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라도학교]는 나의 놀이터다 글로벌평생학습관, 수필가 김순의 핍진한 삶의 기록 2023-08-24 10:05:20최종 업데이트 : 2023-08-25 10:12:32 작성자 : 시민기자 진성숙
지난 17일 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뭐라도 학교'가 열렸다. 뭐라도 학교에서 뭐라도 배운다니 독특하다. 학교이름에 대해 알아보았더니 '뭐라도학교'는 2014년 12월 설립된 제2의 삶을 위한 배움과 실천의 장이란다. 배우고 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뜻밖의 사람들과의 교류, 다채로운 가치와 취향에 따라 만들어지는 여러 모임들, 그리고 지역사회와 연결된 의미있는 다양한 움직임들, 이 모든것 들을 위한 시니어들의 베이스캠프가 바로 뭐라도 학교라는 것이다.
"뭐라도 나누고 뭐라도 배우고 뭐라도 즐기고 뭐라도 실천하자" 이게 발족이념이란다. 거기에는 마흔 이후 인생 이모작을 어떻게 할것인가 고민인 시민, 100세시대 자기실현을 위해 2차 성장을 위해 도약할 사람 등 다양한 시민이 모여드는 곳이다.
강영아 뭐라도학교 기획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뭐라도학교는 기본클래스와 전문클래스로 나뉜다. 이 중 기본클래스에는 시니어들의 '월담'과 '우리들 교실', '바리스타커피 교실', '컴퓨터 학습교실', '전래놀이 사업단', 1년에 한번 공연하는 극단 엑시, '어디든 여행단', 수원팔색길 해설사동아리 등이 있다고 한다. 전문클래스에는 사회적 과제아카데미, 시니어 전문강사 양성과정, 우리들교실 강사워크숍 등이 있다고 전했다. 필자는 그중 '어디든 여행단'과 '극단 엑시'에 많은 관심이 간다.
특히, 월담은 소신껏 한길을 걸어 오신 한분을 초청해 좋은 말씀을 경청하는 자리다. 월담이란 단어 자체가 이미 재미있지 않은가? 그 말에는 한 달에 한번 나누는 이야기란 뜻도 있고 담을 넘어 좀 더 넓은 세상을 훔쳐보려는 초월에의 의지가 담겨있는 재밌는 시간이란 뜻이라고 기자는 해석해본다.
뭐라도학교 교실 중 하나의 강좌에 참가하기 위해 필자도 글로벌평생학습관에 회원가입을 하고 흥미있어 보이는 월담 강좌를 신청했다. 조금 일찍 방문한 필자는 시원시원한 학습관 전경과 주변을 돌아보았다. 기존 중학교가 다른 중학교가 병합되면서 그 부지위에 조성된 넓직한 학습관이라 한다. 실제로 정원이 아름답고 시원스럽게 조성되어있는 학습관은 2개 동의 3층 건물이 넓은 강습실과 함께 창룡도서관도 곁에 있어 수원시민의 평생교육의 요람으로 건재하고 있었다.
김순의 수필가
드디어 강의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의 강연자 올해 68세의 김순의 수필가를 만났다. 김순의 수필가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계속 생활하다 7년전 수원으로 이주하셨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하략]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에서 보듯이 어르신 한 명은 하나의 도서관이라고 할 정도로 방대한 역사와 시간, 생애를 통한 응축된 삶의 지혜가 녹아있게 마련이다.
삶의 관록이 엿보이는 핍진한 삶의 여정을 나직나직 들려주시는 김여사님은 어르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고 아름다우셨다. 결혼 후 무언가 잃어버린듯한 싱실감이 그를 글쓰기로 끌어당겼다고 한다. 서민의 생활속에 자연스레 터득하는 지혜와 삶의 애환을 번득이는 글솜씨로 해학과 잘 버무리었다.
사랑해서 결혼했건만 현실이 주는 상실감은 허전했고 이를 달래기 위해 틈만 나면 글쓰기로 자신을 위로했다고 한다. 가부장적인 남편과도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우리사회에 여전한 성차별문제를 익히 겪으며 자신은 남편과 싸운 것이 아니라 고집스런 가부장문화와 싸웠노라 당당히 말한다. 쉽지않은 말썽쟁이 아들육아로 유독 어려움을 겪을 때 "집의 아들도 굉장히 말썽 많이 부린담서? 그거 다 아들키우는 재미 아녀?" 한 마디에 정신이 버쩍 나며 다시금 인생관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더란다.
대부분 시니어 (55세 이후)청중들의 진지한 청강모습 어느날 우연히 '새농민'이란 잡지에 투고한 글이 문단의 구상 시인으로부터 대단한 칭찬을 받게 되고 MBC여성시대등 방송사에도 많은 글을 투고하며 이런저런 상을 휩쓸며 글솜씨를 인정받게 됐다 한다. 1999년 문학춘추로 등단, 문학동인 '창'에서 다년간 활동했다. 여성스러운 김선생님은 여행, 패션, 사진 에 조예가 깊으신 다감한 분이셨다. 결혼 30주년되던 해에 수원에사는 딸의 부탁으로 손주를 돌보러 수원에 오신 뒤, 정착하게 되었단다. 뭐라도학교에 덜컥 입학을 하게되고 학습관은 여사님께 꿈의 요람이 되었다. 시간이 날때마다 평생학습관에 다니시면서 생활을 가꾸시고 수원화성이 좋아 300번 이상 화성을 걷고 사랑하게 되었노라 하신다. 이제는 해설사 이상의 전문 브리핑 실력도 있다고 자랑하는 모습에서 미소가 한 가득이다.
김순의님 강연은 진한 서편제 가락 한편을 들은 듯 찐한 구석이 있었고 18명의 청중들도 다 깊히 공감하시는 듯 했다. 그는 "나는 평생 물새는 물지게를 짊어지며 힘든 생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그 흘린 물이 옥토에 떨어져 천금같은 자양분으로 13송이 꽃이 피어난 꽃밭을 어여쁘게 가꾸었노라 자부한다"는 인상적인 말씀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힘들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고초를 슬기롭게 글과 정신력으로 이겨내며 자녀들도 훌륭하게 키워내시고 안분지족하는 자의 뿌듯함이 엿보이는 달관의 모습이다.
수강자중 김정란님은 "오늘 김순의님 강의는 노을앞에서 친구한테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정감있는 우리들의 대화였다"고 말했다.
뭐라도 학교 강연후 단체사진
김범순 뭐라도학교 교장선생님은 "이번 8월 월담은 정말 우리가 태어나서 어릴때부터 몸에 배어 온 필자의 토속적 성향이 짙게 묻어나는 인상적인 강연이었다. 이렇게 심도 있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에게 들려주시니 듣는이로 하여금 '나도 이제라도 꿈을 가질수 있다'란 희망의 메시지를 주셨다"며 "단어 한마디 한마디가 심금을 울리셨다"고 하였다. 필자가 생각해도 김순의 님의 긍정의 메시지가 청중의 마음에 울림을 준듯 느껴졌다. 뭐라도학교에서는 9월 21일 3시부터 5시까지 2관 211호실에서 '뭐라도 학교에서 여행을 그리다'란 제목으로 김명숙님께서 강연을 펼칠계획이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
학습관 주변 쾌적한 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