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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공룡, 바람에 날리며 설악에 점점 익숙해지다
1. 일자: 2015. 5. 16 (토)
2. 장소: 소공원~마등령-공룡
3. 행로 및 시간
[소공원(03:36) -> 비선대(04:25, 희운각 5.5km) -> 양폭대피소(05:35) -> 희운각대피소(06:45) -> 무너미고개(07:30) -> 신선봉(07:58) -> 1275봉(09:23) -> 오세암 갈림(11:02) -> 오세암(11:50) -> 영시암(12:58) -> 백담사(14:10)]
당초 12명의 288이 함께 가기로 한 설악산행 인원이 하나 둘 줄어든다. 산행을 서둘러 마치고 희망이님의 9기 졸업식에 참석하려던 계획도 이런 저런 이유로 취소되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산행에만 신경 쓰자. 홀가분한 마음으로 금요일 저녁을 맞는다. 내심 오늘 코스로 ‘소공원~희운각~공룡~백담사’카드를 만지작거려 본다. 복정에서 동지를 규합해야겠다.
2대의 28버스가 만석이다. 대장님이 길 안내를 한다. 단풍철 인파로 하산 시간을 30분 더 준단다. 오색~대청 길이 특히 정체가 예상되니 주의하라 한다. 바람님, 해운님, 아카님과 공룡을 함께 가기로 한다.
한계령, 오색을 거쳐 소공원에 도착했다. 자는 둥 마는 둥 피곤이 몰려오지만 소공원 주차장에 하차하니 잠이 확 달아난다. 랜턴에 불을 밝히며 널찍한 길에 올라선다. 돈도니님과 곰순아비님까지 합류한다. 비선대가 가까워오자 일행들이 하나 둘 흩어진다.
아카님이 랜턴을 차에 두고 왔다 한다. 버스를 갈아 타는 틈에 잊어다 한다. 이런, 낭패다. 나 역시 같은 경험이 있기에 심정을 잘 안다. 일단 앞에 세우고 뒤에서 불을 비추는데 영 시원치 않다. 스틱 두 개를 한 손에 쥐고 나머지 한 손으로 랜턴의 방향을 조절하며 걷자니 속도가 영 나지 않는다. 오늘따라 바람이 몹시 거세다. 어서 날이 밝기를 기대하는데 늘 그렇듯 기다리면 시간은 더디 가는 법… 그나마 달 빛이 큰 도움을 준다. 반달이 내려주는 빛에 의지해 성큼성큼 걷는다.
소공원에서 희운각 길, 늘 내려오기만 했던 곳을 오늘은 올라간다. 출발 전 길 상황을 살피니 7.8km, 소공원~비선대 2.8km, 비선대~양폭 3km, 양폭~희운각 2km다. 넉넉한 4시간을 예상했는데, 공룡울 넘자면 3시간 정도로 단축해야 한단다. 마음이 급해진다. 걷다 보니 거리도 더 멀자. 8.5km는 되겠다. 그래도 양폭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2시간 만에 왔다. 비고가 크지 않아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양폭에서 잠시 쉬고 희운각으로 오른다. 매서운 바람에 재킷을 꺼내 입는다. 바람불면 춥고 잔잔해지면 덥고 설악의 아침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6시가 가까워 오자 날이 희뿌옇게 밝아온다.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이제 두 손으로 스틱을 딛고 걷는다. 천당폭포는 어둠 속에서도 소리로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폭포수, 그 위용은 천지를 진동시킨다. 물 길도 잦아들고 무너미로 향하는 만만치 않은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길 우측으로 공룡의 뼈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무너미 고개에서 잠시 멈춘다. 해운님은 앞서 가고 바람님과 아카님을 모델로 사진을 찍는다. 아침 볕이 완연하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아마도 오늘은 대청의 일출이 그리 화려하진 않았으리라. 대청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날씨를 핑계로 달래본다.
