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초대展
- 미술치료사, 작가인 최재영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전시 -
lines of my life
아트로직 스페이스
2022. 12. 6(화) ▶ 2022. 12. 1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28 | T.02-3663-7537
www.artlogicsp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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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 언어로 풀어낸 주체자, 그리고 치유자로서의 발언에 대하여
최재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찢고 꿰매고 잇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마치 한 인간의 인생 굴곡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독특한 작업들을 보여주게 된다. 작가는 삶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는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깊은 상처를 받게 되었고 이는 자신의 삶의 모습들이 연장된 작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조형 언어로 재구성된 작업은 알 수 없는 어떤 유동적인 흐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내 마비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업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마음에 응어리 진 것들을 토해내는 것 같은 작업에는 구체적인 의미나 의도가 읽혀지도록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작가의 작업을 향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담겨있다.
이 흔적들은 인간의 삶에 드러난 내적 에너지가 발현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양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이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변질된 욕망으로 동인이 되기도 하겠지만 작가는 작업에서 이 흔적들에 대해 거리 두기를 하고 바라보면서 궁극적으로는 이 드러난 현상 너머로 인간의 존재 의미를 묻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경우에는 특별히 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향이 이중적이고 모순적일 수 있음을 작가 스스로 경험하게 되었을 때 작업은 철학적 담론의 범주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고 좀 더 레디컬한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표현한 작업 방식은 매우 절제된 조형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시선은 모순적 현실을 직시하게 된 이후 변화된 양상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재영 작가의 작업의 시작은 매우 감각적인 요소들을 하나하나 드러내는 방식일 수 있으나 그 정점은 이내 멍들고 부패하여 썩어가는 것 같은 기억의 심층까지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작업들에서 보여주던 경쾌한 색과 선들은 어느새 흑화되고 은폐되어 사라져가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에게는 이제 밝고 선명한 기억들과 상처나고 멍든 기억이 혼재되어 있는 듯 하다. 작가는 이처럼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기억으로부터 탈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현실을 뛰어 넘어서기 위해서인지 조형 작업과 작업 발표의 방식을 인간 존재와 존엄의 문제로 화두를 옮겨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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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단순히 그동안 작업해 온 조형 예술 작업을 발표하는 장으로서만 기능하도록 놓아 둘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역사를 타고 올라가 보면 본디 예술가가 상징물을 그려내는 것과 함께 제의를 수행하고 치유하는 일을 수행했던 것처럼 자신의 그림을 전시장에 던져 놓으며 작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는 제의적 행위를 수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작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특별히 여성으로서 사회적 권력에 종속되고 기울어진 문화적 환경에 처해 있는 유사한 상황 속에서 상처 받고 멍든 마음을 부여잡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전시 자체가 주체적 독립선언이자 치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도록 하여 사회적 제의를 수행해내는 치유자로서의 발언을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미약해 보일 수 있고 멍든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감싸고 덧칠하며 분리된 것들을 꿰매는 일로 점철되어 있다. 인간의 삶에는 아름다운 부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새 한 귀퉁이에서는 곰팡이처럼 멍들고 부패되고 썩어버리는 부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주저 앉힐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알지 못하는 사이 퍼져버린 독버섯과 같은 위험이 전면적으로 다가오게 되었을 때 무너지지 않고 예술 행위를 통해 상징물들을 그려내는 가운데 마음을 꿰매고 멍든 것들을 치유하며 다시 일어서는 일을 의지적으로 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 안에 썩어 문드러지는 곳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그러나 다시 무너진 곳을 세우고 부패한 것을 지워내며 찢어져 버린 것을 꿰매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의미임을 선언하고 있다. 작가는 이처럼 온 세계가 자신을 속여버린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시금 치유의 상징과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인간의 존재해야 하는 의미를 그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박서하 (Directer_아트로직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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