 대가로 2008년부터 디스크와 어깨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조금 나은듯하여 다시 일을 시작했다가 한 달도 하지 못하고 그만두었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무리하지 않으려 한다. 7월 1일에 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본인 부담으로 골다공증, 간기능검사, 자궁초음파검사 등 6가지를 더 받았는데 두 군데는 재검을 받아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 진단은 몇 년 전부터 지켜보는 과정이므로 6개월마다 잊지 않고 검사해 봐야겠다. 지금까지 큰 병 없이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여덟째, 주산중학교 총동문회 결성
부안군 주산면 주산중학교 2회로 졸업한 지 43년이 되었다. 그 당시 총 학생 숫자가 4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50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서 공부하고 도시에 정착하니 농촌이 고령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적은 것은 당연한데 그나마 있는 학교들이 폐쇄될 위기에 처해 있어 안타깝다. 기수별로 동창회를 해 오던 동문들이 늦었지만 총동문회를 결성했다. 학교가 사라지기 전에 이루어져서 참 다행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다른 모습으로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아홉째, 김장
2008년 <뻐꾸기는 이웃사촌>이라는 글을 남겼던 시누이네 김장을 올해도 가서 도와주었다. 여전히 뻐꾸기들은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곳 뻐꾸기들은 김장을 해야 겨울을 나는 특이한 뻐꾸기들이다. 김장 봉사를 나선 김에 일산에 사는 막내시누이네 김장을 전주시누이와 같이 가서 도와주었다. 막내에게 그동안 많이 신경 써 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었다. 우리 집에서도 10여년 만에 김장(50포기)을 했다. 이제야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오랜만에 김장을 해서 자신이 없지만 먹어보고 맛있다고 해서 다행이다.
열째, 권사 피택
2010년도는 우리 교회가 창립한 지 15주년이 되는 해다. 기념으로 장로 세 분, 안수집사 5분, 권사 8분이 피택을 받았다. 나도 권사로 피택을 받아서 8월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아직 권사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더 많이 봉사하고 헌신하며 성도들의 본이 되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고 순종하려 한다. 교회에서의 직분은 세상에서의 지위와 다르다. 더 머리 숙여 낮아지고 교회 안에서나 교회 밖에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임직식은 2010년 2월 20일에 할 예정이다.
나라에서는 전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이 돌아가시고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던 김수환 추기경이 가시는 큰일을 세 번이나 겪었지만 우리 가정에서는 사건 사고 없이 한 해를 잘 보내서 정말 감사하다. 아픔과 슬픔을 쉴 새 없이 겪으면서 우리 가정에 봄은 저 멀리 언덕 너머에 있는 줄 알았다. 언덕을 넘고 보니 봄볕이 참 따사롭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화창한 봄날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 해 동안 지켜 주고, 지켜보시며 웃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