희운각으로 향하는 길, 이 이른 시각에 위에서 누군가 내려온다. 바람이 인다. 익숙한 모습이 내 눈 앞에 선다. 윤대장님이시다. 아니, 대청 찍고 이 시간에 예까지 내려오다니 누구는 희운각까지 오는 데도 이리 벅찬데…. 정말 헐~~~이다. 쉬지 않고 걸어도 4시간 반이 족히 걸릴 거리를 오늘같이 인파로 넘쳐나는 날, 겨우 3시간 반 만에 오다니 그 속도에 깜짝 놀란다. 산악회 대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 무너미/희운각에서 >
대장님과 이쉬운 작별을 하고 이내 희운각에 도착한다. 6시 45분, 소공원 출발 3시간 10분이 걸렸다. 준수하다. 대피소 계단에 앉아 4명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대피소의 식탁은 이미 만석이다. 고무 테크에 자리를 편다. (처음엔 춥고 바람이 두려워 망설였는데 이내 이곳도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 장소가 되었다.) 두 대의 버너에 물이 끊고 막걸리 잔이 돌아간다. 농꾼도 아니고 아침부터 막걸리…. 감사한 마음으로 한 모금 들이킨다. 목젖이 간지럽다. 시큼달콤한 것이 맛나다. 3시간 넘게 중노동을 했으니 무엇인들 맛있지 않을까? 뜨끈한 라면에 배가 채워지고 노곤함이 몰려든다.
밥 먹고 치우는 시간, 얼마 되지 않았다 싶었는데 40분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데 익숙한 모습이 또 등장한다. 돈도니님이다. 곰순대장은 도중에 윤대장님을 만나 내려가고, 쉬다가 이제 올라온다 한다. 다정이님과 다리님을 기다려 함께 식사할 계획이리라. 날도 찬데 대피소에 홀로 남겨 두고 내려오는 마음이 짠하다. 그녀의 다리 부상이 빨리 완쾌되기를 바래본다.
다시 무너미에 선다. 다섯 달 만에 또 공룡에 오른다. 봄이 가을로 바꿔있다. 몇 년 전 초보 산꾼의 로망이던 곳이 이제는 일년에 두 번째 오를 만큼 만만한 등로가 되었다. 공룡의 매력은 암릉에 있다지만 무너미에서 신선봉을 오르기 전 부드러운 U자형을 그리며 이어지는 초입 흙 길이 내겐 더 매력적이다. 가야 할 길이 빤히 보이고 그 위로는 암릉,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 켜켜이 쌓인 낙엽도 있고, 새로이 단풍이 더해지고…. 환상적 풍경이다. 일행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잡아본다.
< 무너미에서 신선봉 가는 길 >
암릉을 기어오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산꾼들이 밀어닥친다. 막연히 생각하던 ‘공룡인파’가 현실로 다가온다. 오늘은 해운님 컨디션이 최고다. 희운각 오름도 그랬지만 늘 선두다. 그 뒤를 바람님과 아카님이 따른다. 힘겹게 신선봉에 오른다. 대청 방향으로 단풍이 곱게 들었다. 주변을 더 살피려 하나 바람이 장남이 아니다. 서 있는 몸이 날릴 지경이다. 바위에 올라서 바람님과 아카님의 모습만 간신히 사진에 담았다. 이 좋은 곳에서 바람 때문에 조망을 감상하지 못하다니 무척 아쉽다.
< 신성봉에서의 풍경 >
공룡의 뼈대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난다. 가야 할 1275봉과 천화대 암릉들 틈으로 갈색으로 물드는 단풍이 선명하다. 아침 빛에 반사된 공룡은 온통 주홍빛이다. 바람에 밀려 신선봉을 내려선다.
내려서는 길 진행 방향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걸음을 멈춘다. 범봉을 위시한 공룡의 암봉들이 사열을 벌이고 있다. 아아(峨峨)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가방에 집어넣고 나면 바로 또 더 좋은 모습이 등장한다. 일행은 먼저 가고 난 서둘러 뒤쫓아 가고를 반복한다. 최고의 암릉 만으로도 감격인데 오늘은 초가을 단풍이라는 재료가 추가되니, 길은 최고급 만찬코스로 변한진다. 암봉과 화려한 색에 점점 더 취해간다.
< 암봉과 단풍의 향연 >
신선봉을 지나며 남은 거리 4km를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다고 호기를 부리던 산꾼들과 마주친다.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보다 못해 ‘4km지만, 3시간은 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해 주었다. 초행길에 거리만으로 공룡을 얕보다가는 큰코다친다. ^^
길이 잠시 순해진다. 공룡능 5km는 어디 방향에서 걷던 힘들지만 경험상으로 판단하면 무너미~마등령 방향이 더 힘겹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후반부 암릉지대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한다. 잠시 쉬어가자 하지만 바람에 위세에 눌려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한다. 묵묵히 걸어 갈 뿐이다. 엷게 남아 있던 연무가 걷히자 화려한 공룡의 뼈대들이 본 모습을 드러낸다. 범접할 수 없는 위용, 거세게 부는 바람에도 공룡의 뼈대는 끔쩍도 하지 않는다.
