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족보는 창씨개명에 반대하며 자살하는 종손의 이야기었다. 그와는 반대로 깊고푸른밤은 영주권을 얻기위해 계약결혼까지 하는 남자의 내용이다. 이름이 개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듯, 영주권도 뭐가 중요하냐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면 캐나다에서도 영주권을 얻기위해 악덕 고용주의 횡포를 인내하는 동포들을 많이 봐왔으니 오히려 이름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일 가능성이 높다.
이름이야 호칭일 뿐이고 현실에서 변하는 것은 거의 없는 반면, 영주권이란 어떤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있게 해주므로 민생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제니가 이야기하듯이 영주권은 사막과도 같다. 자기가 사는 나라에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부족해도 오손도손사는 것이 좋지 머나먼 타국에서 조금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와도 그것은 신기루와도 같기 때문이다.
백호빈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부와 기회를 꿈꾸는 야망의 사나이다. 그는 영주권을 얻기 위해 제인과 계약결혼을 한다. 제인은 삭막하고, 이기화된 미국이라는 문명사회에 고독하게 소외된 여인이다. 백호빈과 동거인으로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제인은 호빈에게 그녀의 삶속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온 빛과도 같은 사랑을 느낀다. 마침내 호빈이 미국시민의 자격을 얻게 되고 결혼 계약이 끝나갈 무렵, 호빈의 욕망과 제인의 사랑이 대립된다. 제인은 계약을 위반하며 호빈에게 사랑을 호소하지만 호빈은 본국의 부인과 아이에 대한 일념뿐이다. 결국 호빈의 감추었던 비밀이 드러나며 광적인 난폭성이 폭발, 제인의 인간성을 짓밟고 만다. 드디어 두 사람은 이혼여행 길에 오르며 죽음과 같은 사막 위에 허망한 인간의 욕망과 사랑의 결말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