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기원 의식과 시적 진실
김 송 배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요즘과 같이 시창작에 대한 교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대는 없었다. 문학에 대한 열기가 되살아나는 참으로 바람직한 사회적 현상이다. 신문사, 방송국 그리고 백화점, 문화원 등에서 문학강좌의 열정이 넘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요구도 있겠지만,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스스로 표현해보려는 심리적인 작용도 있으리라 본다. 대체로 인생의 마무리에서 시창작을 통한 자신의 진실을 현현하고자 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번에 응모한 박수근의 작품 「포석정 비가(悲歌)외 30편은 나름대로 진실을 구현하려는 노력을 감지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화석」「허수아비(1)」「허수아비(2)」등 3편을 선한다. 그동안 많은 습작이 진행되었다는 열정이 작품 속에 투영된 메시지나 비유 등의 시법에서 이해하게 된다.
물론 초기의 작품들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언어의 어눌함이라든지 주제의 빈약성 등은 앞으로 정진을 통해서 보완하면 더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시적 상황 설정에서부터 주제의 투영이 상당한 실험을 거쳤다는 점을 지나칠 수 없었다. ‘화석’이라는 사물에서 ‘당신과 나’라는 의인법으로 상황을 전개하는 것은 현대시가 요구하는 시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허수아비’에서도 동일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는 ‘ 텅 빈 가슴을 채우고 싶습니다 / 상처난 참새 영혼이 깃들기를 소원 합니다’라거나 ‘정녕 그대를
맹목적 사랑조차도 거절할 수 없는 / 이 시대 진정한 로맨티스트로 만들고 싶다.’라는 화자(話者)가 절규하듯이 소망하는 기원의 의식이 ‘나’와 ‘그대’라는 화자가 표현하는 어조(語調)에서 동질적인 시법을 확인하게 한다. 이것이 그의 시적 진실이다.
그러나 언어의 절제와 탁마(琢磨)를 통해서 더욱 정진해야 할 것이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절대 명제를 수행하는 시인으로 대성하려면 무엇보다도 언어의 통달이 더욱 요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당선을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