< 화려한 공룡의 뼈대들 >
신선봉에서 30분 가량 걷자 도봉산 자운봉을 닮은 붉은 기암이 보이는 작은 협곡 지대를 지난다. 주변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발 길을 멈추게 한다. 바람이 점점 심해진다. 돌 비탈을 내려가는 일행을 잠시 멈추게 하고 셔터를 누른다. 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카메라는 바람을 담지 못하고’란 게 있는데 오늘은 틀렸다. 거세 바람에, 한 컷을 찍고 제대로 찍혔나 살피는데, 바람에 날리는 바람님의 수건, 모자를 움켜진 해운님의 손, 날리는 머리를 잡으려는 아카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타난다. 렌즈가 바람을 잡았다. ㅎㅎ
< 기이한 암봉 / 바람에 날리는 288 동지들 >
1시간 반을 쉼 없이 걸어왔다. 2.5km 정도 걸었다. 쉬어 가기로 한다. 암봉을 오르고 내려도 마땅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작은 금줄 뒤 바람이 잔잔해 보이는 곳에 당도한다. 배낭을 푼다.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앞에는 1275봉이 우뚝 솟아 있다. 휴식처로는 천하 명당이다. 바람님이 배낭에서 맥주 2캔을 꺼낸다. 아니 이 무거운 것을…. 게다가 삭힌 올리브까지. 고마운 마음에 얼른 맥주 캔을 한 모금 마신다. 아침에 먹은 막걸리 하고는 또 다른 톡 쏘는 느낌이 온다. 무게를 줄이느라 배낭에 물만 담아 온 나의 이기심이 부끄러워진다.
쉼터 뒤편 숲에 햇살이 찾아 든다. 각양각색 숲의 나무들이 빛을 발한다.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의 색이 참 곱다. 초가을 부는 선선한 바람, 단풍을 몰고 오기에 ‘색바람’이라 했던가. 가을이 설악의 안을 파고들자 공룡은 몸 속 깊이 숨겨두었던 화려한 기운을 밖으로 토해낸다. 멀리 바다 방향으로 산봉우리와 산릉들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가을, 설악은 여름의 성장을 벗어 버리고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가을 빛이 참 곱다. 맥주 한 모금 먹고 바위 난간으로 몇 발자국 옮긴 발걸음, 따스한 햇살 속에서 문뜩 발견한 그림자 끝에 걸린 단풍, 그 색에 반한다.
< 1275봉 부근에서의 쉼 >
1275봉을 향해 걷는다. 밑에서 봉우리를 보았으니 금새 오르겠지 했던 생각은 여지 없이 무너진다. 오늘 공룡 길 최고의 된비알이 기다리고 있다. 길고 험하다. 게다가 반대편에서 넘어오는 인파까지. 정체가 반복된다. 그때마다 먼 풍경을 본다. 조금 전 마셨던 맥주 기운에 힘차게 치켜 오른다.
9시 23분 마침내 1275봉에 당도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기묘한 암릉이 원근법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며 서 있다. 켜켜이 쌓인 암봉들을 보며 공룡을 위력을 다시금 확인한다. 인파에 밀려 정작 1275봉에서는 카메라를 꺼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길에 선다.
< 1275봉에서 본 암봉과 큰새봉 풍경 >
1275봉 오르며 쏟아지는 햇살에 더위를 느꼈는데 봉우리를 내려서자 곧바로 바람의 보복이 시작된다. 바람에 아카님의 머리가 날린다. 카메라가 다시 바람을 잡았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암봉 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5월 이곳을 걸을 땐 여러 동기들과 왁자지껄 했는데… 익숙한 풍경이 즐거웠던 시절의 기억을 불러온다.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 1275봉을 내려서며 >
1275봉을 지나 긴 내리막을 내려오자 앞에 거대한 봉우리와 산군들이 떡허니 버티고 있다. 애고 애고 죽었다. 그래도 산에서 보이면 금방 간다는 생각에 발에 힘을 준다. 큰새봉을 지난 것 같다. 이곳이 큰새봉이란 건 트랭글 안내 메시지 때문이다. 공룡에는 하도 유명한 봉우리가 많아 일일이 위치를 안내하지는 않는다. ㅎㅎ
본격적인 공룡의 후반부 암릉 길이 이어진다. 산을 따라 내려가는 멋진 단풍 풍경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간간이 바위 난간에 멈추어 서서 사진을 찍는다. 멀리 속초 방향 풍경에는 울산바위도 선명하다. 그 너머로 바다가 있으리라, 오늘 속초 바다는 먼 그대다.
