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대나무
신재미
고공공포증이 있는 나는
태연한 척 속내 숨기고
난간 의지하고 살살 걷는데
매미채에 매달린 아이들 소란스럽다
졸인 가슴 아이들 함성에 터지는 줄 알았다
대나무 밭에 도착하고서야
감탄사에 막힌 숨이 열렸다
동짓날 도심(都心) 죽림에 깃들어
당나귀 귀를 찾던 눈빛
마디 속에 숨겨 둔 세월을 찾았다
하늘을 향한 나무들
마디마디에 채운 역사
반듯하고 울창한 숲
선유도를 자주 왔어도 보지 못했던 것
오늘에야 겸허한 마음으로
내 생의 빈약한 삶을
속 빈 상록수에 비쳐본다
네 개의 원형 공간, 수질정화원, 녹색기둥의 정원, 이야기관
선유도가 자랑하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너를 보며
네가 선 곳에 나를 세운다
첫댓글 짝짝짝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