< 단풍이 있는 풍경 >
10시 10분 무렵, 긴 정체가 이어진다. 바위 난간 외길에서 오르고 내리던 산꾼이 엉켜버렸다. 출발 전 가장 우려했던 지점, 그곳이 바로 어기다. 서로 갑시다 하며 실갱이가 벌어지고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험한 소리가 들리고… 그 틈에 용케도 정체 구간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시작되는 긴 오름, 밧줄이 보이고 쇠 발받침이 등장하고. 나한봉 오르는 등로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암봉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일반인은 천금을 주어도 사지 못할 산꾼들만을 위한 보물이다.
< 나한봉 부근에서 본 풍경 >
10시 48분 나한봉에 올랐다. 깎아지는 바위 봉우리 그 위에 작은 반석이 있었고, 그곳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설악을 품어 본다. 바람에 날리고 인파에 뒤섞여도 공룡은 공룡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설악의 지존이다. 공룡이 위대한 건 본 뼈대 위에 서려면 최소한 5시간 산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오른 자의 성취욕은 남다르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 오세암 갈림에 도착했다. 먼저 와 계신 바람님과 해운님은 바람이 싫다며 오세암으로 내려간다. 사진 몇 컷 찍고 공룡과 안녕 한다. 내년에나 다시 올 수 있으리라. 힘든 된비알을 오르며 ‘올 해 공룡 끝이야’하며 불평했던 말 취소한다. 공룡은 늘 위대하다. ㅎㅎ
<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며 >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내려오는 길 초입은 마치 같은 산에 길이 이리 다르나 하고 느낄 만큼 편하다. 힘든 공룡 길을 걸어 은 자에 대한 작은 배려일지어다. 물론 이후는 만만치 않은 돌 길이 이어졌지만, 고목에 자리들 튼 이끼를 보며 또한 무르익는 설악의 가을 단풍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오세암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고도가 낮아지며 잠시 색이 더 고와지던 단풍도 오세암이 가까워지자 녹색빛이 완연하다. 다시 여름의 끝자락에 선 느낌이다. 고도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 오세암의 가을 숲 >
아직 정오가 체 되지 않은 시각 오세암에 도착했다. 절에서 공양을 마친 바람님 일행과 합류했다. 만경대가 올려다 보이는 새로 지은 절집 지붕이 인상 깊은 곳에서 희운각 이후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다정한 모습이 사진에 묻어난다. 동기애기 느껴진다.
< 오세암에 본 풍경과 288들 >
오세암에서 영시암으로 향하는 길, 두런두런 지난 산이야기와 함께 할 영남알프스 산행 계획을 나눈다. 산 길을 걸으며 하는 얘기는 늘 산이 주제다. 어쩔 수 없는 산꾼들이다.
영시암에서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지겹다.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 터벅터벅 걷는 길에서 그 길 끝에 있을 백담사와 문명의 이기 버스를 늘 그린다.
백담사 계곡 물 줄기가 오늘따라 시원하다. 여름날의 거센 속도가 잦아든 계곡, 햇살에 허연 돌들이 빛나고, 물빛은 옥 빛을 닮아있다. 가을날 오후 한가한 풍경 그 끝에는 백담사의 무수히 많은 돌 탑들이 있었다. 백담사를 그리며 하산하지만 정작 절에 들려 이모저모 살핀 적이 없다. 그래서 백담사에 늘 빚을 진 느낌이다. 마음의 빚을 갚을 날이 있을지어다.
< 백담사 계곡과 돌탑 >
< 에필로그 >
트랭글 종료 버튼을 누른다. 10시간 32분, 21km 거리를 중간에 1시간 쉬고 9시간 35분 동안 걸었다. 지난 5월 공룡 산행과 비교하며 소요시간은 거의 비슷한데 거리는 3km 정도 더 길다. 소모칼로리도 1000kcal 가량 더 소모했다. 인파 많은 단풍철에 오른 공룡 치고는 준수하다. 바람님, 해운님, 아카님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걱정했던 백담사 버스 인파는 다행이 없었다. 용대리로 내려와 막국수 집에 자리를 잡는다. 바람님이 주시는 막걸리 3잔을 연거푸 마셨더니 기분 좋은 취기가 돈다. 막걸리에 맥주 수육, 감자전, 메밀전병에 막국수까지 곁들인 풍성한 뒤풀이, 이보다 행복하게 개천절 휴일을 보낸 이는 많지 않으리라. 알딸딸한 기분에 커피 한 잔을 손을 들고 국도변 백담휴게소로 향하는 길, 가을 햇살이 거리에 쏟아진다. 행복한 나날들이여 계속 될지어다. ^^
< 설악공룡 산행 궤적 >